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다

이미경_전경환_정재호_최재혁展   2018_0921 ▶︎ 2018_1014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AK 갤러리 수원 AK GALLERY SUWON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덕영대로 924 AK플라자 6층 Tel. +82.(0)31.240.1926~7 www.akplaza.com/gallery/main.do blog.naver.com/akgallery_ www.facebook.com/AKgallery.suwon www.instagram.com/akgallery_

만약 우리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이나 동네의 모습이 아직도 그곳에 그대로 있다면 정말 큰 행운입니다. 성인이 되어 세상 앞에 홀로선 우리는 현실 속의 고독과 무력을 느낄 때면 따뜻한 보호와 사랑이 감싸주던 유년시절을 품은 그 곳을 찾아 아련한 향수에 젖고 싶어집니다. 집 앞 골목의 공중전화로 친구의 집에 전화를 걸어 불러내곤 했던, 문방구 앞에 놓인 오락기를 하기 위해 엄마에게 동전 하나를 사정했던 그 사소했던 일상은 오랜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랬을 뿐 깊은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AK갤러리는 『그리고, 그리다』 전시에서 네 작가들이 그려낸 기억을 통해 따뜻하고 순수했던 그날의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 보려 합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흐려져버린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기억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재현됩니다.

이미경_우리 슈퍼_종이에 아크릴채색, 펜_100×100cm_2008

어린 시절 동네의 작은 가게를 흔히 구멍가게라고 불렀습니다. 요즈음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밀려 그런 가게를 구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경 작가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멍가게를 찾기 위해 전국 곳곳으로 여정을 떠나 그 풍경을 펜으로 화폭에 옮깁니다. 각각의 구멍가게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붙이고 소박하고 따뜻한 색채로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지금의 구멍가게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매우 낡고 허름해졌지만 작가의 추억과 애정 어린 시선에 의해 세월의 얼룩은 지워지고 따스한 감동을 전하는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유년시절 마음의 위안이 되어주던 구멍가게가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전경환_이 빠진날_레진에 유채_26×53×13cm_2018_부분

전경환 작가는 한 꼬마아이의 일상 속 모습을 위트 있게 표현하여 관람자들을 절로 웃음짓게 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인 "동구"는 우리 모두의 친구이자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빠진 앞니를 내보이며 해맑게 웃고, 잠자리채를 들고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며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감을 따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오르는 말썽꾸러기 동구는 이제는 마음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순수한 동심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동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잠시나마 이 세상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친 마음에 여유와 정서적 회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정재호_이카루스_한지에 아크릴채색_150×210cm_2018

정재호 작가의 작품에는 요즘 세대들은 실물을 본 적도 없을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소니 텔레비전,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이 주인공이 되어 등장합니다. 작가는 지속해서 근대의 흔적을 추적하고 수집하기를 반복합니다. 이 흔적들은 시간의 유속에 하염없이 부식되고 부패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섬세하게 묘사된 기억의 파편들을 통해 본인의 잃어버린 기억들을 소환하고 조합하는 우연한 경험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안개에 싸인 듯 흐릿하고 뿌연 이미지는 당시의 기억을 아스라이 되살려냅니다.

최재혁_Still life #27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7

골동품이라는 사물은 지나간 일상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매개입니다.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 속에 살아남은 골동품들은 과거와 현재의 수많은 일상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현대의 화석과도 같습니다. 최재혁 작가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각기 다른 추억과 사연을 담고 있는 이 오래된 물건들을 캔버스 위로 하나씩 수집해 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작가가 그리는 것은 오래된 물건이 아닌 흘러간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남겨놓은 추억 속에서 나의 오랜 기억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들은 낡고 오래된 흔적들을 자신만의 시선에서 포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만나는 기억 혹은 일상 속의 장면은 언제 어디선가 한번쯤은 겪어 본 듯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기억이자 잔영입니다. 이번 전시는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던 그 시절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자 합니다. 시간의 속도를 늦춰 여유를 찾고 긴 호흡으로 잠시 회상에 잠길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AK 갤러리 수원

Vol.20180921b | 그리고, 그리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