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 백진철_오세민_임은희_이지혜_최수진 2018_0825_토요일_06:00pm 2018_0901_토요일_06:00pm
전시기획 / 안세은 공연기획,연출 / 최수진 후원 / 문학과지성사_창비
예매 / 인터파크 티켓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파비욘드 Gallery Far Beyond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2길 22 시가이아팰리스 102호 Tel. +82.(0)2.790.1144 blog.naver.com/far__beyond
안세은: 이번 전시는 강성은 시인의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 지성사, 2013)과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를 모티브로 한 다섯 작가의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강성은의 시 중에서 본인의 작업과 어울리거나 작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를 골라 오셨는데, 이것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 최수진: 먼저 제 나름대로 작가님들의 작업과 시를 맞추어 보며,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공간에서 모두 보여준다는 것이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차후 확대 공연을 염두에 두고 이번 전시는 예고편이나 전초전과 같은 느낌으로 풀어 갔으면 합니다. ● 안세은: 실은 강성은 시인 외에도 함께 작업이 가능한 다른 몇몇 시인들을 알려드렸었는데, 모두 강성은 시인의 시를 선택한 '단지 조금 이상한' 우연 또한 재미있습니다. 이 시를 고르게 된 이유라든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 최수진 선생님이 공연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 최수진: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저는 오정현 작가님 작업이 「커튼콜」 시와 참 잘 어울린다 생각해요. 작가님 요즘 작업이 기존 작업과 많이 다른데 그 이유도 듣고 싶습니다. ● 오정현: 이전에는 좋아하는 기법으로 작업을 했다면 요즘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다 보니, 저는 제가 잘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방식으로 지금껏 힘들게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가는 편이랄까요? 분위기에 맞추어 다수가 원하는 것에 따라가곤 했죠. 제가 원하는 것을 내세우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니'라는 말을 못 했어요.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결정하다 보니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 최수진: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이 있지요. ● 오정현: 그런데 아무리 제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행동하고 말한다 해도 오롯이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저를 보여 준다고 해도 제가 원하는 이미지 그대로 생각하지는 않지요. 어차피 그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저를 왜곡하거나 편집하여 보더라고요. 그러니 제 노력이나 의지로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게 당연하겠지요? 그것은 변화시키기 힘든 타인의 영역인데도 저를 보여주기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제 자신이 우스웠어요. 「커튼콜」에 나오는 피에로가 제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슬픈 일이라는 것! 그 시와 제 작업이 오버랩 되는 것이 많았어요.
최수진: 이민경 작가의 작업은 제가 보자마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 이민경: 저는 주로 사진작업을 해 오고 있었는데, 작년에 최수진 선생님과 안세은 작가가 보신 작업은 탈(Mask) 형식으로 만든 오브제를 만들어 그것이 개입된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 작업이었어요. 지옥과 같은 일상일지라도 순간순간,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면 순간 천국 같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일상에서 존재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가 제 작업의 주제이자 제 삶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이 둘의 양육과 작업을 병행하며 순간순간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오브제 작업은 가까운 지인이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회복하는가를 지켜보면서 나온 작업이거든요. 그 친구를 위해 오브제를 만들고 좌절과 회복의 실제 공간에서 사진 작업을 했어요. ● 안세은: 그래서 처음 이민경 작가의 오브제를 보았을 때 강하게 끌렸나 봅니다. 가상의 이야기와 실제의 경험은 아무래도 다르겠지요. ● 이민경: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 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가운데 한 호주머니 안에서 손을 잡은 두 사람이 등장해요. 그리고는 '어째서 너의 손은 이토록 비릿하고 아름다운가'라고 읊조려요. 결국 '다른 계절을 따라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두 사람이 함께 했기에 '생생한 봄'을 상상함이 가능하거든요. 캄캄한 곳에서도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그 순간 그들만의 안식을 얻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제 작업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 느껴졌어요. 제가 만든 오브제는 빠져 나와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동시에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한 양가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시에서도 사랑의 달콤함과 씁쓸함이 함께 읽히기에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최수진: 제가 오정현 작가와 이민경 작가의 작업은 만지고 쓰고 움직여도 될까요? 작가분만 괜찮으시다면 인터렉티브한 진짜 협업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요. 우리가 지금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이번 시도는 결국 마음을 나누는 것이니까요.
안세은: 이주은 작가는 시인이 마치 작가를 위해 시를 써준 것처럼 「덤불」과 작업이 참 잘 맞아요. ● 이주은: 단어 하나가 깊은 울림이 있었어요. 시집에서 '덤불'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와 꽂히면서, 그 단어만으로도 이유 없이 좋았습니다. 관공서나 결혼식장에 그럴싸하게 놓여있다 방치 되는 화환들 – 일관성 없이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눈에 바로 띄지는 않지만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심지어 생명력마저 강한 - 도시 안의 덤불들이요. 실은 인간 군상들도 덤불을 닮아 있더라고요. 저희 집 베란다 한구석에도 몇 년 이 되었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식구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오래된 화분이 있어요. 어느 날 문득 마치 정글과도 같이 마구잡이로 엉켜 무럭무럭 자란 화분의 식물을 보면서 무서운 생명력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시의 마지막 부분 '침묵하고 있는 수많은 덤불이 도시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구절을 자꾸 주문처럼 되뇌게 되더군요. 덤불처럼 사는 게 그냥 사는 모습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 최수진: 이런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도 참 행복합니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 이 단어를, 이 시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안세은: 권오신 작가는 「가방이야기」를 고르셨네요. ● 권오신: 저는 일단 이 시집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어요.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어렸을 때 새 신을 사면 빨리 그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그걸 신고 계속 집에서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어요. 저는 어린 시절이 가장 행복했고 즐거운 시간이었기에 막연히 이 시집은 밝은 내용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시집을 읽어보니 저의 상상과는 달리 진한 우울함이 배어 있었어요. 저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잘 웃기 때문에 밝은 성격으로 보이지만 제 스스로는 밝은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제 작업은 즐거웠던 어린 시절 이야기, 그 때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 안세은: 방금 오정현 작가도 말씀하셨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참 다르지요. ● 권오신: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시집 속에 나오는 「가방이야기」는 그 가방이 누구에게는 이런 기억으로, 다른 이에게는 저런 기억으로 저마다 다르게 기억된다는 것이 다양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주제로 하는 제 작업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최수진: 이 시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시리즈로 작품 몇 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은 예전부터 마음에 두었지만 굉장히 이야깃거리가 많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권오신 작가가 고르셨네요. 오히려 담백하게 모놀로그처럼 풀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안세은: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덜 구체적이고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고른 시는 시집 제목이자 이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단지 조금 이상한』 입니다. 저는 이상하게 주인공이 아닌 것들, 중심 보다는 가장자리, 버려지거나 주목 받지 못한 것, 잊혀져 가는 것, 사소한 것에 대해 자꾸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여요. 오정현 작가가 '노(NO)'라고 하지 못해 난처했던 것처럼 저는 주변에 신경 쓰고 사소한 것에 연연하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 다 조금씩 이상하지요. 어쩌면 작업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예민하고,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이 시에서 '슬픔도 없이 사라지는'이라는 구절이 계속 마음속을 맴돌았어요. 사라졌는데 슬프지도 않고 존재조차 읽히지 않는 '이름도 없고 증상도 없는' 수많은 것들이요. ● 최수진: 보편과 타당에 절어있는 우리가 나름 다르게 바라보고 바꿔 보고자 작업을 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거잖아요. 저는 우리가 오늘 같은 만남을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는 '무엇'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작품 본연에 내재된 힘이 분산되고 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의 이런 만남과 소통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라 생각됩니다. 자신의 시를 마음껏 쓰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신 강성은 시인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작가일동(정리_안세은)
Vol.20180820e | 단지 조금 이상한 Just a little weir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