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위한 시 Poetry for the wall

강성은_성애바_이이내展   2018_0530 ▶ 2018_0609

초대일시 / 2018_05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벽을 위한 시』는 회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강성은, 성애바, 이이내 세 명의 작가로 구성된 전시이다. 대상 또는 상황을 직면한다는 것은 불편하여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작가는 마주한 대상 혹은 상황을 감내하며 들여다본다. 삶 가운데에서 마주하게 되는 특정 상황과 대상들을 독대하며 그것이 세련되거나 매력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별개로 그들은 '해야만 하는 일'로써 우선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다. 그런 필연으로 나오는 작업들은 솔직을 넘어 처연하고 또 그 안에서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를) 진지한 위트가 있다. ● 우리 세 작가는 작년 긴 겨울을 보냈다. 그 긴 시간 동안 움직인 손과 눈과 머릿속 생각들을 함축하여 꺼내어 걸어보기로 한다. 전시장에 걸린 회화와 영상과 사운드와 텍스트가 공감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며 마음속에 어떤 모습이나 여운이 그려져 하나의 '시' 같은 장면으로 남길 바란다. ● 겨울, 강성은의 오래된 작업실은 낡은 천장에서 물이 새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이이내는 벽이 운다며 시를 썼다. 성애바는 찬 겨울의 사이를 사진으로 찍었고, 강성은은 그것을 그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엮여 차가운 시간을 보냈고, 겨울에서 봄까지의 온도와 움직임을 작업에 담았다.

강성은_검은 산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8
강성은_아파트숲_캔버스에 유채_130.5×80.5cm_2018
강성은_녹는 길_캔버스에 유채_97×130.5cm_2018
강성은_웅덩이01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18

강성은은 이번 전시에 유화 작업을 선보인다. 이전에 긴 시간을 들여 심도 있게 연필과 먹을 다루던 방식과 다른 접근이다. 세필 대신 되도록 넓은 면적의 붓을 들었고, 컬러를 사용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일정한 굵기의 먹선을 그었을 때와는 다른 속도의 붓질을 사용했고, 연필의 가는 선을 쌓고 쌓아 어두움을 만들어 갈 때와 다른, 두텁게 발리는 물감 덩어리가 궁금했다. 여러 호기심으로 이번 겨울 본격적으로 새로운 재료인 유화 작업을 시작했고, 겨울에서 봄이 오는 사이, 눈이 오고 얼음이 얼고 다시 녹고 흐르는 것에 집중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눈이 내리고 얼어 땅이 단단해지며 드러낸 지형의 골격을 보며 눈과 얼음과 물을 표현하고 싶었고, 흰색 물감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먹이나 연필로 밝은 면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어두운 곳을 그리며 상대적인 밝음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흰 물감을 화면에 쌓아 올리며 밝은 부분을 표현한다. 화이트의 광택, 농도, 붓의 크기, 속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며 다른 질감의 그리기를 실험한다.

성애바_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part2_페이퍼애니메이션_2018
성애바_채유의 앞구르기_종이에 목탄_61×91.4cm_2018
성애바_왕위웬의 손_종이에 유채_79×108cm_2017
성애바_도니의 풀_종이에 반둥커피_90×110cm_2017

성애바가 주목하는 것은 본인의 지나간 사적 관계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의 영상 작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그리기'이다. 미세한 시차를 두고 변화하는 움직임을 앞서 생각하며 다음 장을 그린다. 하나의 작업을 위한 반복이지만 그것은 움직인다. 움직이기 위하여 반복하여 그린다. ● 이번 전시에 소개될 작업에서는 반복되는 움직임과 무늬가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내고 오다가다 우연히 녹음된 소리들이 합쳐진다. 눈에 보이는 것, 듣게 되는 것, 만나게 되는 것,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과 순간에서 움직임과 소리가 만들어진다. 내일 또 무엇을 만나고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미리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다. ● 왔다가 떠난 러브의 발을 그리고 오다가다 보는 상추밭을 그리고 자꾸자꾸 보이는 내 손을 그리고 종종 들리는 새소리의 새를 생각하며 새를 그린다. (성애바 작가 노트)

이이내_무제_옥양목에 먹_182×227cm_2018
이이내_민트펄02_순지에 먹, 아크릴잉크_33×23.5cm_2018
이이내_연핑크01_순지에 먹, 아크릴잉크_33×23.5cm_2018
이이내_연핑크02_순지에 먹, 아크릴잉크_33×26cm_2018
이이내(시), 성애바(손글씨)_2018

이이내는 지난겨울 할머니가 사시던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곳에서 할머니가 쓰시던 이불 홑청을 발견했다. 오래된 빠닥빠닥한 느낌이 좋았고, 세월을 머금은 결이 좋았다. 그는 그 천에 먹으로 짧고 날카로운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선은 화선지에서 '바짝 세운 털'로써 펼쳐지기도 했고, 때로는 밖으로 튀어나와 가시 같은 물체가 되기도 했고, 뾰족한 느낌의 '시' 혹은 '텍스트'가 되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익숙한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다시 천을 채워갔다. 그리고 그것을 빨았다. 이미 스민 먹은 지워질 리 없고, 그럼에도 미세하게 톤을 덜어내고 다시 그린다. 작업의 부피를 계속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그리고 빨고'를 반복하며 시간을 채웠다. 천은 그렇게 늙어가며 '깊이'가 생겼다. 세월에 비례하여 낡아가는 천에게 다른 방식으로의 '늙어감'을 주고, 또 견디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이내는 지난겨울 추위와 싸우고 견디며 그리기와 글쓰기로 겨울을 났다. ■ 강성은

Vol.20180531e | 벽을 위한 시 Poetry for the wall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