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한애규展 / HAHNAIKYU / 韓愛奎 / ceramic   2018_0615 ▶︎ 2018_0719 / 월,공휴일 휴관

한애규_청금석을 든 여인_테라코타, 소성온도 1250℃_93×33×79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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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61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GALLERY ARTSIDE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15(통의동 33번지) Tel. +82.(0)2.725.1020 www.artside.org

푸른길, 한애규의 작품세계 ● …… 흙일을 좋아한다. 우선 흙은 촉감이 좋다. 젖은 흙은 차갑지만 정서적으로 따뜻한 재료다. 흙을 주무르고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작업실 창유리의 색조가 바뀌곤 한다. 또 흙은 냄새도 좋다. 마치 마른 땅에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후에 나는 풋풋한 흙냄새 같은 젖은 흙냄새가 작업실을 들어설 때마다 느껴져 마음마저 촉촉하게 만든다. (한애규, 『여행이란 이름의 사색의 시간 2001-2015』 (도서출판 일빛, 2015), p. 10.) ● 테라코타(Terra Cotta) 작업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한애규(韓愛奎, 1953- )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흙을 재료로 작업해 오고 있다. 주로 자신의 일상에서 느끼는 여성, 이들의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표현해왔다.

한애규_실크로드Ⅰ_테라코타_2017_부분
한애규_실크로드Ⅰ_테라코타_2017_부분

한애규는 이번 전시 『푸른길』에서도 테라코타 작업을 이어간다. 공간 속에는 흙으로 빚은 인물상을 비롯하여 동물상,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행렬이 자리 잡고 있다. 행렬 속의 인물은 여성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는 동시에 자신의 조상이었던 여인을 상징한다. 여성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소재 중 하나로, 근원적 여성다움, 주체와 생산문제, 여성의 정체성 등 기존 의미에서 보다 개인적인 의미를 반영한다. 행렬 속에는 여인상과 함께 인류가 가축화시킨 친숙한 동물, 소와 말이 등장한다. 반인반수의 형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Kentauros)와 같이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 아래부터 뒷부분은 말과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 공간에는 기둥 조각과 파편들을 형상화한 테라코타 조각들도 자유로이 놓여있다. 이는 지나간 문명의 흔적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현재는 폐허로 남아있지만 찬란했던 한 시절의 이야기를 흔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행렬을 이룬 조각상들과 함께 수직과 수평의 관계 속에서 긴장감과 정서적 이완을 불어넣어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 한애규는 행렬을 이룬 조각상들에 대해 한반도의 분단으로 끊어진 북방으로의 길(통로)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과거 북방으로의 열린 길을 통해 사람, 동물, 문화 등 인적, 물적 교류의 역사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갈 수 없는 길이 존재하며 남과 북은 서로의 길을 맞대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하나의 길 위에 서 있는 과거의 행렬을 상상으로 떠올려 그들이 왔듯이 다시 돌아가기를 염원한다.

한애규_실크로드Ⅰ_테라코타_2017_부분
한애규_실크로드Ⅰ_테라코타, 소성온도 1180℃_89×40×90cm_2017_부분

위와 같은 작품의 내용은 흙의 물성을 통한 조형적 표현으로 비로소 구현된다. 작가는 흙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조형적 실험과 자기 방법의 심화를 통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주로 테라코타 작업에 몰두하며 구상조각을 제작해 왔는데, 흙을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친근감 있고 만져보고 싶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 조각의 모나지 않고 둥근 형상 역시 한애규의 작품에서 보이는 주요한 조형적 요소이다. 여인의 가슴과 엉덩이의 곡면을 부각시켜 풍만한 신체를 표현했으며, 말과 소 등 동물상 역시 이들이 지니고 있는 형상을 곡선화 시켜 표현하였다. 이같이 조각의 단순화된 형태와 곡선적인 특징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일관되며, 이는 테라코타의 질박한 질감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작가 특유의 조형적 표현이 되었다. ● 이번 전시에서는 테라코타 조각에 부분적으로 사용된 '푸른색' 유약 표현도 눈에 띈다. 여인상의 발 밑, 반인반수의 눈동자, 기둥 조각들 등에 표현된 푸른색은 인류 문명의 교류가 진행된 길, 그 길 위에 존재하는 '물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각들 곳곳에 보이는 이 '푸른흔적'은 "그들이 건넜거나, 보았거나, 만졌거나, 마셨거나, 발을 적셨던 물의 흔적인 것이다." (작가노트 참조. 푸른색은 2014-15년 「푸른그림자」 시리즈에서도 사용되어 물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푸른색(물)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써 실존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때로는 생명이 나고 자라는 근원으로 작품 속에 등장했다.)

한애규_조상 3_테라코타, 소성온도 1250℃_76×43×30cm_2018

한애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자신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시간과 역사의 흔적들을 한 공간 안에 담아냈다. 다시 말해, 자신을 둘러싼 삶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우리 삶 속 본연의 모습과 그 존재들을 시각적으로, 또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상의 시선에서 고요한 침묵과 관조를 느낄 수 있듯이, 작가의 작품세계는 인간으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감성과 통찰, 삶 속에서 걸러지고 채집된 순간과 감정들을 흙으로 빚고 불로 굽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현실 속에 재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이정진

한애규_흔적들_테라코타, 소성온도 1180℃_2018
한애규_흔적들_테라코타, 소성온도 1180℃_2018

Blue Path, Art World of Hahn Ai kyu ● I love to work with clay. I like the way it feels. Wet clay is cold but is a warm material emotionally. While I am absorbed in kneading it, I usually forget how many hours have passed. And I would notice the hue outside of the window has changed when I look up from my work. The smell of clay is good, too. Whenever I set foot in my studio, it smells of wet clay like the fresh soil you can smell after it showers. This makes my heart serene. (Hahn Ai-kyu, 'Time of Contemplation Called Travel 2001-2005', Publishing House Ilbit, 2015, p. 10.) ● Hahn Ai kyu (1953- ) has formed her unique art world with terra cotta. From the 1980s, she has continued creating works with clay. Paying attention to the women she meets in her daily life, she has expressed their life and existence from a positive view. ● In this exhibition, "Blue Path," too, Hahn presents terra cottas. In the exhibition hall are displayed human-and animal-shaped sculptures and half-man-and-half-beast creatures. The figures in the group are women. And they represent her, and at the same time symbolize the women of her ancestors. Woman is a subject representing her art world, and Hahn ponders over the personal meaning of woman rather than public meaning of woman like essential femininity, the subject of life and the issue of childbirth, and identity of a woman. Along with women, cows and horses-the livestock of mankind-also appear among her works. The half-man-and-half-beast creature looks like Kentauros in Greek myth, whose upper body is human and whose lower body is a horse. ● In addition to them, fragments of pillars made by clay are put freely in the hall. These remind the viewer of the traces of past civilizations, hinting at the stories of the splendid age that now remains as ruins. Along with the sculptures during on parade, these pieces also make the viewer feel a dynamic and vital energy that they inspire with tension and emotion, in a horizontal and vertical relation with other works on display. ● Hahn says that she put into the sculptures her wish that the way to the North, cut off due to the division of the Korean Peninsula, would be reconnected. In the past, through the path open to the North, personal and cultural exchanges were carried out. But today, although we live in the world where transportation is free, there are still roads we cannot run on, the South facing against the North. Imaging people who walked on a path in the past, Hahn wishes that people could again march along the roads. ● The theme of these pieces was embodied with a figurative expression that used the property of clay. Effectively using the property of clay, Hahn has established her unique art world through figurative experiments and her own method. Mainly absorbed into creating terra cotta pieces, she has made mainly figurative sculptures. And as she uses clay as the material of her work, her works tend to make the viewer to want to touch and feel them. ● The round and smooth shapes of her sculpture are a primary figurative element in her work. Hahn expresses the plump body of a woman, her ample bosom and hip standing out. She also streamlines the shapes of animals such as a horse and cow. These simplified and curved shapes are a consistent characteristic of her work. And this became her unique figurative expression, in harmony with the tough texture and soft color of terra cotta. ● In this exhibition, we can see works whose part was glazed in blue: the feet of a woman; the eyes of a half-man, half-beast creature; and the parts of pillar sculptures. The blue on these works symbolizes the trace of water on the roads through which civilizations had exchanged with each other. The blue traces seen on the sculptures are 'traces of water that they crossed, watched, touched, drunk, or wet their feet in.' (Reference to the artist's note. The color blue was also used in the series of 「Blue Shadow」 from 2014 to 2015, and the image of water then stood out. In her work, blue(water) allows us to think of our existence as a mirror that reflects ourselves, and appears as a source where life is born and grows.) ● Hahn put traces of times and history in relation with herself in this exhibition. That is, with her experiences and realization of the lives around her, she tried to show real aspects of our lives visually and in three dimensions. As we can feel the tranquil silence and contemplation from the eyes of the woman-shaped sculptures, Hahn's art world is one in which she reproduces her emotions and the insight of humans, as well as her moments and feelings she collected and filtered in life, through the process of making terra cotta, like kneading and baking clay. ■ Lee Jeong jin

Vol.20180616g | 한애규展 / HAHNAIKYU / 韓愛奎 / cer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