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Drawing 38_미안한데 너무 슬퍼서 말해 줄 수 없어요 I'm sorry but it's too sad to tell you

이준용展 / YIJOONYONG / 李準庸 / drawing.painting   2018_0803 ▶ 2018_0819 / 월요일 휴관

이준용_젊은 낙지의 슬픔 The Sorrows of Young Octopus_종이에 수채_29.7×42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료 성인,대학생 3,000원(단체 1,500원) / 청소년(13-24세) 2,0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1,000원(단체 500원) / 단체_20인 이상 메인 전시(일부러 불편하게) 관람시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주간(매월 마지막주 수,금요일)_10:00am~09:00pm 마감시간 4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6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욕구 불만 도피자의 현란한 변명 - 1. 욕구 불만 도피자(1. 굿바이 남조선!, 1-2 전설의 주먹, 1-3 전설의 나무, 1-4 젊은 낙지의 슬픔 / 2010~14년) ● 이준용은 대한민국에서 2018년을 살아가고 있는 30대 중반의 청년이다. 그는 UFO가 나타나서 자신을 빨아 들여 사라지며 "잘 먹고 잘살아라, 불공정하고 더러운 한국사회야!" 라고 외치고 싶은 되는 일 없고 미래가 암울한 미대 오빠이다. 그의 낙서 같은 드로잉에는 한국사회의 황금만능주의와 기득권, 파벌사회에서 질식되어 가는 자신을 은유하고 의인화한 낙서들이 배설하듯 쏟아져 나오게 된다. 어쩌면, 인간의 판단 기준이 자본과 스펙인 관행과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를 낙서로 중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준용_딸아! 너는 미술을 하지 말거라 Daughter! Please don't do art_ 종이에 연필_42×29.7cm_2015

2. 자랑스럽지 못한 재능(2-1 딸아, 너는 미술을 하지 말거라, 2-2 우리의 결의 : 다음 번 생엔 절대로 미술을 하지 않겠습니다. 2-3 이 경험은 훗날 드로잉이 되리라, 2-4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 독파, 2-5 동방의 요괴들 / 2010~14년) ● 이준용은 미술을 왜 하며 미술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런, 질문과 대답, 미술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반복하며 실망과 체념, 또 다시 작은 희망을 반복하며 낙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가 멈춰 주었으면, 싶을 정도로 화려하지 않고 멍에 같은 재능이다. 미술로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조차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미술을 부정하고 벗어나려고 하지만, 예전의 경험을 드로잉으로 남기려고 치밀하게 계획하는 행동을 보면, 미술은 본능적이고 숙명에 가깝다.

이준용_LPG블루스 LPG blues_종이에 수채_42×29.7cm_2017
이준용_아날로그 고백 기계 Analogue Confessing Machine_종이에 수채_42×29.7cm_2014

3. 청년 백수의 사랑(3-1 아날로그 고백 기계, 3-2, 3-3 씨씨, 3-4 안녕, 잘가, 3-5 질서있는 이별, 3-6 코인 바다, 3-7 꿈 : 한 달에 50만원만 벌어도 나는 너를 사랑해 / 2010~13년) (3-8 이별과 온수 매트, 3-9 수세식 고백 기계 / 2017~18년) ● 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잎으로 '사랑한다' '사랑하지않는다' 식의 유치한 놀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품 '아날로그 고백기계' 가 그런 식의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하였고, 작품 '씨씨'도 캠퍼스+커플의 에피소드를 이준용식 연애 감정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드로잉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작품 '이별과 온수매트' 인데, 이런 상상을 해본다. 사랑 하게 된 여자가 온수매트를 파는 다단계 회원이고, 그녀를 사랑했던 순진한 청년은 그녀를 위해 수십 개의 온수매트를 할당받지만, 온수매트만 남겨놓고 그 년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별의 슬픔과 노동의 고통을 온수매트로 지지고 있는 순진남을 그린 거 같은 슬픈 그림이다. (그림 내용은 작가에게 묻지 않고 전적으로 필자의 상상임)

이준용_꽃을 믿지 말 것 (눈코입귀를 가리는 수가 있다) Do Not Trust Flowers (They could cover your eyes, nose, mouth, and ears)_ 종이에 수채_21×29.7cm_2014
이준용_뭐라 적을까 고민하다가 망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you Turned into a Stone Thinking About What to Write_ 종이에 연필_29.7×21cm_2014

4. 무욕과 불능사이(4-1 숨은 고자 찾기, 4-2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4-3 이기고 싶다, 4-4 종말 vs 번식, 4-5 뭐라 적을까 고민하다가 망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4-6 무한 동력, 4-7 어떡해야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나 / 2010~14년) ● 심리적으로 '이별 트라우마' 때문에 여자를 멀리 하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제어가 어려운 자신의 자화상 같은 그림들이다. 작품 '숨은 고자 찾기'는 난 고자가 아니라는 부정과 스스로 고자가 되길 바라는 긍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자아를 보여 준다. 작품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이런 작가의 심리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힘 있는 남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현실의 무력함을 스스로에게 보상하려는 듯하다.

이준용_인턴 공화국 결재 빌딩 Authorization Building in Republic of Interns_ 종이에 연필_42×29.7cm_2018

5.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5-1 조상님 전 상서 , 5-2 나는 슬플 때 수박이 되어야지, 5-3 힘들어서 못살겠다 / 2010~14년) (5-4 인턴 공화국 결재빌딩, 5-5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5-6 남의 집 밥 , 5-7 돗대, 5-8 회장과 수행기사, 5-9 졸업은 처세술, 탈출은 지능순 / 2017~18년) ● 작품 '조상님께,''오늘부터 수박'은 취직하지 못하고 결혼하지 못해서 조상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대변하는 그림으로 가볍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작품 '인턴공화국 결재빌딩,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졸업은 처세술, 탈출은 지능순' 은 이준용 밖에 보여 줄 수 없는 특유의 위트(wit)와 페이소스(pathos)를 느낄 수 있는 수작들이다. 작품 '회장과 수행기사'은 한국사회의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발력 넘치는 드로잉이다.

이준용_배은망덕한 민족의 광장 The ungrateful people_s square_ 종이에 수채_21×29.7cm_2013

6. 미국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6-1 인 갓 위 트러스트 : 신은 존재하고, 그는 미국인입니다 에이멘, 6-2 고삐리 왕국, 6-3 명절예배 6-4 배은망덕한 민족의 광장 / 2010~14년) ● 작품 '신은 존재하고 그는 미국사람입니다' 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패권주의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고, 오히려 미국의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도 퍼져있는 영향력을 풍자하는 그림이다. 욕구불만 백수 도피자의 눈에 미국은 그저 과도한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이자, 갑질 대마왕의 불편한 대상일 뿐이다.

이준용_동정과 연민이 있으니 내겐 송곳니가 필요없어요 my compassion and sympathy makes my canine useless_ 종이에 수채_29.7×42cm_2018

7. 일기 같은 낙서, 미련 없는 그림(이준용씨! 행복해야 돼!) ● 이준용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 현재, 한국미술계에서 통용되는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렵고 어설프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시대정신인데 적어도 필자의 기준으로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근데, 작가정신이 희박해서 원석의 후가공 능력개발은 그 다음의 숙제이지만, 여하튼, 요즘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을 소유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거기에 더욱 마음에 드는 점은, 자신의 그림으로 미술계에서 무언가를 이루려 하거나 욕심을 부리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장점이자,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 욕심이 없어서 쉽게 포기할 스타일이다. 현재, 한국미술 현장에서 인정받고 유통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작품을 관심 있게 애정을 가지고 멘토링 해줄 전문가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 작품 활동에 미련이 없는 이준용은 일기 같은 낙서를 취미생활로만 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그것이 안타까워서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스럽다. 필자는 작가에게 웹툰이나 신문 연재를 권해 보기도 하고 책으로 만들어 보기를 추천해 보았다. 어떻게든 일기 같은 낙서를 지속하게 만들 동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준용의 낙서가 미술안에서 살아남기를 응원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 이준용씨~ 낙서 같은 그림 그리면서 행복해야 돼!! ■ 손성진

이준용_허공에 삿대질을 하면 그곳에 까마귀가 생길 것이다 If you point fingers in the air, a crow will appear_ 종이에 수채_29.7×42cm_2015

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슬픔이 부여되지 않는 걸까,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은 왜 항상 가난할 걸까. 어째서 좆같은 일들은 곳곳에 산재하는가. 여기 실린 글과 그림들은 이러한 질문들을 지속해서 되감아 놓던 특정한 감각 속에서 제작되었다. 당신이 어디선가 목격했을 법한 미미한 일상과 불행의 낙차에 관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이것들이 대부분 과장되거나 은폐된 까닭은, 여기서 무언가를 온전히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환멸은 인식이고, 불능은 상태이며, 둘이 합쳐진 냉소가 오랫동안 내 시간을 지배했다. ● 무엇이 되는 것과 무엇이 되지 않는 것 사이에 이 그림들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림으로 온전한 무언가를 세우진 못할 것이다. 대신 무엇이 무너졌으며 무엇이 재건될 것인지를 암시하는 임시적 가림막 같은 용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이 식어서, 애인의 마음이 멀리 있어서, 네가 나보다 가진 돈이 많아서, 언제인지 모를 죽음이 두려워서, 정치를 통한 진리의 실현이 도무지 불가능해 보여서, 그 자리에 증오가 자기 나라의 깃발을 대신 휘날릴 때, 그 모든 것의 형편없는 모사물이자 시답잖은 농담으로써 종이 위에 드로잉을 가져다 놓았다. 곧 철거될 것이므로 이것들은 대부분 엉성하고 조잡하여도 무방하다. 드로잉이 효율적으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떻게 그리느냐는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 책을 만들려고 여기 저기 방치해두었던 오래 된 그림들에 저마다 제목을 붙여 보았다. 그림 뒤로 억장이 무너진 풍경들, 속지 않을 거짓말, 형편없던 연애, 가난하고 예쁜 사물들을 생각했다. 아무도 바다에 살진 않지만, 누구도 바다를 폐허라 부르지 않듯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곳에 이름을 주면, 그곳에 이름이 머물 자리가 생겼다. 오는 길을 찾는 너의 눈과 한때 내 눈이 걸었던 발자국이 겹친다면, 가려진 풍경의 얼굴들이 내장처럼 쏟아질지도 모른다. 내가 보았던 것들은 늘 그림 밖에 있다. ● 나는 당신의 마음이 내년 봄을 위해 기꺼이 바스러지길 바란다. 무책임한 슬픔이 되어 낙엽처럼 굴러가길 바란다. 이토록 좆같은 세상의 비루한 우리 삶을 사랑하고, 이 속되고 속된 작업을 지속할 힘은 보시다시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틈틈이 쓰고 그려온 글과 그림들을 엮었다. ■ 이준용

Vol.20180803a | 이준용展 / YIJOONYONG / 李準庸 / drawing.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