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밤 시간에 너는 나를

전리해展 / JEONRIHAE / 全梨晐 / photography   2018_0710 ▶ 2018_0728 / 일요일 휴관

전리해_자갈마당_라이트 패널, 백릿 필름_105×75cm_2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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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해 홈페이지_www.rihae.com

아티스트 토크 / 2018_0717_화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공;간극 SPACE KEUK 서울 중구 청계천로 160 세운청계상가 다/라열 301호 instagram.com/space_keuk

모호한 심경을 자아내는 장소에 대한 시선은 작가 전리해의 작업들 속에 일관되게 관통한다. 존재하나 어쩌면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것, 그것은 도시의 섬으로 남겨져 있거나 혹은 오랜 시간을 먼지같이 품고 있는 장소들이다. 그는 이것을 낡은 벽면에서 찾았고, 개발되지 않은 동네에서 찾았고, 새로울 것 없는 퇴색한 공원에서 찾기도 하였다. 방치된 듯한 수풀 속에서도 그의 행보는 여전했다. 그의 작업은 주마등처럼 변이되는 도시/개발 속에서 불연속적인 단층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허물어질 듯하고 낡은 시간을 품고 있는 주변부를 향해 왔다.

전리해_자갈마당_라이트 패널, 백릿 필름_105×75cm_2016~7

이 전시의 모티브가 된 '자갈마당'(대구 중구 도원동 소재), 100년을 이어온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장소성 자체가 도시의 주변부로 다뤄지는 그 이상으로 예민한 의제들을 에워싸고 있음을 알기에, 행여나 소재나 장소를 대상화한 것으로 섣불리 오해될까 우려된다. 밝혀두건대, 작가는 3년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장소를 리서치하며 스스로에게 다가온 혹은 습윤 되었음 직한 내용들을 수집해왔다. 무엇보다도 그 장소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면서 현재의 추이까지 관심을 잇고 있으며, 그가 그렇게 힘주어 움직였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이번 작업들을 통해서 내가 그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소를 에워싼 특정한 '상황'과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그의 태도였다. 습관적으로 산책을 통해 우연한 마주침/발견은 물론, 사생 활동으로서 그의 관심이 묻어있는 장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도 하고, 문득 의문점이 있으면 그 의문을 해결할 때까지 파고드는 집중력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포착하고 생성해온 장면들은 방치, 버려짐 내지는 어두움의 이면을 품고 있었고, 잔잔하면서도 극적이고 안온하면서도 그로테스크했다. 양가적인 정서로 말미암아 미묘한 생각이 잊히지 않는 것이다. '상황'은 대면을 통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재성에 맞닿아 있으며, '산책'은 관찰자로서 사건/타자와의 거리를 조율하게 하는 호흡을 내어준다. 그간 그가 다뤄온 주변부의 이야기들은 '산책'을 통해 시선의 머무름을 견지한 것이었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장소의 이야기들에 개입하는, '상황'적 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갈마당'이라는 긴 서사 속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어쩌면 사람-주변부에 놓여진/성매매 경험 당사자-의 이야기다. 그는 당사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픽션작업(비디오, 소설)을 통해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그 장소와 삶을 상기하게끔 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만들어내었다. 또한 자갈마당 내외부를 기록해왔던 사진 이미지들을 통해 그들 삶을 은유하는 듯한 장면을 구성해내고, 이를 통해 상황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장소를 증명해낸다.

전리해_태연한 기울기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29.7×42cm_2015~6

이 전시에서 우리는 자갈마당의 서사를 담지한 듯한 누군가의 읊조리는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복잡다단한 심경을 갖게 될 것이고, 동시에 왠지 그 읊조림의 끝에 어떤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불편함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저 환영과도 같았던 무엇이, 어쩌면 그제야 감각에 새겨지는 것일 지도 모른다. 환영이 흔적으로, 흔적은 상황을 통해 현재에 놓여있음을 증명하면서. ■ 최윤정

Vol.20180710c | 전리해展 / JEONRIHAE / 全梨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