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시간

전은희展 / JUNEUNHEE / 田銀姬 / painting   2018_0907 ▶︎ 2018_0920

전은희_찬 공기_한지에 채색_130×13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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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0907_금요일_05:00pm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30am~07:00pm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82.070.7686.1125 www.facebook.com/INDIPRESS/

모든 시간은 절대적이다. 아무것도 우리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 현재라는 시간은 모든 것들의 시작을 뜻하는 것이지만, 현재는 항상 바로 소멸해 버린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과거가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며 현재를 소비하지만 과거의 시간을 동시에 품고 살고 있는 것이다. ● 빠른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도, 천천히 유지하며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우리는 마음속으로 조절 된다고 믿고 있을 따름이다. 시간이란 과거에서 미래로 뻗는 선이기 이전에 인간 존재를 나누는 형태이자 삶의 두 형태 즉 시간이 있는 자들과 시간이 없는 자들의 삶을 분할하는 형태라는 랑시에르의 말에 따른다면 어떤 게으른 이들의 변명인 시간이 화살 같다고 하는 말은 자신의 노력보다 더 많은 걸 이루길 원하는 이들이 욕심일 뿐이다. 아무리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불변하는 시간 개념은 어떤 조건 속에서도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짐을 알면서도 더 많은 시간을 사유화 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계속된다.

전은희_Invisible time_한지에 채색_182×227cm_2018

시간의 산책 ● 이미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경험은 내가 현존함을, 그리고 존재함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준다. 가끔 시간을 둘러싼 질문들을 스스로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소비를 요구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는데 그럴 땐 항상 다니던 주변을, 가끔은 어느 특정 지역을 목적 없이 산책을 하곤 한다. 낯설지만 이미 내 시각에 접수되고 기억된 순간 작업의 소재로 쓰여 지게 된 풍경들은 금세 과거가 된다. 보고 있는 순간 고정되고 시간이 멈춘다. ● 그래서 호크니는 '회화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라고 했지만 정지된 장면 안에도 대기는 움직이고 순환하고 있다. 나는 그 대기의 미묘한 움직임-공기의 이동, 수증기의 상승, 꿈틀대는 안개, 속도와 형태를 가늠할 수 없게 움직이는 구름, 눈이나 소나기와 같은 자연 현상 등-을 소재로 현재의 시간에 대한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다. 정지된 화면 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숨을 쉬고 있으며,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흘러 간다.

전은희_보이지 않는 시간-소나기_한지에 채색_162×122cm_2018
전은희_보이지 않는 시간-안개_한지에 채색_162×120cm_2018
전은희_보이지 않는 시간-오후_한지에 채색_162×120cm_2018
전은희_안개_한지에 채색_45.5×53cm_2018

시간 위의 집 ● 집이라는 장소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인상(印象) 중 하나의 얇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집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은 한순간의 그리움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이라는 물리적인 형태가 사람의 존재 여부와 함께 덧없는 사물의 집합소로 치부되기에는 그 안에 녹아든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의미들이 가볍지가 않다. 「오래된 집 - 만석동 2018」에 등장하는 집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현전함과 부재함이 공존하고 있는 시간 저장소 같은 이 집들은 5년 전 작품 속의 모양새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시간을 견디고 있는 듯하다. 그 낡음에 우리의 기억, 우리의 슬픔과 기쁨, 우리의 삶의 지혜 또 지금 현실적 감각이 다 녹아 있다. 완전한 소멸이 이르기까지 집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들은 존재하는 것들을 에워싸고, 관계하고 숨 쉬고 유지될 것이다.

전은희_오래된집_만석동2018_한지에 채색_162×454cm_2018
전은희_전구_한지에 채색_41×32cm_2018
전은희_두 사람_한지에 채색_200×130cm_2018
전은희_꽃_한지에 채색_73×90cm_2018

일상적 장소로서의 집과 그 안과 주변의 사물들은 그 자체로 개인들의 사사로운 기념비와 같은 존재들이다. 하찮게 보이는 사물들은 사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그러한 일상의 단면들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우리의 망각을 더디게 해준다. 또한 일상적 장소의 역사를 더 견고히 해주며 흔적을 남김으로 집이라는 장소에 대해 애착을 갖게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애착심은 시간을 토대로 한다.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물과 관계를 갖는 사건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시간을 가시적으로 느낄 수 가 있다.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묵은 감정을 통해 하찮은 사물도 존재성을 갖게 되고, 사물을 품은 장소는 거주하는 혹은 거주했었던 이들에게 영혼의 박물관 같은 곳이 되는 것이다. ■ 전은희

Vol.20180907d | 전은희展 / JUNEUNHEE / 田銀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