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書

2018_0906 ▶︎ 2018_1205 / 월요일,추석 휴관

초대일시 / 2018_0906_목요일_03:00pm

참여작가 기슬기_박재영_배영환_엄상섭_이세경 이수경_임창민_장민승_장서영 비비안 루보 Vivien Roubaud 탈루 엘. 엔. Tallur L. N.

기획 / 변수정(학예연구사)

관람료 성인 1,000원(단체 700원) / 청소년·군인 700원(단체 500원) 어린이 500원(단체 300원) / 단체_20인 이상 자세한 사항은 ▶︎ 관람안내 참고

관람시간 / 9~10월_10:00am~07:00pm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 휴관

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1,2,3전시실, 특별전시실 Tel. +82.(0)55.254.4600 www.gam.go.kr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 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한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요지부동의 높은 집값에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살인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은퇴가 다가오는데 노후자금을 모으지 못해 불안하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처럼 불안해하는 것일까? ● 전시 『불안의 書』는 이 시대를 아우르는 정서로써 '불안'을 진단하고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명은 다양한 감정에 동요하는 인간 존재의 흔들림을 담은 페르난도 페소아의 에세이 『불안의 서(Livro do Desassossego)』 타이틀을 인용했다. ● 불안은 사전적 의미에서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불일치, 혹은 존재와 인식 사이의 괴리가 예상되거나 자각될 때 야기되는 심리적, 생리적 반응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명확한 실재 없이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공포와 구분된다. 공포가 인과적이고 경험적이라면 불안은 보다 근본적이고 선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불안은 인간의 근본적인 모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단순한 심리현상이 아닌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조건인 것이다. ● 알랭 드 보통은 지금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특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삶과 매우 밀접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에 본 전시에서는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불안이라는 보다 내밀한 주제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들이 사유한 불안의 흔적을 통해 나와 우리 사회의 불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가 불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기슬기_모래를 씹는 순간 0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30×100cm_2015
기슬기_모래를 씹는 순간 08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90cm_2015

기슬기 ● 기슬기는 흔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에 개인의 경험을 투영하여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사물이나 현상의 이면을 사진과 퍼포먼스, 설치 등으로 표현, 보는 이에게 감각적으로 재인식시킨다. 전시작 「모래를 씹는 순간」시리즈는 작가가 느끼는 '불안'과 '위태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모래를 씹는 순간 01」속 대못이 촘촘히 박혀 있는 스티로폼 위에 두 발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언제 갑자기 대못이 뚫고 올라올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그것을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항상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때로는 말할 수 없이 사적인) 위태로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재영_그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VOL2._천정용 석고보드, dc 모터, 5.1채널 스피커, 멀티 채널 빔프로젝션, 거울_가변설치_2018

박재영 ● 박재영은 소설과 같은 이야기 구조를 기반으로 한 공간 설치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불안한 사람들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주제로 짧은 장면들이 서로 연결되는 On Go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불안함은 '광장과 밀실', '근본의 붕괴', '현실과 그 이면', '인간 군체에 관한 관찰' 등으로, 그에 상응하는 상징들은 전시장 에서 일종의 감각적 징후로서 존재하며, 이러한 불안한 감각은 관객에게 전이되고 확산된다. 전시작 「그 상자에 손을 넣을 수는 없다. VOL2.」는 전시장 천장 위, 숨겨진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7명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와 진동, 틈사이 빛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불안한 상황을 만든다. 그 속에서 관객은 단순히 관찰자로서 역할 하기보다, 서사의 매개체로서 작품의 완성을 이끌게 된다.

배영환_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_와인병, 각종 술병 파편, 철, 알루미늄, 연철, LED조명, 에폭시_223×150cm_2008_경기도미술관 소장

배영환 ● 배영환은 일상의 사물들을 수집, 조합하여 현대인의 희노애락과 삶의 애환을 표상함과 동시에, 조각,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에 접근하여 일상과 미술을 소통시키는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전시작 「아주 럭셔리하고 궁상맞은 불면증」은 작가 스스로 불면증을 겪으면서 빈 술병을 모아 만든 샹들리에 작품으로, 내면적이고 잠재적인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주시하며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인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목에서 사용된 불면증이란 현대인의 삶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회의를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단어이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불면의 도시를 상징하는 버려진 빈 술병과 불면의 현대인을 상징하는 부엉이를 소재로 만든 샹들리에에 불면증이라 이름 붙이고, 여기에 '럭셔리와 궁상맞음'이란 이중적 의미의 수식어를 더한 작품은 불안과 걱정으로 잠 못드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비안 루보_Anémochories 바람에 의해 사라지는 것들_모터, 케이블, 덮개_가변설치_2016

비비안 루보 ● 비비안 루보(Vivien Roubaud)는 보이지 않는 현상 혹은 세상을 움직이지만 지각할 수 없는 힘의 작용을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돌풍에 의해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는 순간은 공포와 동시에 무한한 시간 속에 일어나는 놀랍고 강력한 시적인 순간의 경험을 제공한다. 2016년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선보인 바 있는 전시작 「Anémochories(바람에 의해 사라지는 것들)」는 작가가 건설현장에서 가져온 큰 비닐 조각이 어느 순간 불어온 바람에 의해 흩날리는 모습에서 착안하였다. 전시장 공중에 떠 있는 비닐은 끊임없이 재프로그래밍되어 변화하는 불규칙적인 움직임 속에 불안하게 존속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바람이 이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며 공간 속에 매달린 비닐 표면에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그리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미세한 입자들의 마찰을 느끼도록 한다. 작가는 이렇게 작품의 비가시적인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때론 전부가 아님을 인지하게 한다.

엄상섭_Synesthesia_Monologues 공감각_모놀로그_산딸기, 대바늘_가변설치_2018
엄상섭_Synesthesia_Monologues 공감각_모놀로그_산딸기, 대바늘_가변설치_2018_부분

엄상섭 ● 엄상섭은 '예민한 또는 섬세한 자극들'이라는 주제 아래 일상의 낯익은 것들을 낯설게 비틀어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알레고리적 조각 작업과 환유적 설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런 작업에 있어 두 가지의 중요한 요소는 이미지의 응축과 조형의 밀도이다. 전시작 「Synesthesia_Monologues(공감각_모놀로그)」는 텍스트의 음성적 형식의 배열을 수천 개의 산딸기와 대바늘을 이용해 이미지화한 작업이다. 여기에 쓰여진 텍스트는 작가가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일상에서 느꼈던 것을 적은 것으로, 어느 순간 스쳐 지나가는 짧은 상념들 혹은 작가의 주위를 둘러싼 상황 속에 느꼈던 감정들(흔들림, 망설임, 불안, 멜랑콜리)이다. 그 대상은 때로는 예술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 때로는 현대 사회, 때로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세경_Room of hair ornaments 머리카락 장식의 방_ 머리카락, 세라믹, 가구, 카펫_가변설치_2018

이세경 ● 도예를 전공한 이세경은 초벌구이된 도자기에 머리카락을 붙이는 세밀한 작업을 통해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양의 도자기를 완성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신체의 아름다움의 한 부분으로 가꾸어지던 머리카락이 사람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순간, 몹시 불결한 대상으로 전락한다. 작가는 요리 연구가였던 어머니로 인해 유달리 청결함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긴 머리를 고수한 작가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으로 인해 예민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의 이중적인 가치에 기초한 작업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전시작 「Room of hair ornaments(머리카락 장식의 방)」는 유럽의 거실을 재현한 전시장에 접시, 컵, 타일 등의 작품들을 실제 사용되는 물건인 것처럼 식탁과 장, 선반 등에 배치한 공간설치작업이다. 유럽의 고전적 장식미를 담은 섬세하고 우아한 작가의 도자기들은 언뜻 누구나 경탄하고 좋아할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불결하다는 이유로 억압해왔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중적 속성과 인식이 공존하는 지점을 모색하며 모순된 사회적 문화적 가치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경_북극성_3D 프린트_높이 각 50cm_2018 이수경_천개의 잎사귀_3D 프린트에 채색, 3D프린트, 채색_ 높이 각 60cm(괴목), 163×45cm×8(병풍)_2018

이수경 ● 이수경은 예술을 통해서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영성의 영역을 추구하고 있다. 즉, 작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 영성적 치유와 더불어 좀 더 궁극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한다. 전시작 「북극성」은 2012년 선보인 연작 중에서 작가가 이번 전시의 주제와 연결되는 세 점을 선별하여 새롭게 제작한 것으로, 2004년부터 지속해온 「매일 드로잉」의 연장선상에 있다.「매일 드로잉」은 말 그대로 일기를 쓰듯이 매일 한 장의 드로잉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로 작가가 하루도 작업에서 손을 놓지 않는 수련의 의미와 무의식의 통로를 오가며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정진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함께 전시되는 「천개의 잎사귀」는 2017년 작가가 우연히 마주한 장소에서 발견한 괴목(槐木)을 3D스캔하여 복사본을 만들어 8폭 비단 병풍을 중심으로 서로 대칭을 이루게 설치한 작품이다. 오랜 시간의 결정체이자 응축된 상태로 변화가 정지된 괴목은 스스로의 거울 이미지인 짝을 통해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며 영험한 상징물로 거듭난다.

임창민_into a time frame Bus stop H1 시간 프레임 속으로_ 버스정류장 H1_피그먼트 프린트, LED 모니터_43×60cm_2016

임창민 ● 임창민은 디지털 사진에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는 형식의 미디어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창이 있는 실내 공간을 촬영한 사진과 그 창 너머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풍경 영상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시(詩)적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인간의 서정적 감성과 불완전한 지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에는 「Into a time frame 6(시간 프레임 속으로 6)」, 「Into a time frame landing(시간 프레임 속으로_착륙)」, 「Into a time frame Bus stop H1(시간 프레임 속으로_버스정류장 H1)」이 선보여지는데, 모두 실내 공간에서 바깥 풍경으로 확장되며 시적 서정성을 펼쳐내는 데 있어 중요한 창의 역할과 의미를 보여준다. 특히, 「Into a time frame Bus stop H1」은 작가가 태풍이 닿은 바닷가에서 공포스러운 굉음을 내며 무섭게 치던 파도를 촬영한 영상이나, 이후 파도 소리를 삭제하고 십자가 모양의 창을 통해 바라보게 하자 아이러니하게도 평온한 풍경처럼 보이게 되었다. 창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 즉 소리없이 움직이는 영상은 시공간에 대한 일반적 상식적 논리로는 분명 상충한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두 이미지는 보는 이들의 감정을 동요시키며 멜랑콜릭하면서도 서정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장민승_보이스리스_검은 나무여_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는 BW 단일 채널 2K Digital Cine 패키지_00:24:00_2014
장민승_보이스리스_검은 나무여_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는 BW 단일 채널 2K Digital Cine 패키지_00:24:00_2014

장민승 ● 장민승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은유와 지극히 절제된 작업 형식을 통해 또 다른 맥락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시작 「보이스 리스_검은 나무여, 마른 들판」은 작가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경험한 내적 고통을 바탕으로 한다. 작업은 일본의 짧은 정형시인 여섯 개의 하이쿠로부터 발취한 텍스트를 그 근간으로 삼고 있다. 작업에서 텍스트는 형상화된 문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없는(voiceless/deaf) 언어인 수화(手話)로 재현되는 과정을 거쳐 언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퍼포먼스로 전환되고, 소리(voice/blind)인 음악과 유기적으로 분리, 연결, 반복된다. ● 전원 구조될 것이라 생각하며 보았던 4월 16일의 뉴스 속보가 사실은 한낮에 무수한 생명들이 바다에 수장되는 실황이 생중계되는 장면이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 세대에게 남은 이 강력한 정신적 외상은 일상적인 감정의 완급조절을 불가능하도록 하고, 변화의 파도에 맞닥뜨리도록 한다. 작품은 상실의 외상이 아물기를 희망하고, 망각하지 않고 뚜렷이 기억하며, 슬픔을 공감하고 애도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장서영_이걸 들을 때쯤 나는 없을거에요_단채널 영상_00:11:00_2014
장서영_이름 없는 병_2채널 영상_반복재생_2016

장서영 ● 작가는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존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퍼포먼스와 텍스트 기반의 영상, 설치 작업을 한다. 특히, 지표나 흔적으로만 가시화되고 불완전하게 존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신체를 통해 수축 및 이완하는 비 규격화된 시간을 중점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전시작 「이름없는 병」은 까치발을 한 여인이 검은색 원뿔 모양의 천에 매달려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는 모습의 2채널 영상설치이다. 정체성이 거세된 듯 답답하게 가려진 얼굴,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이미 체념한 듯한 동작은 관객들로 하여 보다 심화된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함께 전시되는 「이걸 들으실 때면 저는 거기 없을 거에요」는 어두운 건물의 실내를 걸어 들어가며 마이크에 대고 "Mama, Papa, By the time you hear this, I will be no longer there(엄마, 아빠, 이걸 들으실 때면 저는 거기 없을 거에요.)"라는 말을 반복하는 여학생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라짐을 잘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사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처럼 빵을 뜯어 바닥에 표시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에 저항하며 돌아올 것을 대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탈루 엘 엔_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 유전자 변형 풍경_ 실리콘 쌀, 병원 침대, 가습기 및 히터_210×205×88cm_2010_부분 아라리오 뮤지엄 소장
탈루 엘 엔_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 유전자 변형 풍경_ 실리콘 쌀, 병원 침대, 가습기 및 히터_210×205×88cm_2010 아라리오 뮤지엄 소장

탈루 엘 엔 ● 탈루 엘 엔(Tallur L.N.)은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자본과 권력, 그에 대한 현대인의 불안을 주제로 조각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시작 「Genetically Modified Landscape(유전자 변형 풍경)」은 쌀이 병원 환자실의 침대에 산처럼 쌓여있는 설치 작품이다. 유전자 변형 쌀(GM, genetically modified rice)은 인구증가와 농작물의 병해충에 대한 대안으로 2000년 미국에서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섭취하는 쌀이 어떤 과정으로 키워지고 유통되는지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소비하는 상황에 질문을 던진다. 갓 지어진 밥의 산은 벽면의 붉은 히터와 가습기와 배치되어 동아시아 국가의 전통 산수화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밥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의 오랜 문화와 우리의 삶이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어떠한 국면을 맞닥뜨렸는지를 암시한다. ■ 변수정

Vol.20180908i | 불안의 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