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흘리다-Introspection about the object 'Dust'

이종미展 / LEEJONGMEE / 李鐘美 / painting.installation   2018_0626 ▶︎ 2018_0703

이종미_바라보다-無-我-空_회화 설치, 캔버스에 먼지, 오일, 풀_ 91×91cm, 지지대 20×91×10cm, 아크릴 구 지름 8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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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미 블로그_blog.naver.com/jongmeele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너트프라이즈 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주말_12:00pm~06:00pm

갤러리 너트 Gellary KNOT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94 (와룡동 119-1번지) 동원빌딩 105 Tel. +82.(0)2.3210.3637 galleryknot.com

나는 생명입니다 / 허공에 몸을 긋다 긋다 긋다 / 한지 바른 유리창 칼처럼 헤질 때 / 날아간 움직임들 성에 낄 때 얼어 / 똥알들로 똑똑 떨어진다면 / 나의 하늘은 여전히 살았습니다. (이종미 자작시 「시간을 흘리다」)

이종미_시간을 흘리다_회화 설치, 캔버스에 먼지, 오일, 라인테이프, 거울조각, 알미늄_ 91×91cm, 지지대 10×90×10cm

작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본다는 것'에 관한 인식의 한계를 묻고 실재하는 이미지로 '먼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과정으로 작업의 재료들이 삶을 드러내는 근원적인 무엇일 수 있음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비유적으로 인간의 몸과 유비하여본다. 흘리고 뿌려진 오일이 마르는 시간동안 캔버스에 먼지가 쌓인다. 먼지는 사실 이미지를 조금만 강화시켜도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화면에 먼지를 담기 위해서는 다른 안료를 섞지 않은 채 오일을 흘려 말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캔버스를 대하는 순간부터 주어진 여건으로 제한되는 주체의 행동이 생기는 것이다. 캔버스를 눕혀야 하고 마르는 동안 시간을 두어야 하고 이성적으로 통제해서 해결할 방법보다는 말리는 시간동안 장소의 여러 사건들에 보이지 않게 이미지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종미_바라보다-空_캔버스에 먼지, 오일, 풀_91×91cm_2018

화면이 이뤄지는 동안 비존재인 '나'의 존재감의 시간은 오일의 끈적임과 유동성을 지닌 캔버스가 '먼지'를 받아냄으로써 화면에 저장된다. '먼지'는 무의식의 통로를 제공한다. 그린다는 것은 그리기의 원초적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상황을 내포한다. 흘리다, 뿌리다, 긋다, 등의 행위들은 의식이 '나' 자체를 대상화하여 이미 행위에 내재된 모든 사건들이 발생하는 시점을 지시한다.

이종미_뱃길_캔버스에 먼지, 오일, 안료, 비닐, 거울조각_91×91cm_2018

즉 흘리고 뿌리는 행위들은 생리 혈과 체액의 구체물을 암시하는데, 이는 몸이 삶에 대해 늘 근원적인 바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하며 동물이기도 한 인간에 관한 사실인 것이다. 조형적으로 피의 재현과 이물감 먼지 오일 라인테이프의 선 등등 몇 가지 오브제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화면은 심리적 풍경일 것에 관한 막연함만 가진 채 저지르면서 시작된다. 먼지가 실재하는 오브제인 반면 생리 혈은 마치 그와 같은 상태를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주관적으로 인식한 사람 중 하나인 내가 재현하는 것이다. 재현의 완성은 무의식적이고 심리적인 풍경일 것이다.

이종미_배꼽 우주_캔버스에 먼지, 오일, 안료, 머리카락, 아크릴 반구_91×91cm_2018

변기 물을 내리기 전 물끄러미 바라보는 붉은 방울방울들의 장면을 잊지 않고 재료와 시간을 들여 캔버스에 재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한 선택이었을 듯 하지만, 그 속은 행위자인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으며 다만 어린이가 흙장난 하듯 직관적이며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시작이었다고만 말 할 수 있다. 눕혀놓고 작업을 해나가다 보면 더욱 그렇게 즐겁기만 하다. ■ 이종미

이종미_떨리는 섬_회화 설치, 캔버스에 먼지, 오일, 머리카락, 안료, 아크릴, 반구, 라인테이프_ 91×91cm, 지지대 10×90×10cm_2018

무의식을 관통하는 의식적 시선 ● 작가 이종미의 작업은 검붉은 피 ,혹은 덩어리져 엉겨 붙은 안료나 오일의 흘러내림 등의 우연한 듯 보이는 비정형들의 조우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작업의 방향성은 다분히 의도적이며 생물학적 모체와 함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개인적인 한 시절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미_비가 내렸다_회화 설치, 캔버스에 연필드로잉, 먼지, 오일, 머리카락, 안료, 아크릴, 반구_ 91×91cm, 지지대 10×90×10cm_2018

그러나 여기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점은 작가가 시간의 움직임을 통해 그 시간이 지나야 만이 의식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먼지와 생리의 혈(血)을 꼽았다는 점이다. 우주와도 같은 여성신체기관의 부산물로서 떨어져 나오는 생리의 혈을 작품의 재료나 재현 등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본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천착하여 작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긴 한데, 모호하기 짝이 없는 비구상적인 재료로서 애매한 비정형화를 설득하고 있으며 관객에게 회화적 언어에 공감과 인상을 남기는 묘한 비범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미_하늘_캔버스에 먼지, 오일, 아크릴, 스티커_91×91cm_2018

작가, 특히나 여성 작가들은 싫든 좋든 성(性)적 정체성에 기반 하는 환경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여성이 가지고 있는 생리적 특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두 번 쯤 경험하며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 이종미는 눕혀놓은 캔버스 위에 오일을 바르고 그것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흔적들을 더듬으며 자연스레 생겨난 자국들이나 현상들을 채집한다. 그 자국들은 어찌 보면 여자의 육신과도 같이 그 표면을 타고 흐른 세월의 흔적들이다. 화면 속에서 그것들은 시간이 흐른 뒤 자연과 함께 무엇인가를 남기기도 하며 마치 할퀴운 자국과 같은 잔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미_종미 진경_캔버스에 먼지, 오일, 라인테이프_91×91cm_2016

캔버스를 타고 흐르는 오일의 형상은 추억을 관통하여 잊혀 지거나 또는 흉터처럼 몸과 마음에 남아 쓸모없어져 한 달 뒤에 배출되어버리는 생리의 혈처럼 화면에 흐르거나 검붉게 엉겨 붙어있다. 그래서 캔버스는 그저 빈 의자와도 같이 누워서 시간과 자연적인 섭리의 손길이 훑고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과정으로서의 흘리고 뿌리고 긋는 행위들은 본인에게 내재한 본능에 기반을 두는 원초적 행위로서 캔버스를 통하여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표현의 산물들은 자기 육신의 부산물과 함께 동물적 이리 만치 삼키고 내뱉어지는 배설이며 생성과 소멸로서 거듭나고 있다.

이종미_떨어지다_캔버스에 먼지, 오일, 안료, 머리카락, 아크릴 반구, 깃털_91×91cm_2018

인간의 생은 태어나 죽기까지 수천만 번의 세포분열과 성장 노화의 단계를 거침은 물론이거니와 그 과정 중에서 여성이라면 생리와 출산 그리고 폐경까지 삶의 단계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거대하고도 오묘한 캔버스가 아니면 무엇일까. 작가 이종미는 바로 그런 인간, 특히 여성의 신체와도 같은 캔버스의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뒤엉킴과 시간의 두께를 뒤집어쓴 오일들의 먼지 앉고 세월의 때가 낀 화면으로 여성의 자궁 속,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성장과 노화를 그림으로서 대변하고 있다. ■ 갤러리 너트

Vol.20180626e | 이종미展 / LEEJONGMEE / 李鐘美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