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시간

전형산展 / JUNHYOUNGSAN / 全炯山 / sound.installation   2018_0629 ▶︎ 2018_0728 / 일,월요일 휴관

전형산_불신의 유예 #1; void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180×60×40cm_2018

초대일시 / 2018_0629_금요일_06:00pm

오프닝 사운드 퍼포먼스 / 전형산+박승순

작가와의 대화 / 2018_0714_토요일_03:00pm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 인사미술공간_한국창작아카데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원서동 90번지) Tel. +82.(0)2.760.4722 www.insaartspace.or.kr

『잔향시간』은 현대 미술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를 '소리'라는 매개를 통해 보여주고자 기획된 전형산의 개인전이다. 전형산은 '비음악적 소리'를 주요 소재로하여 소리가 결합되는 과정이나 해체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또는 빛이나 기계 장치를 통해 소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작가가 생산하고 변주하며 가시화하는 소리가 어떻게 관람객에게 감각적인 예술의 형태로 작용하여 소비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어떻게 현대 미술계의 순환을 은유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작가에 의해 생산된 소리를 관람객이 청취하는 과정은 전형산에게는 작가로서 관람객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스스로 생산한 예술이 생산과 소비가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적 현실 안에서 존재하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소리의 생산과 청취의 과정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 전시는 「불신의 유예」 시리즈와 개별 작품인 「4개의 작은 타자들」, 그리고 「소멸되지 못한 말」로 구성되어 관람자의 자유로운 전全감각적 경험을 이끌어 낸다. 특히 이번 전시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는 「불신의 유예」 시리즈는 불특정한 소리 혹은 이미지 조각들이 구조적으로 환원, 변이되어 울림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전시 공간을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잔향시간'은 소리가 공간 안에서 생성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공간 속에서 그 과정으로서의 시간은 우리가 절대적 가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잠시 보류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를 단지 지금, 여기에 머무르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를 통해 생산된 소리는 우연성과 즉흥성을 배제하지 않은 소리로, 완결되지 않은 채 공간을 배회하며 새로운 의미를 기다린다.

전형산_불신의 유예 #6; here$now_인터렉티브 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41×86×20cm×2_2018

관람자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전시장 1층은「불신의 유예#1; void」와 「불신의 유예#6; here$now」, 「소멸되지 못한 말」로 구성되어 소리의 시각화를 강조하고 관람자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불신의 유예#1; void」는 위아래로 반복하며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환경을 인식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이는 또 다른 그림의 악보graphic score로 기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따른다. 실제로 기계장치는 관람자를 포함한 주변의 전시장 환경을 스캔하며 연주를 시작하고, 연주된 악보는 출력되어 공간에 쌓여 나간다. 이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비가시적 소리가 되고 그 소리는 또 다시 그림 악보로 가시화 되는 시스템 안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비어있지만 동시에 비어있지 않은 소리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전형산_소멸되지 못한 말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40×50×20cm_2018

그 맞은편에 놓인 「불신의 유예#6; here$now」는 두 개의 라이트 박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언어적 소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관람자는 오른쪽 장치의 모스부호 입력기를 통해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메시지는 액정에 시각화됨과 동시에 내부 장치에 의해 소리로 변환된다. 그 과정에서 생성된 소리는 왼쪽 장치로 전달되지만 여기에서는 주변의 소리를 동시에 인식함으로써 처음 입력된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생산해낸다. 지금, 여기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맥락에 따라 본래 의도나 목적을 상실한 다양한 메시지들은 임의적 가치 판단의 오류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오류가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는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한편 안쪽 공간에 위치한 「소멸되지 못한 말」은 마이크로폰을 통해 관람자가 입력한 소리 혹은 주변으로부터 입력된 소리를 턴 테이블의 야광판 위에 시각화한다. 누군가에 의해 생성된 소리는 금세 공간에서 사라지지만 그 흔적은 턴 테이블 위에 누적되어 남는다. 생산이 소비와 직결될 때 가치와 의미를 가지는 현실에서 소비되지 못한 것은 무용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생산된 모든 소리를 고스란히 야광판 위에 기록한다.

전형산_불신의 유예 #3; contact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지하 1층의 「불신의 유예#3; contact」는 관람자가 시•청각을 넘어 온몸으로 소리의 접촉을 느낄 수 있도록 감각적 효과를 극대화시킨 작업이다. 번쩍이는 6개의 안테나Loop ANT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주파수를 잡아내고 마치 소리의 기원인 악보와도 같이 회전하는 원통은 무분별한 소리의 해체와 재배치를 시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전시장에 퍼져있는 다섯 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간을 이동하고 지배하며, 거기에 불빛과 기계의 움직임이 더해져 하나의 스펙터클을 이룬다. 그러나 어느 것도 인지 가능한 함의는 없으며 다듬어지거나 편안하지도 않다. 다만 압도적인 그 공간 안에 관람자는 존재할 뿐이며 그들의 움직임과 경험을 통해 새롭게 재생산되는 의미를 기다릴 뿐이다.

전형산_불신의 유예 #3; contact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전형산_불신의 유예 #3; contact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_부분

「불신의 유예#5; dismal」과 「불신의 유예#2; tremor」, 「4개의 작은 타자들」이 놓인 전시장 2층에서는 소리의 해체와 결합, 그리고 변조 등 구조화에 대한 작가의 연구가 확장된다. 「불신의 유예#5; dismal」의 마주보고 있는 두 스피커에서는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X와 X'로 기호화되어 각각의 스피커에서 작은 시간차를 두고 발생되는 소리들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음색이 희미해진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작아지는 소리는 인간이 소리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지만 어느새 인간의 통제력은 좌절되고 절대적인 의미전달체로서 여겨졌던 음성언어는 그저 소리로 존재하는 청각적 경험 그 자체로 기능한다. 「불신의 유예#2; tremor」의 기계 장치는 작가가 구성해 놓은 칼라 슬라이드를 읽어 와이어의 진동을 생성해 나가며, 그 사이를 오가는 케이블카의 움직임은 와이어의 진동을 제한한다. 작은 진동에서 시작된 소리는 공간을 울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4개의 라이트박스로 구성된 「4개의 작은 타자들」은 전자파의 시그널을 소리로 변화시켜 들어보지 못한 소리들을 제공한다. 각각 생성된 소리들은 단지 존재하지만 소비되지 않은 또 하나의 소리로 남는다.

전형산_불신의 유예 #5; dismal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100×28×25cm×2_2018
전형산_불신의 유예 #2; tremor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전형산_불신의 유예 #2; tremor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이처럼 작가의 사운드 설치 작업은 다양한 비음악적 소리를 통한 청각적 경험뿐만 아니라, 빛과 기계장치의 키네틱한 동적 요소를 통해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경험 또한 제공한다. 소리는 비가시적이고 추상적인 존재이지만 그것을 가시화하고 우리 앞에 드러내기 위해 작가의 다양한 조형적, 공학적 연구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오랜 연구와 복잡한 시스템을 거쳐 생성된 소리나 이미지들이 항상 듣기 편하고,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연 중에 마주치는 것들, 불편하고 무의미할 수 있지만 그저 존재하는 것들을 감추거나 배제하려 들지 않는다. "주인공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범적인 인간만으로 구성된 사회는 어떠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작가의 언급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것은 비음악적 소리를 소재로 사운드 설치 작업을 하며, 스스로를 비주류 아티스트라고 보고 있는 작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관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러한 관심으로부터 한 발짝 더 나아가 생산과 소비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존재들의 의미와 가치가 어떻게 정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술 작품을 포함한 수많은 요소들은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고, 그것을 생산해내는 이들의 노동과 노력에도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지만 소비가 생산의 절대적 이유가 되는 현실에서 소비되지 않는 생산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신은 잠시 전시를 통해 유예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잔향시간' 안에 울리고 있는 소리들은 여러 우연적 요소와의 불완전한 접촉을 통해 그 의미가 완결되지 않고 열린 시간으로 향한다. 전시 『잔향시간』을 통해 잠시 유예된 시간 속에서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움직임에 매료되어 우리의 공감각적 지각들을 집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전형산_4개의 작은 타자들_사운드 설치, 혼합재료_38×25×13cm×4_2018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사업의 성과보고 시리즈의 일환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차세대예술인력육성 지원사업(AYAF)'과 '창작아카데미' 사업을 통합 및 개선하여 2016년부터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는 문학,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오페라, 무대기술, 창작기획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 35세 이하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분야별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 『잔향시간』은 2017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된 작가 총 일곱 명이 선보이는 성과보고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이다. 연구비 지원 및 공통 교육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서, 전시 기획∙진행 및 예산 지원은 인사미술공간에서 담당한 이번 전시는 시각예술분야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창작∙연구와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되었다. ■ 인사미술공간

Vol.20180629a | 전형산展 / JUNHYOUNGSAN / 全炯山 / sound.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