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

김일지展 / KIMILCHI / 金日知 / painting   2018_0605 ▶︎ 2018_0611

김일지_이응에서 단추로_캔버스에 혼합재료_각 10×10cm_2015~8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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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지 블로그_blog.naver.com/ilchikim

초대일시 / 2018_0605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ngik Museum of Art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 홍문관 2층 제1전시실 Tel. +82.(0)2.320.3272~3 homa.hongik.ac.kr

회화의 (지적) 양가성-그리다 다시 보기: '이응'과 단추는 등가(等價)다-김일지의 2018 신작 이응회화를 중심으로 - 흔적: 회화의 기술적 본질 ● '그린다'는 것은 흔적에 관한 것이다. 형이하학적 의미의 질료가 남긴 흔적, 즉 색과 붓질의 흔적이다. 이러한 흔적은 흔히 색들이 켜켜이 쌓여진 결과로 이해된다. 회화의 오랜 기법적 통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다는 과정을 통해 남겨진 흔적은 색인 질료를 겹겹이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색을 긁어내거나 떼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린다는 것은 칠하는 행위를 통해서 또 칠해진 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이루어진다. 두 기술적 방법 모두 궁극적으로는 질료인 색이 남긴 캔버스 위의 흔적을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흔적은 '그린다'의 결과인 동시에 회화의 기법적 본질이다. 또한 '그린다'의 흔적이란 겹겹이 올리고 동시에 지워 없애며 등장할 수 있기에 양가성(ambivalence)을 지닌다. 이는 곧 회화의 기법적 본질이 지닌 속성이기도 하다.

김일지_이응에서 단추로_캔버스에 혼합재료_각 10×10cm_2015~8_부분
김일지_화성반월작업실_캔버스에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김일지의 신 작품들이 흥미로운 것은 회화의 이 (기법적) 양가성을 재고찰하기 때문이다. 캔버스 위에 색-마스킹 플루이드 혹은 테이프-색의 순서대로 겹겹이 층을 그려 올린 후, 색이 마르면 마스킹 플루이드를 떼어낸다. 캔버스 위 겹겹이 칠해 올려진 색은 결국 떼어내기 위함이고, 색으로 채워지는 곳은 비워지기 위함이다. 색을 떼어내며 흔적을 완성하기에 떼어내는 과정은 곧 그리는 과정이 된다. 그래서 뜯겨져 나간 것, 즉 사라진 것과 남겨진 것은 동일한 것이 된다. 이렇게 회화의 기법적 본질인 흔적에 몰두하며 김일지는 '그린다'의 양가성을 붓질과 색을 통해 채움과 비움을 끝없이 반복하며 그 만의 조형적 전략을 구현해나간다. 하지만 그의 회화가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회화의 기법적 본질인 흔적의 양가성을 작품의 내용으로 은유해 낸다는 것에 있다. 김일지는 본인의 신작인 "이응-회화"에서 이 양가성을 상호작용적 알레고리화로 이끌어내며 그 의미를 배가(倍加)시킨다.

김일지_Brutal Ieu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18

이응과 단추: 양가성과 상호작용의 알레고리 ● 한글의 자음 'ㅇ(이응)'은 모음 앞에서는 묵음이다. 하지만 자음 뒤의 받침일 경우는 '잉(-ing)'으로 발음된다. (예: 항아리) 즉 'ㅇ'은 어떤 위치에서는 (기표로만) 존재하지만, 자음 뒤 받침일 경우는 기표와 기의라는 언어적 기능을 다 해낸다. '이응'은 무음인 동시에 소리음이다. 또한 없는 듯 하지만 존재의 역할을 공고히 한다. 이는 '이응'의 양가성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상호작용의 가치이다. 허셀(Edmund Husserl, 1959-1938)은 살아서 행동하는 이 (현대)사회와 세상에는 '단일적인' 것 또한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피력했다. 이것은 상호작용에 대한 의미로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과 미하일 바흐친(Michail Bachtin, 1895-1975)의 이론적 맥을 잇는다.

김일지_Crying Ieu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60.6cm_2018

'상호작용'이라는 용어를 사회학적 의미로 승화시킨 독일의 사회 철학자인 짐멜은 "근본적인 불변의 가치란 여러 요소들의 실질적인 상호작용이다"라고 했다. 짐멜의 현상학적 사회학의 계보에서 러시아의 문화 이론가이자 철학가인 바흐친은 '격리(isolation)와 스스로 폐쇄(In-self-closed)' 간의 극복을 지적하며 동등한 의식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단독으로 머물되 서로 침투하지 않으면서 또 서로 병합/섞이지 않는 '특별한' 상호작용에 대한 가치도 강조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허셀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단일'이 불가능함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김일지_Neutralized Ieu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60.6cm_2018

김일지의 신작에는 이러한 특별한 상호작용이 'ㅇ(이응)'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의 돋보이는 창의적인 발상은 '이응'에서 '단추와 단추구멍'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이다. 기능과 역할이라는 구조적인 의미에서 단추는 단추 구멍에 의해 봉합이라는 주어진 기능과 역할을 다해내고, 존재의 의미를 더한다. 동시에 단추 구멍은 단추로 인해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더 부각시킨다.

김일지_Survial Ieu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30.3cm_2018

이는 기능과 역할에 대한 21세기적 알레고리이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에 이은 크레이크 오웬스(Craig Owens)가 피력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 만연하는 '절대적 가치'나 '불멸의 진리'의 부재에 대한 시각적 표현의 완성인 것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E.블로일러(Bleuler)가 『양가성에 대한 소고』에서 분류한 세 번째의 양가성인 '상호 모순되는 전제를 모두 받아들이는 지적인 측면'에서 김일지의 '이응'과 '단추'는 현시대적 상호작용의 알레고리적 해석이다. 김일지에 의해 지속될 '이응'에서 '단추'로의 변환, 그 상호작용과 양가성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흔적'이라는 '그리다'의 본질을 보다 더 새롭게 깨치게 할지 기대되며, 이는 결코 과장된 기대가 아닐 것이다. ■ 김은지

Vol.20180605e | 김일지展 / KIMILCHI / 金日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