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꽃 IV

도시와 나 그리고 우리   2018_0602 ▶︎ 2018_0611

초대일시 / 2018_0602_토요일_06:00pm

참여작가 / 김나현_송인_이선화_이연숙_이정성_이지영

기획 / 유현주(생태미학예술연구소 대표)

관람시간 / 11:00am~06:00pm

구석으로부터 대전 동구 정동 36-11번지 Tel. +82.(0)10.2665.2940 blog.naver.com/onthecorner2016

과연 어떤 의미 있는 공동체라는 것이 도시에서 가능한가? 휴일마다 거의 일종의 '의식'이 된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의 쇼핑,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서핑하는 홀로의 시간을 즐기며 고립된 섬과 같은 아파트로 귀가하는 도시인들의 삶을 생각해보자. 자본의 시스템 위에서 획일화되어가는 도시의 이러한 삶의 양상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교환시스템 안에서 교환가치로 환원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일까? 욕망과 소비의 자본시스템을 구축한 도시적 삶에서 물화된 인간본성, 비틀린 인간관계들을 매일 경험하면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공동체를 꿈꿀 수 있는가? 여기 여섯 명의 작가들- 송인, 이지영, 이정성, 이선화, 김나현, 이연숙-은 대전의 원도심 가운데서도 가장 주름지고 접혀진 공간인 중동에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예술이 비록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도시, 나 그리고 우리의 관계에 대해 적어도 치열하고 아름다운 고민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선화_Becoming_아크릴채색_89.5×130.3cm_2017
이선화_접히고 주름진 그 곳_사진_15×15cm_2018

이선화 작가의 작업은 도시 속 우리의 욕망에 대해 숙고한다. 원도심의 주름지고 접힌 곳을 찾아 그곳에 생기를 불어넣길 바라는 작가는 사진과 회화작업 안에 따스한 시선을 담아낸다. 그러나 그 이미지 사이로 원도심에서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소외의 그림자는 지우기 어렵다. 이 대전 안에서 여전히 타자로 머무는 이곳 정동 『구석으로부터』에서 우리는 관계의 공동체에 대해 다시 한번 묻게 된다.

송인_강제된 침묵-너만 조용하면 돼_장지, 먹, 아크릴채색, 수정테이프, 콘테_116.8×91cm_2016
송인_발가벗겨진 진실_장지, 먹, 아크릴채색, 수정테이프_200×90cm_2015

송인 작가의 작품은 늘 그래왔듯이 폭력이라는 구조, 사회 속에서 가장 약한자들, 타자들에 대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사회 전반에 흐르는 타자와의 소통부재와 폭력적 요인들을 얼굴 이미지를 통해 재현한다. 특히 원도심의 얼굴 시리즈 앞에 작가는 관람자의 생각을 묻는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여 시민들과 함께 이 사회의 어두운 것들과 희망의 것들을 나누는 참여형태의 작업을 생각하고 있다.

이정성_묘한 공간_폐기물 설치, 영상_00:05:00_2018

이정성 작가는 집근처 쓰레기를 추적함으로써 도시의 버려진 사물들이 말하는 것, 공동체 안에서 폐기된 욕망의 껍질들을 말하고자 한다. 가구, 치킨박스, 음식물 그리고 검정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잡다한 물건들이 삶의 부스러기이며, 이것들은 우리들 내부의 또 다른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물건들을 하얗게 페인트칠하여 재생시켜 전시를 한 후, 다시 이 물건들을 본래 있던 폐기장소로 옮길 것이다. 그리고 그 리폼 된 물건들에 쓰레기 스티커를 붙여서 이 물건들이 곧 사라질 운명에 놓이게 됨을 알리고자 한다. 작가의 작업은 어떤 면에서 용도 폐기되어가는 원도심의 장소들을 애도하는 작업으로 읽혀진다.

이지영_The Chair-괴물_가변설치_2018
이지영_The Chair-괴물_가변설치_2018_부분

이지영 작가는 원래 의자를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나와 우리의 관계를 의자와 거울을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타자의 시선에서 이루어지는 나란 존재, 그리고 우리의 존재는 과연 어떤 것일까? 문화적 규정들 안에서 존재하는 타자와 나란 어쩌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시선 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닌가? 작가에게 나란 존재는 공동체 내부의 미묘한 시선들의 엇갈림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미 있는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더 원초적인 공동체의 존재 조건을 묻는 작업이 여기 있다.

이연숙_Double bag, please!_비닐봉지, 플라스틱 컵뚜껑_가변설치_2018
이연숙_Space_Fluid moment_디지털 프린트, 알루미늄 프레임, 패브릭_각 60×60cm, 설치_2017

이연숙 작가의 노란 비닐봉지들은 그야말로 소프트한 조각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 뚜껑을 좌대삼아 세워진 노란 비닐봉지들은 마치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처럼 이 곳 슬럼화 된 원도심을 은유하기도 한다. 정책에 따라 가치가 바뀌는 도시의 장소들, 투자의 가치가 없으면 버려지는 물건처럼 외면되는 것인가? 작가는 지금 이 곳 대전 정동의 한 구석에서 'Double bag, please!'을 외치며, 일회용 물건과 원도심의 가치를 묻는다.

김나현_벗어나기_영상 설치_00:09:47, 00:04:54_2018
김나현_벗어나기_영상 설치_00:09:47, 00:04:54_2018
김나현_벗어나기_영상 설치_00:09:47, 00:04:54_2018

김나현 작가의 작업은 공동체 안에 퍼져있는 무력감에 대해 다룬다. 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젊은 작가로 이 사회를 산다는 것은 어쩌면 흐르는 수돗물을 스카치 테이프로 막는 행위와 같이 무모하거나 불어놓은 풍선을 무자비하게 터뜨리는 반복된 폭력구조에 노출되는 것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나현 작가는 어떤 것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다. 작업은 그러나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이라기보다 그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영토를 찾아나서는 그녀의 탈주의 행위이다. 적극적인 미학적 실천이다. ■ 유현주

Vol.20180604g | 지속가능한 도시-꽃 IV, 도시와 나 그리고 우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