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민영이의 49재

서도이展 / SEODOYI / 徐圖利 / drawing   2018_0701 ▶︎ 2018_0715

서도이_26개의 영정_종이에 연필_20×20cm×26_2018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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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1:00pm~07:00pm

스페이스 XX SPACE XX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 B1 www.facebook.com/spacexx

그 날 여자와 남자의 몸에서는 서로의 DNA가 검출되었을 것이다. 다만 여자에겐 남자의 DNA 말고도 남자가 침 대신 욕을 뱉고 때린 자국이 있었으므로, 한 명은 울고 있었고, 한 명은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여자에게 처음 있는 것은 아니었고, 남자는, 이번에야말로 벌을 받겠지만, 마찬가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 여자는 세상이 거짓말 같다고 생각했다.

서도이_꽃상여는 아직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_종이에 연필, 목탄_130×162.2cm_2018

여자가 죽었다. 여자의 이름은 민영이다. 아니, 미영이였나. 그것도 아니면 지영이거나 하영이거나 소영이거나 혜영이거나 아영이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서도이_도망치는 구멍_종이에 연필_65.1×45.5cm_2018

여자는 가끔보다 자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가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지른데도 사람들은 듣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여자의 그림을 보며 야한 그림이라고 했다. 여자는 아닌데, 이거 무서운 그림인데, 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여자가 이런 일을, 이런 끔찍한 일을, 이 따위 일을 겪고 극복한 덕분에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여자는 이번에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다만 개미에게 속삭였다. 그럼 너도 산에 끌려가서 다리도 묶이고 죽을 때까지 쳐맞고 강해지렴. 여자는 참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깔깔깔.

서도이_망자의 염원_종이에 연필_78.8×218cm_2018

죽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추락사. 교사. 압사. 질식사. 병사. 쇼크사. 중독사. 감전사. 액사. 익사.

서도이_악_종이에 연필_72.7×90.9cm_2018

이 전에도, 이 후에도, 이렇듯 기억은 나지만 기억나지 않는 척 하는 것이 수월한 일들이 오만가지는 일어났으므로, 여자는 모든 걸 쉽게 잊을 수 있게 되었다. 여자는 지갑을 어디에 뒀는지, 내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차례로 모두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여자가 이 모든 일을 온전히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9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작가노트 중 일부) ■ 서도이

Vol.20180626c | 서도이展 / SEODOYI / 徐圖利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