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 Deep Gloom Beneath the Stairs

전윤정展 / CHUNYUNJUNG / 全玧貞 / drawing.installation   2018_0706 ▶︎ 2018_0722 / 월요일 휴관

전윤정_정화의 밤_캔버스에 검은색 라인 테이프_193.9×112.1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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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정 홈페이지_www.chunyunjung.com

초대일시 / 2018_0705_목요일_05:00pm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대학생 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 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메인 전시(일부러 불편하게) 관람시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있는날(매월 마지막주 수요일)_10:00am~09:00pm *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6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전윤정의 드로잉-불편한 상상 ● 우리의 보편적인 상상 행위는 감각적 의식의 범위로 제한된다. 상식적이고 익숙한 구체적인 세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면에 예술적 상상은 감각적 의식 세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우리 스스로가 닫아 버렸든, 아니면 어떤 원인으로 감추어 놓게 된, 더 나아가 라캉이 말하듯이 상징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 몰가치에 예술적 상상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원초적 단순함에서 온갖 잡다한 것에 이르기까지, 예술적 상상의 소재가 되고, 이런 예술적 행보를 통해서 의식 세계의 경계를 넘어선다. 예술가는 이 행보에서 마주하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오히려 예술가의 '불편함'은 '편안함'의 반의어가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는 즐거운 일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적·예술적 상상은 우리에게 무한한 세계에 대한 환상을 제공한다. 감상자는 그 환상 이미지 속에서 예술가의 상상과 호흡하고 주변 세계의 감추어진 실재와 호흡한다.

전윤정_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展_소마드로잉센터_2018
전윤정_Open Space_캔버스에 검은색 라인 테이프_130.3×198.9cm_2011

전윤정 작가의 힘은 무한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이 허구를 현실화하고, 시인의 상상력이 언어 속에서 비현실 이미지들을 화려하게 회생시키듯이 화가의 그림 속 상상력은 무한의 세계를 담아낸다. 그녀의 그림 속 상상력 역시 마술사가 마법 모자에서 무엇이든지 꺼내듯이 자신의 생각과 내밀한 감정을 얼개로 온갖 사물을 드로잉으로 표상된 공간에 펼쳐낸다. 마치 가스통 바슐라르가 바닷가에 널려있는 조개껍데기를 무척추동물이 거주하는 공간, 즉, 우리가 사는 집처럼 내밀한 공간으로 상상하듯이, 그녀의 작품은 무한한 이미지들이 들락거리는 마술적 상상 공간으로 표상된다. 이 때문에 작가의 마술적 상상력의 영역에서는 논리적 이성이 힘을 잃는다. 예를 들어, 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동물이 달팽이의 껍질에서 나오는 그림을 보았을 때 우리는 코끼리가 어떻게 달팽이 껍질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상상력의 작동 속에서 우리는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코끼리에게 달팽이 껍질 속으로 되돌아가 보라고 요구할 수 없는 법이다. 이처럼 작가의 상상은 논리의 틀을 초월한다. 아니면, 더 나아가 논리와 현상의 안과 밖을 휘젓듯이 넘나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전윤정_Emotional Architecture Line_캔버스에 검은색 라인 테이프_116×73cm_2010
전윤정_Emotional Architecture Line_캔버스에 검은색 라인 테이프_116×73cm_2010

전윤정 작가는 자신의 소소한 '생각과 감정'을 시각화하기 전에 낙서하듯이 무의식적으로 끄적거린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녀의 그림이 분명한 목적의식 행위에서 시작되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끄적거림의 행위에 기초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녀의 가느다란 펜으로 세밀하고 작게 물체를 끄적거리다가 점차 그 부피가 커지면, 그려진 물체들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인 형태를 발견하고 점차 비현실의 생명체를 창조하듯이 증식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낙서의 과정은 드로잉이라는 표상 형식으로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 속에서 감정 또한 무한히 증식하면서 자신의 화면을 구축해나간다. 즉, 그녀의 그림은 작가의 고유한 화면이면서 작가 자신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드로잉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상상력은 한계를 모르게 드넓게 펼쳐지면서도 한없이 깊어서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흩트려 놓은 듯해서 우리의 감각적 현실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그녀의 화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짧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던, 그 앎조차도 의심하지 않았던 먼 과거의 역사를 새로 서술해야 할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드로잉은 태초의 존재 원형을 탐색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전윤정_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展_소마드로잉센터_2018

요컨대, 전윤정 작가는 상상의 공간 속에서 감정의 거리, 깊이 그리고 너비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캔버스 화면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시장 벽면에 연기가 퍼져나가듯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그녀의 드로잉에서 등장하는 라인 테이프는 물질적 속성을 대신한다. 그녀는 드로잉에서 라인 테이프가 갖는 물질적 속성으로서의 '불편함'과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이중화시킨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불편한 드로잉'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중화는 표현의 영역에서도 드러난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는 숨김과 드러냄의 이중적 심리를 대신하며, 사물의 경계를 허물어 놓는다. 우리는 주체의 안과 밖의 세계,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실재와 가상을 뒤흔들며 상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녀의 드로잉을 역설적 의미에서 '불편한 상상'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수민

전윤정_Into Drawing 37_계단 밑 깊은 어둠展_소마드로잉센터_2018

생각과 감정의 기술-불편한 드로잉 ● 그 동안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노트 모서리에 낙서를 하면서 마음 속의 생각들을 끄적여왔다. 습관적으로 써내려간 낙서 위에 또 다시 겹쳐 그리거나 귀에 맴도는 단어들을 써내려가며 나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 소소한 '생각과 감정'을 시각화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가느다란 펜으로 매우 작게 그리다가 점차 크게 하거나 유기적인 형태로 증식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이 변화했다. ● 이러한 변화는 색에 대한 즉각적인 감정에만 집착하는 한계를 느낀 후, 점차 색을 배제하고 펜으로만 작업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탐색 끝에 마침내 지금의 작업에서 사용하는 검은색 라인테이프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 캔버스 혹은 공간의 벽에, 가늘게 자른 라인테이프를 겹쳐 쌓아 촘촘하게 박힌 검은 형상들을 쓰고 있다. 이렇게 직선과 곡선을 이용한 노동집약적 과정을 거쳐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제한적으로 표현된다.

전윤정_Cold wind of Reality_종이에 드로잉_19×28cm_2012

본인의 작업은 본질적 용도에서 벗어나 물질적 속성의 '불편함'과 현대사회 안에서의 '불편한' 감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본인은 이러한 라인테이프 작업을 '불편한 드로잉' 이라고 부른다. ● 사회적 관계 속에 얽혀 있는 복잡 미묘한 심리, 미처 표현되지 못한 생각과 타인과의 오해 등 감정의 파편은 이미지와 함께 깨알만한 텍스트가 들어간 드로잉으로 수집된다. 수집된 이미지는 오랜 작업 과정에서 시간의 단절이 주는 다양한 감정의 축적을 보여주는 가느다란 라인테이프의 선으로 조율된다. 그리고 외부에 실재하는 시공간적 제약을 인식하는 동시에 실존공간의 구조적 한계 위에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해 가며 그리듯, 칠하듯, 쌓고 겹치면서 형태를 구축하여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 검정 라인테이프라는 매체의 '불편한' 표현으로 다시금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면서 감정에만 집착하지 않는 이성적인, 이상적인 '나'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기술적 감각만이 아닌 내재된 이면을 드러내려고 한다. 테이프의 쌓기 또는 곡선과 직선으로만 나타내는 추상적 형상을 통하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생각을 감추려 하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듯 하지만, 라인테이프가 그려진 방안에서 본인은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차이점을 가지며 이렇게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

전윤정_Suppressed, Walk though the dark park_종이에 드로잉_19×28cm_2012
전윤정_Stagnant, The present is like dark_종이에 드로잉_19×28cm_2012

깊숙한 계단 밑을 조심스레 내려가 문앞에 닿을 때 모두와 그 중간에 지각의 문앞에 머뭇거린다. 중반쯤 왔다고 생각했을 때 창백해진 나는 어느 곳 어디에든 현실에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닫힌 마음과 기대하던 마음과 좌절의 마음이 동시에 나도 모르게 열렸다. 중반쯤 와보니 슬픔보다 두려움이 크다. 슬픔은 아름답고 아직은 두려움은 견뎌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견디면 희망이 그곳에.. 있을까? ■ 전윤정

Vol.20180706a | 전윤정展 / CHUNYUNJUNG / 全玧貞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