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 x mental Hertz

윤석문展 / YUNSEOKMOON / 尹錫汶 / painting   2018_0630 ▶ 2018_0714 / 일,월요일 휴관

윤석문_자명한 산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324cm_2018

초대일시 / 2018_0630_토요일_05:00pm

기획 / 윤석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월요일 휴관

지구발전오라 광주시 동구 대인동 313-4번지 2층 Tel. +82.(0)62.232.4191 www.facebook.com/pg/daaura2015

그에게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쩌면 입이 라는 게 없어서 그랬던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을 지켰다. 한참이나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대로변 모퉁이에 버려진 무표정한 곰 인형과 그 앞에 선 한사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자명한 물음에도 여전히 침묵만이 떠다녔다. 단지 우리는 각자의 소중한 관계에서 멀어졌다는 것. 가로등 불빛 아래 차가운 사실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입이 없는 곰 인형과 나는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이유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밋밋한 존재감, 긴 침묵이 가져오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를 오해하고 점점 밀어냈다. 그렇게 뒷걸음질 치다 갈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이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곰 인형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되도록 이면."

윤석문_Aha ch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65cm_2018
윤석문_Aha ch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65cm_2018
윤석문_Subwa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116.5cm_2017
윤석문_Relat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45.5cm_2015
윤석문_습관(Dor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3cm_2017
윤석문_습관(Lit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3cm_2017
윤석문_귀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17

그렇게 입이 없는 곰 인형과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관계들을 뒤로 한 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젠 누군가에게 버림받지 않게, 아픈 기억이 되지 말자는 다짐을 하면서 둘은 차갑고 어두운 새벽을 지나 밝아오는 아침을 향해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친구가 생겼다. 좋은 사람들과도 만났다. 곰 인형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여전히 말수가 적어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듯 사람들의 이야기에 흐름을 맞추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그들을 생각하며 연필을 끄적거린다. 가끔 가시밭길을 걸으며 상처가 나고 사막 같은 허무에 빠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여정은 나쁘지 않다. 어두웠던 지난 과거의 재회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 소박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한걸음 씩 나아간다. ■ 윤석문

Vol.20180630b | 윤석문展 / YUNSEOKMOON / 尹錫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