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금~일요일_11:0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인천신세계갤러리 INCHEON SHINSEGAE GALLERY 인천시 미추홀구 연남로 35(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5층 Tel. +82.(0)32.430.1158 shinsegae.com
영혼의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정 ● 화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이미지를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이미지가 화가를 불러 이미지를 그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미지를 이때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강력한 견인의 힘을 발휘하며 끝내 화가로 하여금 회화적 형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게끔 작용한다. 그 이미지는 범인들에게는 감추어진 것, 숨겨진 것이지만 화가에게는 그 감추어진 것, 숨겨진 것이 밖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 극히 짧은 순간, 세계는 화가에게 자신의 내밀한 영역을 열어 보이며 그를 초대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환영에 그치고 말 뿐이며 조만간 냉담하기 이를 데 없는 원상태로 되돌아가고 만다. 그러나 잠시 동안이나마 엿본 그 세계를 화가는 결코 포기할 수 없으며 그것을 조형언어로 포착하고자 하는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미지의 부름은 화가에겐 지상 명령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고진오의 회화는 매우 강한 정서적 전염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해되기 전에 다가오며 분석되기 전에 스며든다. 사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정황 묘사와 진한 감정의 토로라는, 쉽게 조화를 이루기 힘든 요소가 그의 작품에서는 적절하게 융화되어 있으며, 그 결과 미묘하면서도 독특한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여 보는 사람을 그 안에 가둔다. 그 분위기는 흔히 쓸쓸함, 적막함, 고요함, 황량함 같은 단어들로 번역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인상주의적 규정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한층 본질적이고 진지한 성찰로 이끈다는 점에서 특히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 그의 작품은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일단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 풍경은 강이나 바다, 산 같은 전통적인 자연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개 고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 풍경을 묘사하는 고진오의 조형언어는 지극히 섬세해서 거의 금욕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화가 자신의 내면상태는 자연의 외곽을 서서히 더듬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의 조형언어는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풍경의 전체적 구도를 완성하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사유의 깊어짐을 반영한다. ● 이미지는 작가의 '영혼의 풍경'을 드러내준다는 말에 우리가 동의할 수 있다면 이미지를 읽는 것은 단순히 그가 걸어간 길을 발자국을 따라 고스란히 되밟아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작가가 가지 않았던 길, 가고자 했던 길, 가다가 만 길까지 함께 파악하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서 그리고 이미지 속에서 작가는 자기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또 다른 자기를 나타내 보이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넘어서 있을 수 있는 자기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은밀한 욕구를 내비치게 된다.
한없이 멀리 지평선을 향해 뻗어나가는 길의 끝, 그 소실점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아련한 정서 같은 것이 그의 작품엔 눅눅하게 배어 있다. 고진오의 시선은 항상 저 너머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것이 단순히 풍경을 그리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이 땅으로 이 삶 속으로 되돌아온다. 이 나아감과 되돌아옴의 과정 속에서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삶과 세계는 더욱 확대되고 깊어지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구름에 주목하게 된다. 구름은 스스로 있다가 스스로 떠난다. 구름이 집을 짓고 허무는 것은 아무런 미련도 인과관계도 없는 자족적인 행위일 따름이다.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위의 경지와 비슷한 구름의 운행,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참으로 고요하며 아무런 과장이나 장식도 찾아볼 수 없다. 가만히 있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자연계의 삼라만상에 작가는 때로 경외감을 때로는 친근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무르익은 서정성과 우의성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작가는 자연 만물이 내장하고 있는 생명의 온기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전시의 제목이 '사유의 흔적'이며 작품의 제목에도 같은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점은 허무하게 사라지는 시간의 선조적 흐름에 저항해서 삶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현재화, 거점화하고자 하고 이러한 것들이 사유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고진오 작가가 동경하는 공간은 세속적 욕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기보다는 흔히 동양화의 여백처럼 텅 비어 있는 공간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속도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그는 고요와 평화, 그리고 휴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안팎이 자유롭게 통하는 텅 빈 공간을 꿈꾸는 그의 조형언어는 여전히 아름다움으로 충만해 있다. ■ 김정환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에서 존재와 사유의 흔적으로서의 회화를 그리는 고진오 작가의 20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에게 자연은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것이며,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이자, 더 나아가 그 행위에 대한 흔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탐닉하는 하늘은 세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로 존재하며 내면세계로의 깊이 있는 침투로 우리의 상상력을 소환한다. 끝없는 이상을 닮아 있는 동경의 대상인 하늘은 초월적이고 자유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 고진오는 현실의 일상적인 풍경을 낯설게 하는 표현 방식으로 사색의 흔적을 남겨왔다. 최근의 작품들에서는 구체적 형상이 사라지고 색으로만 드러나는 고요한 풍경에 서정과 폭발적 감정의 순간들이 흔적처럼 남겨진다. 마치, 부정하려 하지만 항상 그곳에 있어 왔던 현존의 것이 큰 외침으로 그 정적인 공간을 울리고 있는 듯하다. ■ 신세계갤러리
Vol.20180830h | 고진오展 / KOJINOH / 高進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