루피 엔딩 Loopy Ending

세시간 여행사 고별展   2018_0501 ▶︎ 2018_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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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세레모니 / 2018_0520_일요일_06:30pm

참여작가 / 세시간 여행사(윤세라_이예지)

이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01:30pm~07:00pm

예술공간 의식주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서교동 469-32번지) www.instagram.com/the_necessaries

선형적인 타임라인 위에서 하나의 컬렉티브 이름 아래 공동 작업을 장기간 이어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챈 두 작가는 빠른 시일 내에 '세시간 여행사' 고별식을 열기로 다짐한다. 다가올 전시를 준비하며 두 사람은 지난 작업의 유물들을 들춰보고 이리저리 분해하며 재편집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렇다면 재가공된 유물과는 어떤 이별 세레모니가 어울릴까. 우리는 이별과 더불어, 작가의 사라짐, 혹은 구성원의 교체가 작품과 컬렉티브의 정체성에 새로운 얼굴을 덧붙여주는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세시간 여행사_두 얼굴의 제단_혼합재료_100×120×60cm_2018

두 작가는 '세시간 여행사' 예술 컬렉티브의 임원으로서 개인의 이름이 아닌 공동의 가면을 쓰고 활동을 한다. 지난 삼년간 우리는 서로의 동의를 얻는 법을 터득하고 혼자서는 이루지 못했을 작업들을 실행해 볼 기회를 얻었다. 이에 슬슬 도가 튼 두 작가는 이런 타협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그 때문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협력을 가능케 했던 허구적인 하나의 정체성 안에서 두 개인이 자신의 자아를 제대로 붙들고 있기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예술 컬렉티브의 유효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만약 세시간 여행사의 유효기간이 끝에 가까워졌다면 그것을 억지로 연장하는 것은 인위적인 모습일테고, 컬렉티브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우리의 정신분열 또한 언젠가 한 번 히스테리를 부릴 것이다. ● 급작스러운 해체보다 계획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도모하기로 한 우리는, 공동의 정체성에서 두 임원의 개인으로서의 주체를 삭제하면 무엇이 남는 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세시간 여행사'라는 레이블의 껍데기가 남는다. 이 전시 이후로 우리가 공동 활동을 중단하더라도 레이블을 완벽 소멸 시킬 수 있는 단독적인 소유권은 그 어느 개인에게도 있지 않았다.

세시간 여행사_진혼곡 오르골_나무, 오르골, 세시간 여행사 포스터_가변크기_2018 세시간 여행사_Pure Skin Ⅰ, Ⅱ_아크릴, 크롬시트지_가변크기_2018

이것은 세시간 여행사의 언어에 관여하는 일이다. 이 콜렉티브는 제한된 시간안에 작동하는 작업과 여행자의 목소리를 보여주었고, 삼년이라는 긴 주기를 가진 하나의 프로젝트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긴 프로젝트의 현재는 어디에 근거하고 있을까. 유효 기간이 정해진 제한된 시간인가, 사라지고 미래가 없는 시간인가, 아니면 허상의 시간인가? 어쩌면 이빨이 닳은 톱니바퀴가 헛 굴러가는 끝이 없는 루프 상태에 다다른 것이다. 떠나 보내는 마지막 의식을 치루고 다른 누군가에게 세시간을 부탁하는 것이 닳은 톱니바퀴를 교체하는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다시 떠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우리의 소소한 의식들을 보여주고, 사라지는 다양한 방법을 탐구하며, 그 후에 남겨지는 컬렉티브의 초기화와 2차 순환을 암시할 것이다. ● 『LOOPY ENDING』은 공동 명의의 유효기간과 그들의 고별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볼만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세시간 여행사(윤세라_이예지)

세시간 여행사_세시간 여행사 양도 계약_혼합재료_90×100×60cm_2018

세시간 여행사 고별의식 『LOOPY ENDING』에 부쳐 ● 그대들을 만난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2015년의 늦봄 혹은 초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타지에 있었던 터라 그대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세시간 여행사 – 종로편』을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죠. 『세시간 여행사 – 종로편』은 2015년 6월부터 약 한 달간 일곱 번의 실감형 퍼포먼스(Immersivetheatre)를 통해 관객에게 종로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관객은 세 시간 동안 가이드를 따라다니면서 종로 곳곳을 경험하게 되는데, 음악 공연, 안무 공연, 조형 설치물, 사주점, 보물찾기 등 참으로 다채로운 방식으로 종로를 바라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었죠. 관광이라는 것이 고객을 최대한 실감 나게 허구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피상성이 사회의 실체를 드러내는 기능을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그대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시간 여행사_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 효과적이고 사적인 삭제 안내 영상_스크린샷_00:05:11_2018

시간의 걸음걸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의 현재는 빠르게 지나갔고, 주저하면서 다가오지 않을 것 같던 어느 날 그대들에게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종로 재난 미스테리 추적 여행 단편 소설 『삼일지』가 그것이었죠. 『세시간 여행사 – 종로편』의 프리퀄 같은 이 소설은 미래 종로를 배경으로 '제 3 롯데타워' 아래에서 불법 관광 인솔 행위를 저지르다 의문의 요원들에게 쫓기게 된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수레를 중심으로 바닥의 금이 큰 원을 그린다. 발밑에 있는 콘크리트 층이 갓 구운 빵 껍데기처럼 '바삭'하고 움푹해진다. 순식간이다. 바닥이 가라앉는다. 희멀건 세상을 뒤로하고, 우리는 끝없이 어두운 구멍 밑으로 가루가 되어 떨어진다." 흥미롭게도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곧 실제 현장이 되었습니다. 퍼포먼스를 가미한 설치 작품 「콘크리튤레이션」이 그것이었죠.

세시간 여행사_Poltergeist_혼합재료_16×24×3cm_2018

재난(싱크홀) 현장에 바캉스의 정형화된 시청각 이미지를 덧붙여 관광 상품으로 치환한 「콘크리튤레이션」은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재난 이미지와 관광 상품이 특정 장소, 문화를 상품화시키는 과정의 유사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렇게 투어-소설-전시 3단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변주는 그대들에게 '세시간 여행사'라는 이름처럼 여행/관광이라는 행위를 통해 특정 사회, 문화를 작동시키는 메카니즘을 탐구하는 팀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방송 맛집 쇼를 표방하며 제주도에서 진행했던 『오메기OMG아카이브』도 한몫했죠. ● 그대들을 만난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군요. 어느덧 2018년의 늦봄입니다. 전시 『그라운드후드』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그대들에게 콜렉티브로 정의되는 협업체의 작동 방식이 작가 개인과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각각의 정체성을 변주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부족한 역량에 부끄러워하며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에서 그대들의 활동을 즐겁게 바라보았습니다.

세시간 여행사_구조 Ⅰ_디지털 프린트_42×27cm_2018

오늘, 그대들의 마지막 고별 전시 『LOOPY ENDING』이 열립니다. 세시간 여행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3년간의 공동활동을 마무리하고 그대들은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요. 뒤로 물러남은 동시에 그대들의 또 다른 앞을 만드는 것이고, 세시간 여행사 또한 새로운 길을 맞이하는 일이 되겠죠. 마치 그대들의 포스터에 그려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과 시작은 맞물려 있습니다. ● 두 사람이 공유했던 시간과 공동의 모습을 형상화한 「두 얼굴의 제단」, 쓸모없어진 전시 포스터를 이용해 만든 「진혼곡 오르골」, 세시간 여행사의 운영권을 양도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들, 그 밖의 사라짐과 시작을 상징하는 사소하면서도 시적인 움직임들, 오브제들. 오늘, 그대들의 고별의식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이 풍경들이 작가의 사라짐, 혹은 구성원의 교체가 작품과 콜렉티브의 정체성에 새로운 얼굴을 덧붙여주는 전환점으로 작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오늘, 초목은 점점 우거질 것입니다. 주저하며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미래도 어느 순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겠죠. 그대들의 떠남, 그대들의 고별의식이 개인에게는 비옥한 토대가 되고, 새로운 움직임을 갖게 될 세시간 여행사에게는 좋은 신호탄이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 이현인

Vol.20180520b | 루피 엔딩 Loopy Ending-세시간 여행사 고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