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의 정물 mise en scène

구성연_김용훈_서지선_이주은_정현목展   2018_0701 ▶ 2018_1215 / 백화점 휴관일 휴관

이주은_사물극_캔버스에 프린트, 레진, 아크릴, 목탄_100×10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주)신세계 주관 / 신세계갤러리

관람시간 / 평일_10:30am~8:00pm / 금,토,일_10:30am~8:30pm / 백화점 휴관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본점 SHINSEGA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로 63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아트월 Tel. +82.(0)2.310.1922 shinsegae.com

본관 아트월에서는 정물을 소재로 연출된 찰라의 장면을 시각화하는 5인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정물화의 고전적인 개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용한다. 흔히 정물화를 이야기할 때 17세기 네덜란드 회화를 되짚어보게 된다. 경제, 문화 제반 분야에서 황금기를 맞이한 그 시기 기독교적 세계관이 희석되고, 신흥 부유층의 자본이 회화에 모여들면서 정물화가 풍미하였다. 한편 그 시대는 전쟁, 흑사병의 범람으로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는데, 이를 배경으로 교훈적 삶의 아이콘들이 정물화 소재로 등장한다. 이 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대를 거스르는 도상학Iconography의 심도 깊은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김용훈_시대정물_피그먼트 프린트_110×85cm_2014

바니타스Vanitas 미학은 정물화에서 '삶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죽음, 허무함을 의미하는 도상으로는 타버린 초, 해골, 시들어가는 꽃과 과일, 비어있는 와인잔, 깃털 등이 대표적이다. 정현목은 이 고전적인 도상을 차용하여 어두운 배경 속에 흰 천 위로 꽃, 과일, 새장, 오브제들을 배치하여 세속적 욕망과 허망함을 표현한다. 마치 영화의 세트장처럼 연출된 사물들은 기법적으로는 현대 광고, 화보처럼 보여진다. '찬란하지만 사라지고 마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구성연의 설탕으로 만든 오브제로 이어진다. 작가는 황학동 시장 등지에서 유럽 궁정문화 소품을 카피한 장식품들을 수집한다. 이국적인 느낌의 화병들은 일견 화려하지만 조야하다. 설탕으로 만들어져 황금색으로 녹다가 굳어버린, 그리고 다시 녹아 내리는 그 찰라가 작품들로 탄생한다.

서지선_15032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70cm_2015
구성연_Sugar11_잉크젯 C 프린트_150×200cm_2014

'사라지지만 찬란한 것',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 대한 은유는 정물화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죽음은 예상치 못한 한 순간일 수 있으며, 누구든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생명체의 유한성은 모든 고통은 헛된 것임의 다른 표현으로, 우리의 살아있음은 오히려 더 찬란해진다. 김용훈은 오색찬란 시리즈에서 꽃의 화려한 순간을 감성적으로 전한다. 덧없는 아름다움이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정제된 양식으로 표현되었다. 실제로 수백개의 화병을 수집하고 꽃을 사는 것이 일상인 작가는 삶 안에 가까운 죽음의 자리를 명확히 의식하고 역설적으로 생의 찬란함을 추구한다.

김용훈_오색찬란_피그먼트 프린트_110×85cm_2014
서지선_11031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140cm_2012

감미로운 색채로 카페 안 인물들의 자유로운 한때가 그림 속에 펼쳐진다. 서지선의 작품은 일견 르느와르Auguste Renoir가 그린 보트의 만찬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 감미롭고 평화롭다. 그러나 그림 속 유리잔, 접시, 샴페인 병은 깨져 버릴 듯 자잘한 색면으로 표현되어, 현대인의 우울감에 주목하는 시선을 보여준다. 말없이 신문을 보거나 주스를 마시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이 무미건조한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된다는 진실을 담담히 말한다. 이주은의 사물은 축적된 시간, 사사로운 기억의 상징물이다. 작가는 나무의 결에서 켜켜이 쌓인 시간들을 느끼거나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쿠키상자 속 물건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애플쥬스, 맥주 캔의 잘려진 형상을 레진으로 마감한 작품들은 박제된 시간을 연상시킨다.

정현목_Still of Snob - Scene 01102008_피그먼트 프린트_86×120cm_2011
정현목_Shift of Life - the crowd 6010802_피그먼트 프린트_85×150cm_2011

'미장센'이라는 전시명처럼 작가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구성하듯 오브제들의 배치, 장치, 조명 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는 존재와 부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깃들어있다. 정물화의 전통은 동시대 작가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영감을 불어 넣는다. 이 전통이 어떻게 새로운 시각언어로 해석되었는지, 스무고개 게임을 하듯 미술가의 정물들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 신세계갤러리 본점

Vol.20180702c | 미술가의 정물 mise en scèn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