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여름생색

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   2018_0629 ▶︎ 2018_070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태환_김진우_김도경_박혜원_오흥배 인터미디어 Y_장인희_정성윤_정승원_지희장

주최 / 가송재단 후원 / 동화약품 기획 / 가나아트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0)2.720.1020 www.insaartcenter.com

제6회 『여름생색』展을 준비하며 ● 가송재단과 동화약품은 2018년 6월 29일부터 2018년 7월 9일까지 제6회 『여름생색』展을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지난 5월 가송재단은 전통 부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 문화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에 따라 제5회 가송예술상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이번 『여름생색』展은 가송예술상의 본선통과자 1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공 모는 부채 주제 부문과 콜라보레이션 부문의 두 가지로, 아홉 명의 작가는 부채를 모티프로 한 부채 주제 부문에, 한 명의 작가는 부채 장인(匠人) 김대석 선자장(扇子匠)과 협업하는 콜라보레이션 부문에 선정되었다. ●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부채 자체의 실용성이나 형상을 넘어 그것에 내재한 조형적 원리 혹은 부채와 연관 된 바람 같은 감각적 현상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채 중에서도 쥘부채 접선(摺扇)은 대나무 부챗살에 접은 한지가 덧대어져 편평한 평면을 이루고 선과 면이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들은 이러한 부채의 조형성에 주목하여 직관적으로 면과 선 자체를 다루거나, 개념적으로 작업에 반복성과 리듬감을 도입하였다. 한편으로 부채와 바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작가들은 바람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순간의 경험 또는 운동성, 시간성에서 발상을 얻기도 했다. 이렇듯 각각의 작품은 부채를 모티프로 삼되 부채의 외적 형상이나 기능성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의 안과 구조, 외연을 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정승원_접혀진 풍경_접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테이프_가변설치_2018
김도경_무한의 계단_금속판, 전기 용접_가변설치_2018

부채의 반복적인 선면에서 출발한 작가로는 정승원, 김도경이 있다. 정승원은 캔버스를 '접음'으로써, 접고 펴는 부채의 조형적 구조를 전시장에 구현하였다. 일반적으로 캔버스는 2차원의 평면으로 회화 행위를 할 바탕 면으로 활용되나, 작가는 캔버스를 접어 산과 골짜기의 기하학적 굴곡을 갖춘 오브제로 만들었다. 캔버스는 점선이 부착된 3차원 공간의 선면에 합치되어 놓였는데, 그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하학적 풍경화, 「접혀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김도경은 일상 의 오브제를 반복 및 변주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의미'에 주목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철판을 절곡折曲하고 반복적으로 이어 부채의 선면과 반복의 원리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무한의 계단」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관조하면, 계단의 형상에서 연상되는 기능과 오브제의 재료인 철판의 물성 자체보다는 계단 하나하나가 변주되며 이어지는 데서 오는 리듬을 감지하게 되고, 힘을 내어 어떤 행위를 반복할 때의 단상을 떠올리게 된다. 유형(有形)의 조각을 통해 도리어 무형(無形)의 개념을 말하는 작가의 개념적 태도를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김진우_U-057_한지에 오일콘테_90×131cm_2018
정성윤_雪山夢遊圖_한지에 아크릴채색, 라이스페이퍼_130.3×32.3cm×6_2018

김진우와 정성윤, 박혜원, 인터미디어Y는 전통 회화의 형식으로서의 부채에 주목하였다. 김진우와 정성윤은 전통 회화가 부채의 부채꼴 선면과 조형적으로 조응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형식과 화법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 산수를 완성했다. 김진우는 「U-038」에서 성냥갑 같은 고층 빌딩이 집적된 도시풍경을 그렸다. 을지로에서 작업하던 시기 매일 건물이 올라가고 무너지는 건설 현장을 바라보면서 건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도심의 빌딩숲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산수와 같다"라고 말한다. 정성윤은 「雪山夢遊圖」에서 설경雪景을 새로운 구도와 색채로 재구성하여, 그 계절 그 공간을 거닐며 느꼈던 정서를 화폭에 담아냈다. 생경한 색의 물감을 덧입혀 재현된 어딘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마주하며, 우리는 그가 걸었던 공간, 그가 스친 바람, 그에게 스쳤던 단상을 가늠하며 내면의 풍경과 조우하게 된다. 두 작가가 그린 설경과 도시 풍경은 수묵화의 정신성을 넘어 일상의 정경을 담는 근래 동양화단의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혜원_부채–사랑愛표 Windy Garden_ 퓨징, LED 라이트박스, 5CL 디지털 세라믹, 그물, 드로잉_가변설치_2018
인터미디어 Y_Perception_미디어 아트_00:04:28_2018

박혜원은 부채에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써서 정감을 담았던 우리 고유의 문화에 영감을 받아 「부채-사랑愛표」를 제작했다. 의미를 표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박혜원이 선택한 방법은 사랑을 표상하는 보편적인 기호 ♡와 한자 愛자를 차용한 뒤 그것을 분절하고 재조합하여 유리에 입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상(像)은 단순히 차용되고 모방된 것이 아니라 '다시 그려진 기호'로, 그가 구상한 사랑의 정감을 표상한다. 한편 인터미디어 Y의 신작 「Perception」에서는 모니터에 달린 와이퍼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부채 모양의 영역을 형성하고, 관람객은 그 영역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와이퍼 뒤로는 비오는 날의 거리 정경이 펼쳐지고 고古 문구의 필치를 닮은 일상적 문 구와 가짜 인장이 보인다. 부채에 그려진 문인화를 닮았지만, 형식만을 취했을 뿐이다. 인터미디어 Y는 의도적으로 부채 선면과 조응하지 않는 유사 문인화를 보여줌으로써 대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불완전하며 인식의 틀에 영향 받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희장_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_ 스판 패브릭, 동전, 고무밴드, 선풍기_300×280×300cm_2018
장인희_흩어진 순간들_미러 PET 필름, 아크릴판_114×182×8cm_2018
강태환_비움공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부채를 부치면 바람은 우리를 새로운 감각으로 이끌고 잠시나마 일상의 상념을 잊게 해준다.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순간의 경험은 형용하기 어렵다. 지희장과 장인희, 강태환은 바람을 시각적·공간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그런 순간을 다시금 경험케 해주는 듯하다. 생성에서 소멸로 이르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관심을 가져왔던 지희장은 이번 전시에서 푸른색의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바람이 흐르는 공간을 형성했다. 「바람을 걷다, 바람 위를 걷다, 바람을 걷어내다」에서 벽과 천을 연결하는 고무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부드럽게 벽에 매인 천은 공간 속 바람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 공간 안에서 관람자는 바람을 느끼며 바람 위를 걸을 수 있다. 장인희의 「흩어진 순간들」은 금빛의 얇은 필름을 오린 뒤 조합하여 완성된다. 각각의 조각은 과거 어느 순간 그가 이끌리는 대로 오린 순간의 단편으로, 현재의 선택에 따라 조합된다. 작품 앞에서 관람자는 작가의 의도와 달리 춤추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하고 우는 사람을 찾아내기도 한다. 작가의 말마따나 "과거의 필연과 현재의 우연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 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강태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비움 공간」을 선보인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찬 것과 빈 것과 같이 대립항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광섬유를 빈 공간 속에 늘어뜨림으로써 보이지 않던 틈, 사이공간을 가시화했다. 공간을 타고 흐르는 바람결에 광섬유가 일렁이며 틈이 보이게 되면서 무(無)와 유(有), 존재와 부재 사이가 흔들린다. 수많은 광섬유로 '채워진' 공간이 '비움' 공간이라고 명명된 까닭이다.

오흥배_겹_캔버스에 유채, 혼합재료_91×116.8cm, 105×150cm_2018

이들 아홉 명의 작가가 부채를 모티프로 삼아 개별 작업을 했다면, 오흥배는 국내 유일의 접선장(摺扇匠), 김대석 장인 과 협업하였다. 장인은 대나무를 하나하나 깎고 다듬고 이은 뒤 변죽까지 직접 달아 제작한 부채를 작가에게 제공하였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To see, To be seen」에서 오흥배는 부챗살 뒤로 점차 시들어가는 꽃의 이미지를 입힌 여러 장의 아크릴판과 극사실주의 회화를 배열하였다. 여러 장의 꽃 이미지로 만든 겹(layer)들은 접히고 펼치는 접선의 겹과 개념적으로 대응하는데, 작가는 겹을 통해 보이는 대상인 꽃과 보는 주체인 작가가 만난 복수(複數)의 시간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 이처럼 제6회 『여름생색』展에서 10인의 작가들은 부채의 선면이나 반복의 원리, 회화 형식으로서의 기능성과 그것이 일으키는 바람과 순간의 감각 등 부채와 연관된 유·무형의 속성들을 자신의 작업방식과 접목시켜 회화와 입체, 조각과 설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조형언어로 풀어내었다. 작가들은 기존에 부채로 작업하지 않았기에, 부채를 면밀히 관찰하고 부채와 자신의 기존 작업방식 사이의 접점이 무엇인지 부단히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어느 작가가 말했듯, 그 고민의 시간은 오히려 자신의 작업을 새롭게 들여다보고 작업의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계기로 이전엔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지나쳤던 부채의 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 역시 이와 같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동시대에 유의미한 지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담지한 미학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조현아

Vol.20180629c | 제6회 여름생색-2018 가송예술상 본선통과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