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자장가 Very loud lullabies

정태후展 / JUNGTAEHOO / 鄭太厚 / painting   2018_0710 ▶ 2018_0715 / 월요일 휴관

정태후_밤의 빛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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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710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주말_01:00pm~06:30pm / 월요일 휴관

사이아트 스페이스 CYART SPACE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안국동 63-1번지) Tel. +82.(0)2.3141.8842 www.cyartspace.org

나는 표현적인 붓질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회화의 물질성에 특히 큰 관심이 있어 해당 요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회화와 드로잉 작업을 해왔다. 사진이나 실제 대상과 비교해 결코 같을 수 없는, 회화에서만 접할 수 있는 방식인 물감의 물성과 붓질로 시각화 되는 회화의 '표현'은, 내게 주제와 내용을 다루는 데 있어 매우 핵심적 요소이다.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방식이 아닌, 주관적으로 표현한 붓 터치가 만든 전체적인 화면의 '표정'이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이자 특징이 된다.

정태후_빗밤의 꺼풀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8

나는 끓어오르는 피를 진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자주 자장가를 불러야 했는지 모른다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안장혁 역,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문학동네, p.16 ● 요란한 자장가 괴테는 스물 다섯 살이던 17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상처받은 여린 영혼을 지닌 지적이고 감성적인 젊은이를 창작해냈다. 소설 속 베르테르의 여러 품성은 내게 최근의 회화 연작을 창작함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이다. 인용한 대목에서 나는 본 연작을 아우르는 주제와 키워드를 착안했다. 베르테르는 그의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장가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때론 청년의 감성은 자장가와도 같이 현실을 꿈으로 탈바꿈하고 자기 자신의 내부로 빠져 들어가는 요란한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그 자신의 감정에 깊이 들어가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감각과 감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오롯이 집중하여 자신만의 내•외부 세계를 꿈꿀 소중한 자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태후_미완된 밤의 식사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8

본 전시의 회화들이 재현하는 시간은 주로 밤이다. 시끄러운 낮과는 다른, 온전히 홀로 사색에 젖어들 수 있는 평온한 시간, 그러면서도 마치 거대한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검은 막의 무대 뒤 편. 나는 밤에 느낄 수 있는 특정 감정의 상태와 특유의 감성을, 소년 또는 청년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아 표현하고자 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드는, 명랑하고 즐거운 낮이 지나가고 밤이 오면 낮 시간에 살았던 사람과 동일인이란 게 이상할 정도로 낯선, 스스로의 감성에 푹 빠져든 시인만이 남는다. 우수에 젖어 불안하고, 알 수 없고(미지), 열정적이고 욕심 많고, 때로 모든 것에 초연한. 복잡하고 모순된 상태가 들이닥친다. 낮이었다면 낯간지럽고 멋쩍을, 유치하고 노골적인 감정도 밤의 옷을 입으면, 다소 차가운 밤공기에도 소년들의 연약한 맨 살을 감쌀 완벽한 가운(gown)이 되어줄 수 있다. 혼자만의 깊은 시간, 그리고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손길 같은 느린 곡조의 노랫소리. 그로 인해 찾아온, 선잠이 들었는지, 꿈속인지 모를 몽롱한 상태의 감각. 곁에 무엇이 있더라도 온전히 혼자서 빠져드는 자기 자신의 존재와 부재. ● 나는 인간의 여러 면면들 중, 자기 자신의 감정에 빠져들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인간만의,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면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면에 다소 우울하거나 감성적으로 빠져들어 현실과 주변에는 마음이 멀어져 무관심한 소년들과는 대조적으로 날카롭고 본능적인 상태로 관람자를 직시하는 부엉이 등 동물도 함께 표현했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거나 관찰한다는 것은 그 대상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그린 인물들의 시선은 자주 내리깔려 있거나, 초점이 흐려져 있거나 눈이 가려져 있다. 외부 또는 관람자를 향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어떤 경우는, 그림 속의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직 그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에게 발생된 밤의 감정뿐이다.

정태후_요란한 자장가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8

그림 속에 반영된 감정은 대체로 내가 경험하고 느껴본, 자전적인 것들이다. 인물의 '감정'을 거친 붓질과 물감의 물질성으로 시각화하는 것은 내게 지속적으로 중요한 표현 주제이다. 2014년과 2015년의 「소용돌이」 연작의 '불특정 인물화' 작업과 함께 자주 나의 남동생이 그림의 모델로서 등장해왔다. 막연하게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었던 '나의 감정'이 투영되어 그것을 빠른 붓질로 그렸다고 생각하는 인물화들과, '남동생'이라는 특정 존재와 그의 외형이 부각된 그림은 현재 내가 남성, 특히 내 나이 또래 청년들을 표현하는 데에 내용과 방식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작년부터 나는 인물의 감정 표현과 그에 따른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서사적인 것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고, 이전에 주로 얼굴로 한정해 그려왔던 회화의 소재가 확장되어 인물과 그의 주변 사물, 풍경, 문학적 요소 등 여러 배경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화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 정태후

Vol.20180710h | 정태후展 / JUNGTAEHOO / 鄭太厚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