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

john doe의 실종展   2018_0629 ▶︎ 2018_0729

초대일시 / 2018_0629_금요일_05:00pm

기획 / 옥민아_이정아 후원 / 서울문화재단_카페보스토크X공공연희

관람시간 / 11:00am~24: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 PROJECT SPACE 00 YEONHUI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5길 98 카페 보스토크 1층 Tel. +82.(0)2.337.5805 www.facebook.com/00yeonhui

전시 참여 방법 ● 그 남자의 방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의 물건들을 만져보고 앉아 보아도 됩니다. 그의 물건들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작은 소품의 경우 그 남자의 방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당신 손에 들려 갈 수 있습니다. 큰 가구, 혹은 가전제품의 경우 7월 29일 이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물품 구매 방법 ● 현금 혹은 카드 모두 가능합니다. 가격은 책정되어 있으나 조정 가능합니다. 당신이 생각한 적정한 가격이 책정가보다 높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프닝 참여 방법 ● 그 남자의 실종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 남자의 방에 모여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대체 왜 사라진 것일까'에 대한 각자의 추측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허심탄회한 토로의 장에 필수인 자신이 마실 술, 음식을 준비해 오시면 됩니다. 주인 없는 방에 앉아 주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2018년 여름, 그리고 7월. 한 남자가 사라졌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먹던 쌀, 라면, 두루마리 휴지, 절반쯤 남은 샴푸, 침대와 티비 할 것 없이 생존을 증거하는 흔적들을 고스란히 남겨 둔 채로 그 남자가 사라졌다. 공과금과 월세는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실종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완전한 증발, 혹은 의도된 실종. 평생을 대한민국, 서울 이외의 장소에서는 살아 본적 없는 이 남자를 짐작건대 이 사건을 용기 있는 이주 내지는 도전적인 이민이라고 에둘러 안심하기에는 모순이 있다. 내일 갈아입을 팬티한장 챙기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치가 떨리게 내가 살던 곳, 살아온 시간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일까. 과거의 모든 흔적을 일거에 단절한 채로 완벽하게 새로운 인간으로 리셋하고 싶은 발칙한 욕망인 걸까. 그의 모든 흔적은 정물처럼 남았다. 예상보다 더 멀쩡한 그의 살림들은 자꾸만 '도대체 왜?' 라고 묻게 만든다. 일단 그는 사라졌다. 타인에 대한 음흉한 호기심, 실종이든 도피든 '탈출',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부러움, 성실하지 못한 인간들이나 일상을 파괴하는 도발을 일삼는다는 과격한 단정. 당신의 감상이 무엇이 되었든 품게 되는 질문, 도돌이표처럼 다시 돌아오는 질문.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이주(移住), 사는 곳을 옮긴다. ● 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의 영혼과 추억이 함께 간다. 그는 자발적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자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를 떠나게 만든 '타의'는 무엇인가. 오랜 시간 불면증에 시달린 이남자는 결국 침대를 벗어나서 집을 벗어나고 도시를 벗어나더니 대한민국을 떠났다. 침대 밑에 숨겨진 작은 콩알 하나가 그를 괴롭혀 왔다. 어딘지 모르게 결리고 개운치 못한 감각에 평생을 시달려 왔다.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은 감각은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 콩알은 누가 숨겨 놓은 것일까.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보니, 포대기에 싸여 잠들 때부터 그의 등뒤를 불편하게 만들던 콩알 하나. 작은 콩알 하나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다면 실종된 john doe를 찾을 수 있을까.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공공연희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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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권에게 남긴 쪽지 ● 상권. 뒷일을 부탁하는 것만큼 염치없는 짓은 없다는 걸 안다. 한 인간이 그저 사는 데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할 일인가 새삼 구역질이 난다. 분비물 같은 내 쓰레기들을 니가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반드시 너 여야 한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돌아오기는 할 건지' 구구절절 묻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렇다. 너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씻고 자고 싸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그래서 매일을 살면서 '여기서 대체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이 태평한 질문 하나가 나를 끝없이 괴롭혀 왔다. 나는 대답을 정한 듯하다. 나의 모든 먹는, 씻고 자고 싸는 행동들을 이곳에서 반복하는 것을 중단하려고 한다. 나에게 쓰임을 당하던 전부를 두고 간다. 처리를 부탁한다. 이 물건들은 나 같은 질문에 시달리지 않는 건강한 시민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란다.

Vol.20180629k | 특수청소-john doe의 실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