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비행 A summer night flight

윤은숙展 / YOONEUNSOOK / 尹銀淑 / painting   2018_0717 ▶︎ 2018_0729

윤은숙_멈추지 않는 비행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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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717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부산 미광화랑 MIKWANG GALLERY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2(민락동 701-3번지) Tel. +82.(0)51.758.2247

없던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없던 것들이었다. 없다고 여겨지던 것들이었다. 모르던 것들이었다. 모른다고 여겨지던 것들이었다.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했던 것들이었다. 사실 뒤에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던 것들이었다. 역사의 빛에 가려 가뭇없이 사라진 신화의 별빛, 물리화학의 상을 차린 연금술의 국자, 천문학의 하늘을 연 점성술의 이야기처럼 있어도 없던 것들이다. 없던 것들을 찾아서 더듬고 맡고 말 건네는 자리에 함께 오르면 고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손을 당겨 춤을 춘다.

윤은숙_바람을 부르는 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7
윤은숙_소행성-푸른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18

꿈틀 일렁 출렁거리는 길 ● 무엇을 찾아가는지 모른다.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아무 것도 뚜렷하지 않다. 없음을 찾아가는 길이다. 온몸이 눈이 되어 살펴야 한다. 두발로 길 위에 서면 때론 길들이 꿈틀거리는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 꿈틀거림에 몸이 움찔하면 네발로 기던 때를 떠올리며 몸을 맡겨도 되겠지. 길이 꿈틀거리면 마음이 일렁거리고 일렁이는 마음을 타고 목숨들이 함께 일렁거린다. 일렁이는 목숨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면 길은 하늘에 닿을 듯이 넌출대고 출렁거린다. 이제 길이 길 위를 타고 놀고, 길이 길을 만나 이어지고, 어느덧 길이 나이고 내가 길인지 모르는 채 함께 어울려 길이길이 춤추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윤은숙_고요한 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45cm_2018
윤은숙_안식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cm_2018

길 위에 짓는 집 ● 집은 처음부터 없었다. 집은 있었지만 아무도 살지 않아 집은 없었다. 누군가 살고 있었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 집은 없었다. 집을 떠날 때 집은 보였다. 사람들이 살았던 자국들이 벽지 무늬처럼 아로새겨져 있었다. 떠나는 등 너머로 자꾸자꾸 뒤돌아보게 하는 낡은 집의 소리들이 귀를 잡아끈다. 소리 사이사이에 내 소리가 섞여 뒤돌아보고 싶지만 소금기둥이 되기는 싫다. 떠나는 이에게 집은 없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목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 바탕에 집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저마다 갖춘 집들의 목숨이 새근거리면 귀를 담아 들여다 듣고 싶다. 듣는 발치에 집을 지어볼까 한다. 집들이 누구도 내 집이라고 우기지 않으며 서로 들여다 들으며 함께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윤은숙_그대가 잠든 사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7
윤은숙_대지의 근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8

입들이 부르는 말귀 ● 말하지 않는 것들의 소리를 들으려면 그대가 잠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대도 잠들고 나도 잠든 사이에 입들이 깨어나 수런거린다. 수런거리는 입들이 소리길에 걸려 저마다 제 소리를 내며 노래 불러 나를 부른다. 노래가 불러 입이 귀에 걸리면 말귀가 열린다. 입들이 말을 사이에 두고 귀를 간질이면 새말들이 솟아나, 말이 말에 입맞추고 말이 말을 심어 말밭을 이룬다. 말밭의 이랑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면 말의 움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그대를 안아주리다.

윤은숙_고요한 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4×45.5cm_2018
윤은숙_고요한 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cm_2018
윤은숙_고요한 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3cm_2018

윤은숙이라는 소행성은 우주와 나 사이에 고요히 떠서 흐르고 춤추고 노래한다. 풀들과 사람과 집들과 길들이 따로따로 내는 소리들은 때로는 악기소리 같다가 때로는 재잘거림 같다가 때로는 궤도를 헤엄치는 별의 소리 같기도 하다. 갖가지 소행성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우주가 미어터지도록 빠글빠글 거리지만, 서로를 갖지 않고도 서로에게 속닥속닥 모두모두 속살속살 거리며 평화로운 누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때때로 심심해지면 해질녘 언덕에 나란히 앉아 '지구의 회전축이 기우는 소리'(노래 '전기뱀장어_별똥별' 참고)를 함께 들을 수 있다면 더욱더 좋겠다. ■ 신용철

Vol.20180717c | 윤은숙展 / YOONEUNSOOK / 尹銀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