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

이성옥展 / LEESUNGOK / 李成玉 / sculpture   2018_0619 ▶︎ 2018_0630 / 일요일 휴관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초대일시 / 2018_0625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본화랑 BON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로142길 26 Tel. +82.(0)2.732.2366 http://www.bongallery.com/

사라져 가는 곤충들을 조각으로 채집하는 이성옥 작가의 자연의 소리 ​● 무릇 자연은 나에게 형상을 주어 실어주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한다. (莊子 大宗師 5, 夫大塊 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死) ● 자연이라는 단어는 중국 고대 철학자 장자를 떠올리게 한다. 장자는 자연을 빗대어 진리를 이야기한다. 장자에게 자연은 한자 뜻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이다. 그래서 자연은 우주를 움직이는 도의 원리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들에게 보이는 산, 들, 강, 바다의 자연의 현상적 모습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게 시작점이자 끝점인 것이다.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이성과 자연을 동일시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자연은 선(善)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루소가 말하는 자연은 원시림 속의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성격을 띤 정원 같은 자연이라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루소의 철학과, 자연의 곤충들을 예술적으로 해석해서 보여주는 이성옥 작가의 작품 성격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 초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을 한 적이 있었다. 매미, 잠자리, 나비, 풍뎅이, 장수하늘소 등등. 잠자리 채로 곤충들을 잡아 포르말린을 주사하고, 나무판 위에 곤충들을 핀으로 고정시켜서 가지런히 배치하여, 유리 상자 안에 담았다. 어릴 적에는 하늘을 보면 별도 많이 보였고, 여름이 되면 예쁜 곤충들이 주변에 많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연의 곤충들은 도심 속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렸다.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조각가들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들을 구상 또는 추상으로 형상화한다. 그런데 자그마하고 귀여운 곤충들에 관심을 갖는 작가가 있다. 바로 여성 조각가 이성옥 작가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잠자리, 나비, 꿀벌 등을 만든다. 작가에게 곤충들은 자연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작가는 이러한 곤충들에 영원성을 부여하여, 콘크리트 아파트 공간에 갇혀 사는 도시인들 마음속에, 늘 자연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 작가는 말한다. 나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표현이라고. 멀어져 가는 생물을 도시에 끌어들이고, 관람자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시켜, 생물과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작가는 부식에도 잘 견디고, 녹이 생기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료를 좋아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거울처럼 외부 세계를 반사함으로써, 외부 세계나 관람자를 작품에 투영시켜, 작품과 하나가 되도록 하는 데 작가의 숨겨진 의도가 있다.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이성옥 작가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는 빛을 조각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2008년부터는 자연의 소리라는 주제로 자연 속 친근한 곤충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창조주가 우주와 자연을 만들었다면, 아름다움 중 최고의 아름다움은 신이 만든 자연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작가는 자연 속 숨겨진 아름다움을 예쁜 곤충들에서 발견하는 듯 보인다. ​● 2014년 성신조각회 정기 전시를 북촌 갤러리에서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회장이었던 이성옥 작가가 전시가 끝나자 감사의 선물이라며, 자신의 작품 한 점을 기증했다. 그 작품이 글을 쓰는 책상 한쪽에 가지런히 서있다. 잠자리 날개 반쪽을 동그란 구에 붙인 작품이다.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동그란 구에 관람자의 얼굴이 거울처럼 비친다. 온전한 잠자리 형상을 만든 작품과 달리, 잠자리의 반쪽 날개 형태의 작품은 아마도 빛의 형상화 작업과 관계성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구상이지만, 추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 어둡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브론즈와 달리, 하얀 스테인리스 스틸의 특징은 차가운 물성을 지닌 금속처럼 느껴진다. 날개 하나가 떨어져 박제된 잠자리 날개 작품은 도시의 외로움을 반영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 하나의 날개는 따뜻한 자연의 품을 벗어나, 차가운 콘크리트 도시 속에 떨어진 현대인들처럼, 쓸쓸한 마음을 들게 해서 감성을 자극한다. 인간은 종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인간들은 끝없는 욕망을 성취하려고, 자연을 망가트리고 변형시킨다. 그럼에도 자연은 묵묵히 인간을 포용해준다.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이성옥_Sound Of Nature_스테인리스 스틸_가변크기_2018

자연과 인접한 작업실에서 늘 자연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눈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할까? 이제 도시인들에게 자연은 찾아가야만 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이성옥 작가의 작품은 도시인들에게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추억과 자연이 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도와주는 도우미다. ● 생태계 파괴로 사라져 가는 수많은 곤충들이 작품으로라도 존재하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다양한 곤충들을 작업화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조형물과 같은 커다란 예술 작품을 통해서라도, 잠자리와 나비가 날아다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 권도균

Vol.20180619d | 이성옥展 / LEESUNGOK / 李成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