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

김미식_송번수_신영옥_양상훈_이미령_이은주_전성임展   2018_0915 ▶︎ 2018_1128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_2018

초대일시 / 2018_1005_금요일_04:00pm

2018 화음 프로젝트 Op.197 廈.擔.歌(편안한 큰 집의 노래) 생황독주를 위한 하.담.가(2018)

후원 / 경기도_남양주시

관람료 / 2,000원 / 단체 1,500원 / 경기도민, 군·경 50% 할인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서호미술관 SEOHO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1344 1층, 한옥별관 서호서숙 Tel. +82.(0)31.592.1865 www.seohoart.com

『지금, 여기』2부_공예-삶과 결합된 예술을 단순하고 깊이있게 일깨우는 공예 작업들 ● 서호미술관의 기획 전시 『지금, 여기』는 생태적 관점에 따라 지난 7월에 회화, 조각, 설치 작업들로 이루어진 1부, 그리고 10월부터 공예 작업들로 이루어진 2부로 구성된 전시다. 장르별로 나누어 1, 2부를 구성하였으나 2부 공예전은 서호미술관만이 아니라 '서호서숙(西湖書塾)'의 현판을 단 새로운 한옥 건물 내에서도 전시가 이루어진다. 공예 전시는 서호미술관 서편에 이어서 자리잡은 한옥채의 개관전을 겸하는 셈이다. 5M가 넘는 높은 천정의 서구식 건물에 한 면 전체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자연 채광을 지닌 서호미술관. 그와 달리 전통 한옥 살림집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개방공간의 편의성을 고려한 서호서숙. 이 두 공간을 '따로 그리고 함께' 하나로 이어주는 다양한 공예작업들은 분리와 구별보다는 포용과 배려의 미덕을 느끼게 한다. 바구니, 밧줄, 자투리종이, 직물 등 썩기 쉽고 보존이 어려운 공예작품들이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제한적인 시·공간으로부터 오래된 지난 시간들과 넓디넓고 깊디깊은 공간으로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동시키기 때문이다.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_2018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_2018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_2018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_2018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_서호미술관 한옥별관 서호서숙_2018

이번 공예전에 참여하는 이은주님은 반드시 언급하여야 할 분이다. 1967년부터 서울 인사동에 '한국민예사'를 운영하면서 소박하나 기품있고 기본이 튼튼한 전통 목가구들을 제작, 판매하며 전통 목공예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해 온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랜 기간 궁중 요리 연구원, 민속박물관 후원회와 기증자 협회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기여도를 쌓았을 뿐만 아니라, 1992년 전통 공예대전에 지승공예로 장려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한지의 예술세계를 독자적으로 펼쳐 온, 이를테면 전일적인 생활예술 장인이다. 그녀가 작가노트에도 언급했듯이 버려지는 한지가 안타까워 노엮개를 꼬아 만든 '천체도'는 가히 일품이다. '천체도'는 '독도'나 '정동진의 아침'처럼 실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시적 직관으로 생략과 과장을 자유롭게 풀어내 관람자들은 제각각 시를 읽듯, 그림을 그리듯, 우주의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펼칠 수 있다. 끈기와 인내로 한지 자투리를 꼬아 만든 천체도에는 어머니의 삶이 마치 우주의 시간처럼 손 움직임을 따라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김미식_도시의 전망_아트 퀼트_190×130cm_2011
김미식_도시안의 크리스마스_아트 퀼트_120×280cm
송번수_가시(上曲)_종이부조_71×131cm_2002
송번수_십계명_종이부조_71×133cm_2002
신영옥_남겨진 자취_직조, 고서, 한지, 장판지, 마사_90×90cm_2014
신영옥_여운111_고서, 한지, 활자틀, 부적, 부채, 한자패널에 콜라주_2008

현재 풀 짚공예 박물관장이며 경기도 박물관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성임의 짚공예 인물상, 전통적인 형태를 변용하고 무늬를 넣은 둥구미, 앞치마 두른 어머니의 품새를 은유하는 바구니들은 그녀의 정밀한 솜씨와 짚공예에 대한 깊은 식견을 느끼게 해준다. 두루마리 편지지와 죽간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를 고서와 한지를 주재료로 삼아 직조 작업으로 구성해 낸 신영옥의 '남겨진 자취'. 새 한옥 서재 공간과 잘 어우러져 마치 기물처럼 자리 잡았다. 그녀의 작업에는 전통과 현대가 긴장감을 풀지 않고 공존하면서 미감을 실험한다. 비정형의 미학을 긴장과 이완의 이중성(엮다-풀다, 채우다-비우다, 이미-아직, 정동)을 통해 지적 풍미까지 전해주는 이미령의 바구니 작업에는 탈현대 시대에 걸맞는 미적 질문들이 담겨져 있다. 미완성인 듯, 과정인 듯 작업은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며 동적인 이미지를 산출한다. 한국에 '아트 퀼트'의 영역을 알리는데 선구적 역할을 해 온 김미식. 그녀의 섬유공예 작업은 염색을 통해 천의 색면들을 구성함으로써 감성적 추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통 직물과 전통 기법을 훈련하며 각 소재들의 물성에 집중하는 새로운 작업도 함께 보여준다. 즐거우나 결코 가볍지 않고, 깊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종이입체조형 작업을 펼치고 있는 양상훈. 그의 촉각적인 종이조형 작업들은 관람자로 하여금 일정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보고 눈으로 만지도록 끌어 당긴다. 동화와 우화의 세계가 가상의 자리를 가볍게 넘어 현실로 다가오는 작업들이다. 송번수는 홍익대 미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예교수를 수행하면서 마가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는데 판화가로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오랫동안 천착하며 자신의 기법으로 굳힌 종이부조 작업, '가시-상, 하'와 '십계명'을 보여준다. 개인 또는 국가가 겪는 고난의 역사를 상징하는 가시는 종교적 도상으로도 읽힌다. 미와 윤리의 결합이 여러 겹의 한지 부조를 통해 누적적인 시간켜를 구축하면서 두터운 역사를 담아낸다.

양상훈_사랑가_색한지, 낙수지, 종이펄프, 줌치, 아크릴과슈_70×45×20cm_2012~8
양상훈_사랑가_색한지, 낙수지, 종이펄프, 줌치, 구슬, 아크릴과슈_가변크기_2012~8
이미령_Basketry Techhnique_지끈, 금속 케이블_2015
이미령_Basketry Techhnique_지끈_2018
이은주_지승천체도_한지_250×250cm_1992
이은주_정동진의 아침_한지, 삼종이_244×167cm_2012
전성임_엄마_모시 등_46×40×40cm
전성임_노부부_왕골 모시_28×19.8×19.8cm, 32.1×22×22cm

종이를 재료로 삼은 천체도와 종이입체조형, 종이직조, 종이부조 작업들, 풀과 직물로 엮은 작업들은 모두 원재료에 담긴 단순함과 소박함으로 외연의 복잡함과 화려함, 그리고 부산함과 수고로움을 품어준다. 이들 작업은 우리들로 하여금 잠시 다른 일을 멈추고 신체적 지각을 가지고 마음이 무엇을 만드는지 숙고하게 한다. 마음의 중재 없이 순전히 감각 경험만을 강요받는 요즈음, 마음이 중재하는 감각 경험을 허용하는 전시, 『지금, 여기 2부』는 아름답다. 전시되는 공예작업들은 예술이 결코 주변적인 것, 삶과 동떨어진 것, 사소한 것이 아니라, 항상 인간의 가장 진지하고 필수적인 관심사의 일부였음을 단순하게 일깨워준다. 만약 오늘날의 예술이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현재 우리의 삶의 방식, 단편화되고 연결과 순환을 잊어버리고 부박해진 삶의 방식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 임정희

Vol.20180916i | 여기, 지금 Ⅱ - Hic et Nunc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