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How to put an elephant in the refrigerator

김정현展 / KIMJEONGHYUN / 金正炫 / photography.installation   2018_0601 ▶ 2018_0708

김정현_바나나걸이에 걸린 바나나 Bananas on a banana hanger_잉크젯 프린트_75×5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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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601_금요일_06:00pm

63아트 미술관 47회 MINI exhibition

입장료 / 어른 13,000원 / 청소년(만13~18세) 12,000원 어린이(36개월~만12세 이하) 11,000원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입장마감_09:30pm

63 아트 미술관 63 ART MUSEUM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0번지 63빌딩 60층 Tel. +82.(0)2.789.5663 www.63art.co.kr

냉장고에 들어간 코끼리는 진짜 코끼리인가? ● 독일 매체 이론가 키틀러의 "미디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라는 명제는 이미 너무 유명하다. 그렇다면 미디어가 지배하는 지금의 환경에서 과연 우리는 인간의 사물을 최대한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작가 김정현은 오늘날의 미디어적 환경에 흠집을 내고 오류를 일으킴으로써 미디어 자체가 갖는 일종의 프레임을 걷어 내거나 적어도 그것을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사진을 전공하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하고 돌아온 김정현은 일찍부터 미디어가 갖는 불투명성이 주는 불편함에 대해 주목하여 왔다. 지금의 환경을 둘러보면, 우리는 각종 사건과 현상들을 여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다. TV,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직접 접하기 어려웠던 정치, 사회적 사건들만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사소한 것들마저 누군가에 의한 프레임이 덧씌워진 채로 읽고, 듣고, 본다. 우리는 점점 더 신체를 바탕으로 한 원초적이면서 직접적인 경험을 대상으로부터 얻지 못하며,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이 만들어내는 거리로 인해 그 대상과 불투명하게 만나게 된다.

김정현_어항 속의 물고기 Fish in a fishbowl_잉크젯 프린트_50×75cm_2018
김정현_새장 속의 새 a bird in a cage_잉크젯 프린트_75×50cm_2018
김정현_미식가 k씨의 혀 The gourmet Mr. K's tongue_ 패널에 사진 접착해서 벽에 기대놓음_244×310cm_2018

김정현은 이러한 상황을 은유하고자 모든 것에 프레임을 중복해서 씌운다. 프레임에 또 하나의 프레임을 씌우고 계속해서 그 위에 다른 프레임을 씌우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수족관, 선인장, 바나나 그리고 새와 같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을 불필요하게 사진으로 촬영하여 출력하고 그것을 실제의 오브제인 양 설치한 후 다시 촬영한다. 또는 출력된 작품 사진을 들고 있는 세 사람을 다시 촬영하여 액자화하거나 벽에 부착하고, 전시에서 사용될 캡션이 인쇄된 우드락은 그것을 촬영한 사진으로 대체되어 디스플레이 되며, 전시명과 기간이 담긴 월 텍스트 역시 그것을 담은 사진으로 대체된다.

김정현_악어의 눈물 Crocodile tears_잉크젯 프린트_17×22cm_2018
김정현_원효대교 Wonhyo Bridge_잉크젯 프린트_240×183cm(폭 61cm×3롤)_2018
김정현_작품 보는 사람 An exhibition audience_현수막천에 인쇄_90×100cm_2018 김정현_전시서문_Preface to the exhibition_잉크젯 프린트_80×60cm_2018

63아트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서 소개되는 거의 모든 작품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관람자는 그냥 보아도 좋을 일상의 오브제와 전시 공간의 여러 부분들을 사진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명확하다. 바로 미디어의 과잉이라는 환경에 메스를 드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함의한다. 여러 매체 이론가들에 의해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의 미디어의 중요성과 미디어가 담고 있는 내용보다 미디어의 형식과 기술이 담지하고 있는 메시지에 주목해왔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이러한 미디어적 환경에서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수신자를 향해 송신된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사태의 심각성이다. 미디어는 그 속성상 스스로를 숨기기에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이러한 이유에서 미디어의 과잉 현상은 점점 심화되어 간다. 따라서 작가는 미디어에 의해 프레임된 대상, 그러한 대상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미디어 자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그리고 미디어를 가장 쉽게 드러내는 방법으로, 미디어 자체에 스크래치를 만들고 오류를 일으키는 등 미디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김정현_사진박스 Photo Box_종이박스에 사진 부착_45×40×55cm×26_2018
김정현_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展_63 아트 미술관_2018
김정현_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展_63 아트 미술관_2018

흥미로워 보이는 전시의 제목은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 거대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물의 코끼리를 사진에 담는다면, 그 미디어에 담겨진 코끼리는 냉장고뿐만 아니라 다른 어디에도 넣을 수 있다. 그렇다면 냉장고에 들어간 그 코끼리는 진짜 코끼리인가? 그 거대한 코끼리의 사이즈, 거칠거칠할 것 같은 촉각적 경험 등은 이 코끼리의 사진 속에서는 사라지고 없다. 면대면의 대화와 경험이 아닌, 미디어가 담아낸 대상, 사건, 현상 등은 그렇게 실재와 멀어진 것일 수도, 아예 거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정현의 작품들은 일깨워준다. 가히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인 '미디어적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에 있어 예술가의 역할을 생각해볼 때, 김정현의 작품들이 시사하는 바는 우리들 뇌리에 오랜 시간 머물며, 그의 시도들은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낸다. ■ 정소라

Vol.20180603d | 김정현展 / KIMJEONGHYUN / 金正炫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