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몽타주

김다정_박동균_정유진_한만오展   2018_0613 ▶︎ 2018_062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0613_수요일_06:00pm

기획 / 박선호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가속화되고 흔들리는 이미지들, 복사와 붙여넣기. 분산되고 흩뿌려진 이미지 환경 속에서 "고유한 체험"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어제의 일들은 오늘로 겹쳐지고 나의 이야기는 더이상 개별적이지 않다. 디지털 기술의 상용화와 인터넷을 통한 이미지의 유통이 그 어떠한 시기보다 만연한 지금, 이미지를 다루는 시각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위태로운 이미지 환경을 헤쳐나가고 있다. 실제보다 더 실체 같은 이미지가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체험은 무엇일까? ● 『물질몽타주』는 현재의 디지털 이미지 환경에 미끄러지고, 뚫고 자라나는 작가들의 고유한 물질성에 주목한다. 네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현실과 현실이 아닌 곳 사이를 부유하며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한 생소함을 자아낸다.

김다정_Glancing blow_혼합재료_25.8×17.9cm_2018

김다정의 「Glancing blow」 연작은 단단한 외피를 지녔다. 레진으로 덮인 반짝이고 투명한 표면 아래에는 붓질들의 속도와 리듬을 재조립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김다정_Glancing blow_종이에 유채_15.8×22.7cm_2018

김다정의 「Glancing blow」와 회화 작업 「Jump Shot」 연작 시리즈에서는 이미지의 잔상을 해체하거나 재조립하는 회화적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그것을 감싸거나 지지하는 물질은 긴장 관계에 놓이며, 지칭하기 어려운 것들이 화면 속에 등장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회화 형식 속의 경쟁적인 이벤트는 현실의 정보를 지워내고 감흥을 환기하려는 작가의 실험이다.

박동균_SD16DM2CFP.JP-107_9327_핸드레일,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66.6cm_2018

박동균은 기술을 매개로 물질화된 사물과 그것이 이미지와 맺게 되는 연결에 대해서 탐색한다. 「약한 연결」 시리즈 작업은 사물의 형태를 재현한다기보다는, 사진의 절차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물질성을 드러낸다. 「약한 연결」은 기록, 연출, 시뮬레이션이라는 세 가지 접근법으로 제작된다. ● 일련의 제작방식을 통해 엮이고 제작되는 그의 작업은 근사하고, 매력적인 즉물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진 프린트의 표면과 대비되는 사진 속 사물의 물질성은 기술의 매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을 끊임없이 사물과 이미지 사이로 밀어 넣어 이미지 체계로 구축되는 사물의 상태에 집중하게 한다.

정유진_Phantom Mutant~2_혼합재료_70×100×100cm_2018

"현실에서 만들어진 이 돌연변이 동물의 형상들을 보며 사람들은 그저 단순한 합성이라고 웃으며 지나칠까, 혹은 영화에서 나올법한 것들이라고 생각할까, 또 혹은 세계 저편에 정말로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할까." (정유진 작업 노트 중) ● 인터넷에서 떠도는 '실패한 파노라마'의 이미지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쉽게 소비된다. 이 이미지들은 말 그대로 실패한 사진을 암시하는 깨진 픽셀들과 기괴한 형태로 나타난다. 파노라마 사진 속 대상은 현실 세계에서는 '돌연변이'이고, 가상 세계에서는 '합성 이미지'이다. 정유진의 「Phantom mutant」 시리즈는 대나무라는 조각의 지지체 위에 이미지가 프린트된 종이를 붙여가며 제작된다. 어딘가 모르게 괴상해 보이는 이 생물체-조각은 현실과 가상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전시장에 떠돈다.

한만오_fontthereverse_typeface_Undefined_2018

한만오는 달의 저편의 무늬를 상상하듯, 디지털 활자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데 매료되어있다. ● 평면과 정보 이미지를 주로 제작하는 작가는 현실 세계 안으로 디지털 서체를 끌고 들어오려고 시도한다. 작가의 디지털 활자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과 부딪히는 평면의 문법은, 입체로 변모하여 새로운 조형적 실천을 꾀한다.

한만오_fontthereverse2_typeface_Undefined_2018
한만오_fontthereverse_typeface3_Undefined_2018

작품에서 보이는 사물화된 이미지 경험, 이미지의 사물화, 현실 이미지의 연출과 시뮬레이션하는 시도 등은 여전히 유효한 시각예술가들의 손에 대하여 다시 상상하게 한다. 귀엽거나, 매끈하거나, 무심하게 삐뚤빼뚤한 작품들은 이미지 세계에서 어떠한 지형도를 그려 나갈까? 전시 ≪물질몽타주≫의 작품은 빠르고, 평평하고, 미끄러지는 이미지 환경에서도 여전히 단단하게 유지되는 물질들이 관객에게 가닿고 있음을 믿게 한다. ■ 박선호

Vol.20180613d | 물질몽타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