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살구이끼 4: 닮은 그림 찾기_평면 더미 2018

박원주展 / PARKWONJOO / 朴嫄珠 / installation.sculpture   2018_0801 ▶︎ 2018_0831

박원주_펴기-삼면화 0915 Smoothing-Triptych 0915_ 열변형유리, 나무에 연필드로잉_60×42×9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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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홈페이지_www.wooloo.org/wonjoo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스페이스 이끼_드로잉스페이스 살구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스페이스 이끼 SPACE IKKI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www.spaceikki.com

북정마을에서 한 달을 보냈다. 성북동 성곽 아래 자리 잡은 조용한 마을이다. 고만고만한 주택들 사이로 신식 집들이 섞여 있는 데 멋이 과하지 않은 소박한 모양새이다. 문화예술 관련 일들이 새로이 옮겨온 것이다. 나도 동참할 기회가 생겼다. 첫 주에는 시간이 많아 여태껏 내가 만들어 온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낯이 익은 것이 있었다. 박살 난 유리를 살릴 수 있는 것만 모아 조각 조각 겨우 짜맞춘 액자 「맥거핀」에 길쭉한 둥근 고리처럼 생긴 북정마을 모양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일단 맥거핀(MacGuffin)이라 이름 지어 두었는데 이 마을에 와서야 맞아떨어지다니!

박원주_희망봉 The Peak of Good Hope_청동주조에 금박, 나무_34×27×10cm_2009

땅거미가 내리고 성곽이 군데 군데 불을 밝히면 창 밖으로 마을버스가 올라가는 지를 잘 보고 작업실을 나선다. 큼지막히 세워진 마을지도를 마주 보며, 둥근 고리로 난 길을 돌아 내려오고 있을 버스를 기다린다. 큰 나무와 정자 바로 뒤에는 매일 밤 동네를 환히 밝혀주는 미술 작품이 가득 든 커다란 유리창이 있다. 7월 내내 '너와 내'가 번갈아 가며 정류장을 지켰고, 이번 달에는 내 차례가 되었다. 대수롭지 않은 종이 한 장을 생각하며 시작하게 된 '약간 구겨진 액자'에서 제목 「펴기」는 '사실, 원래는 더 구겨져 있었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 박원주

박원주_펴기-이면화 0215 Smoothing-Diptych 0215_ 열변형유리, 나무_28×41×7cm_2015

박원주의 작업은 모순율과 아이러니를 통해서 실제와 개념의 차이에 주목하게 하며, 차이가 나는 의미들, 왜곡된 의미들,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는 의미들로 유도한다. 작가의 작업이 아이러니를 발생시키는 예로는 사물의 물성이나 본성을 변질시킴으로써 그 의미마저 변환시키는 경우를 들 수가 있다. 이를테면 일련의 「펴기 Smoothing」(2007) 작업 시리즈는 전면에 유리가 끼워진 보통의 나무액자를 종이처럼 접거나 구겼다가 다시 편 형태를 하고 있다. 나무와 유리의 물성은 그대로인데, 다만 그 모양이 종이처럼 변형된 이 기묘한 오브제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 오브제들은 사물의 본성에 대한 상식과 선입견과 편견을 재고하게 만든다.

박원주_펴기-풍경 Smoothing-Landscape_ 열변형유리, 나무에 연필드로잉_160×90×13cm_2016

패러디 또한 아이러니를 발생시키는 계기로서 작동하는데, 원작과 차용 사이에서 다른 의미들을 파생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Fresher Widow」(2009)에서는 마르셀 뒤샹의 원작 「신선한 과부 Fresh Widow」(1920)를 패러디하고, 「칼날 삼부작 Blade Trilogy」(2009)에서는 루시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칼로 캔버스를 찢은 행위를 패러디한다. 뒤샹의 말장난(Window를 Widow로 표기하는)에 또 다른 말장난(Fresh를 Fresher로 표기하는)으로 대응함으로써 모더니즘 혹은 아방가르드 서사에 내장된 마초적인 억압체계를 드러내며, 폰타나의 형식논리를 몸의 논리로 전유한다. 즉 찢어진 캔버스를 상처와 동격인 것으로 본 것이다.

박원주_흰 초상 Portrait in White_열변형유리, 나무에 연필드로잉_76×54×9cm_2016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상식으로 굳어진 물성과 의미의 대응관계를 비트는 것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실은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2004)에서 정점에 이른다. 흔한 사무용품 중 하나인 A4 용지를 일일이 자르고 붙여 만든 이 정교한 종이의자는 그러나 사실은 놀랍게도 전기의자를 재구성해놓은 것이다. 전기의자는 합법적으로 자행되는 공인된 살인도구란 점에서 폭력적이며, 그 살인행위가 사실상 공공연한 합의에 의해 추동된 것이란 점에서 사회적이고 존재론적인 폭력욕망을 반영한다. 이제 문명화된 시대(?)에 걸맞게 전기의자는 과거 속의 유물로 사라졌지만, 이로써 과연 폭력과 살인을 위한 공공연한 제도적 장치도 덩달아 사라진 것일까. 혹 육체적인 가해가 사라지고 없는 빈자리에 개인의 무의식마저 파고드는 미시화된 권력이 대신 들어선 것은 아닌가. 종이의자와 고독공포라는 제목은 이처럼 형태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시적인 권력의 실체를 암시한다. 그 공포는 하얀 종이처럼 추상적이지만, 정작 그 존재론적인 무게는 전기의자만큼이나 무겁다.

박원주_검은 초상 Portrait in Black_열변형유리, 나무에 연필드로잉_76×54×9cm_2016

이 이질적이고 낯선 물건들이나 기형의 오브제들이 경계 위의 불안정한 사유와 삶의 방식을 예시해준다. 확고부동한 진리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 사유를 대질시키고, 도구적인 사유가 작동을 멈춘 지점으로부터 허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만큼 섬세한 사유를 파생시킨다. (『100.art.kr: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열린 책들, 2012, p.478) ■ 고충환

박원주_펴기-이면화 1515 Smoothing-Diptych 151_ 열변형유리, 나무_34×27×10cm_2015

수 백 년 동안 전통적인 회화작품에 대한 통념을 지배해 온 강력한 전제인 직사각형의 틀과 판판하기 이를 데 없는 유리, 이 둘로 구성된 액자는 캔버스에 담긴 내용, 즉 풍경이나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고안된 장식품이다. 그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하나의 '특별한 허구'라는 것을 암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펴기」에서, 작품의 핵심 내용 혹은 '본래의 (original)' 작품처럼 틀 안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화면과 화면 위의 무늬들은 사실 구부러진 유리를 반영하는 액자의 뒷판이며, 유리를 구기기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생겨난 무늬이다. 관객은 습관처럼 그 유리를 통해 유리 너머를 보면서 그것을 작품의 내용으로 오인하게 된다. 기묘 한 역설과 전복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또한 그 무늬는 빛에 따라 변화무쌍하기도 하다. (『박원주의 「펴기」: 2009 오늘의 작가-에퀴녹스, 김종영미술관 발행, 발췌 및 재편집』 ) ■ 조광제

연계 전시: Drawing Space Saalgoo. Artist Residency #10 박원주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Chair! 안드로이드는 전기의자를 꿈꾸는가!』 - 일시: 2018. 8.1 - 8.18. / 1pm - 7pm. Monday closed - 장소: 드로잉 스페이스 살구 Drawing Space Saalgoo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93   www.saalgoo.com

살구이끼 프로젝트 ○ 전시장소: 스페이스 이끼 ○ 전시기간: 2018.5.1-2018.8.31    살구이끼1. 이순주 5.1-5.31 설치, 드로잉    살구이끼2. 이안리 6.1-6.30 설치, 사진, 오브제    살구이끼3. 최승훈 7.1-7.31 설치, 사진    살구이끼4. 박원주 8.1-8.31 설치, 오브제 성북동 북정마을에 위치한 스페이스 이끼와 드로잉스페이스 살구가 공동기획한 작가 4인의 개인전이 스페이스 이끼에서 열린다. 북정마을에서 작업하는 작가 이순주, 최승훈, 드로잉스페이스 살구 2018년 레지던시프로그램 작가 이안리, 박원주가 참여한다.

Vol.20180802h | 박원주展 / PARKWONJOO / 朴嫄珠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