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한지 달빛에 물들다

김정숙展 / KIMJEONGSOOK / 金貞淑 / painting.installation   2018_0928 ▶︎ 2018_1016 / 월요일 휴관

김정숙_달빛에 물들다_한지에 혼합재료_73×108cm_2018

초대일시 / 2018_0928_금요일_06:00pm

28회 김정숙 초대개인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문화공간 기린미술관 CULTURAL SPACE GIRIN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4길 46 Tel. +82.(0)63.284.0888

탄탄한 시각적 역량과 작가 정신으로 획기적인 작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친숙한 매체인 한지와 조형미가 빼어난 백자대호 달 항아리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굵직한 변화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비움과 지움을 시도한 점이다. 둘째는 배경과 이미지의 대등함을 추구했으며, 셋째는 달 항아리가 지닌 비대칭의 미감을 십분 반영했다. 넷째는 한지의 물성 확장과 달 항아리 제작기법의 변용으로 작가 고유의 회화적 세계를 열어가고자 했으며, 마지막으로는 해묵고 발효된 느낌의 색상 표현을 지향한 점이다. ● 한국 전통문화 중에서 그 우수성과 미감으로 백미에 손꼽히는 것 두 가지는 '한지'와 '달 항아리'일 것이다. 우리문화의 자부심인 한지와 달 항아리를 현대적 조형에 접목한 작업을 선보이는 김정숙 교수는 비움, 지움, 자연스러움이 깃든 작품을 통해 한지가 갖는 다양한 물성과 힘을 전한다. 달 항아리의 둥근 조형은 느긋함과 이완이 주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과도하게 풍만한 달 항아리 곡선은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기교를 지워 기품을 새겼으며, 빛깔을 지워 달빛을 빚었다. 뽐내지 않아 푸근하고 억지가 없어 너그럽다. 모든 것을 비웠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있다."라고 말한다. 이전까지 작가는 꽃을 소재로 하여 나비, 매끈하고 흠 없는 항아리, 전통 직물 예술작품 등의 형상을 곁들여 축복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꽃이 거의 사라졌다. 「여선인 與善仁, 2018」에서 미처 다 버리지 못한 채 남아있는 흐릿한 나팔꽃 이미지 몇 송이만 확인할 수 있다. '지우고 버릴 때 들어오는 것' '비워야 비로소 차오르는 것'에 주목하고 치열하게 작업해 온 결실은 이제 시작이다. 작가는 기존의 꽃 이미지를 지우고 버리는 작업이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고 술회한다. 지우고 비운 그 자리는 관람자의 것으로 채워지거나 더 이상 채울 필요 없이 가득 차오른 채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

김정숙_관조_한지에 혼합재료_58×86cm_2018
김정숙_달빛 사랑_한지에 혼합재료_87×116cm_2018
김정숙_역지사지_한지에 혼합재료_87×115cm_2018

이번 작품에서 보여 지는 두 번째 특징은 배경과 이미지가 대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의 이성 중심주의는 내재된 질서로 세계를 문명과 야만, 중심과 주변, 진리와 허위, 정신과 육체, 남성과 여성, 서양과 비서양, 현전과 부재로 나누고 전자를 지배적인 것으로 후자를 종속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위계를 설정했다. 하지만 후자가 전자보다 열등하다는 것은 그 근거가 부재한 착각이자 환상이라는 주장이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관조, 2018」에서 이미지는 비어있고 배경이 채색되어 부각된다. 「달빛 사랑, 2018」에서도 그림이 무엇이고 배경이 어디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은 작업이 주체와 객체의 대등함을 보여준다. 이미지의 은색이 배경에, 배경의 금색이 이미지에 교대로 드러난 작품 「역지사지, 2018」를 보면, 대등함을 너머 뒤바뀌는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지를 뜯어서 배경과 이미지 사이 경계에 간간이, 또는 배경에서 이미지 쪽을 향하여 빼곡히 붙인 「천년의 사랑, 2018」에는 양측의 연결과 대등함이 강조되어 있다. ● 보름달처럼 크고 둥글게 생긴 달 항아리는 조선 백자의 정수다. 모든 색깔을 다 제거한 유백, 회백, 설백, 청백등 순백의 색깔과 풍만한 곡선이 주는 둥근 조형미가 백미로 꼽힌다. 달 항아리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무수하다. 절제, 청빈, 담박함으로 조선의 이상과 세계관을 담았다고도 하고, 단순한 원형과 순백은 복잡하고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한다고도 했다. 작가는 이러한 다채로운 특성을 지닌 달 항아리를 중심 소재로 택했다. 약간의 불균형도 없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작품은 장엄하기는 하지만 차갑고 초보적이며 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반면에 완전한 구가 아닌 것에 의한 느낌과 색의 변화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아름다움을 향상시킨다. 예술에서 대칭 파괴는 종종 새로운 것을 드러내기 때문에 비대칭은 중요하다. 살짝 비켜가거나 어긋나 있는 비대칭의 대칭을 보여주는 작가의 달 항아리 형체야말로 힘겹고 고달픈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배가된 공감과 넉넉함과 쉼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여여한 나날, 2018」 「무심, 2018」 「달꽃, 2018」등에서 보여 지는 과도하게 풍만한 달 항아리는 우리에게 격려와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김정숙_천년의 사랑_한지에 혼합재료_57×87cm_2018
김정숙_대인춘풍 지기추상_한지에 혼합재료_57×87cm_2018
김정숙_무심_한지에 혼합재료_70×94cm_2018

한지의 역사는 낙랑, 삼국,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하다. 한치윤의 해동역사에 따르면 송나라의 손목이 '계림지'에서 고려의 닥종이를 '빛나고 희고 아름다워' 백추지라 했다고 한다. 손으로 직접 떠서 만든 종이인 한지의 주원료는 닥피, 상피, 안피, 마류, 대나무, 볏짚 등이 있고, 부원료는 닥풀, 느릅나무 점액, 수용성 고분자 물질 등을 사용한다. 근래 들어 한지는 제조공정에서 복합소재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등 그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김정숙 작가는 몇 년 전부터 한지의 물성과 질감에 관심을 가져왔다. 한지 공장에 방문하여 직접 주문을 하기도 하고 제작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작가의 한지는 다양하게 독특한 질감과 물성을 드러낸다. 또한 한지의 평면적 한계를 넘어서는 입체적 표현을 위해 겹쳐 붙이기를 시도했다. 겹겹이, 층층이 쌓이는 한지 붙이기는 중층적 시간의 흔적을 암시한다. 그 흔적은 하루하루가 만드는 인생 여정의 기록이 될 수 있다. 「조응하다, 2018」에서 작가는 작고 둥근 한지에 달 항아리 형체를 담아 전시장 한 쪽 벽면 가득 채워 전시함으로써 무수한 달 항아리가 둥둥 떠다니거나 쏟아지는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작가는 평면 한계를 넘어서는 한지의 매체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자신의 고유하고 다층적인 회화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 하나의 작품이 두 개의 절반으로 제작된 후 전시장에서는 좁은 틈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작품으로 합체 전시되는 다수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본디 백자대호 달 항아리는 제작과정에서 성형과 번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상하 부분을 따로따로 만든 후 두 부분을 접합시켜 완성했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하얀 직선 형태의 좁은 틈'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점이 달 항아리에 대한 작가만의 또 다른 해석이요 진전이며 확장으로 보인다. 작가는 "나와 너,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달 항아리는 그 앞에 설 때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라고 말한다. 「달빛에 물들다, 2018」는 나와 너,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다. 가운데 하얀 세로 직선은 존재와 시공간에서 상호 간의 어울림과 조응이요, 관조이며 배려와 소통이다. 「온유, 2018」 「도법자연, 2018」 「관조, 2018」에서 보여 지는 이미지 사이의 좁고 하얀 직선 역시 둘 이상의 개체를 병치하는 동시에 통합함으로써, 중심과 주변의 진정한 화해와 소통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에게 통섭과 호환의 통로가 꼭 필요한 때가 언제인가? 시각예술의 강점은 시대의 전 방위에서 세상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제안과 안내를 한다는 점이다. 근래 들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긴박한 변화를 보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깊은 통찰을 전해주는 듯하다. ● 채근담에 수록된 구절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에 내리는 서리처럼 엄격하라'는 의미인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2018」에서, 작가는 파격적인 색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전의 기품 있고 화려한 기교의 색상에서 벗어나 있다. 해묵고 오래 발효되어 빛바랜 색, 숲속의 모든 생명에게 다 내어주고 남은 고목 등걸 느낌의 색, 존재의 원천, 세상의 원형질 같은 색이 거기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고귀와 격조를 표현했던 이전의 색을 넘어 서는 그런 경지에서 나오는 무위, 무념, 무상이라는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색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 김순아

김정숙_달 꽃_한지에 혼합재료_57×87cm_2018
김정숙_무위_한지에 혼합재료_74×107cm_2018
김정숙_고귀_한지에 혼합재료_57×87cm_2018

This exhibition showing the remarkable change of artworks with the solid visual ability and artist spirit, is composed of works combining familiar Hanji paper with great white porcelain vessels excellent in their formative beauty. The big changes that the artist shows in the exhibition are condensed into five things. The first is to try to empty and erase. Second, the equality between the background and the image was pursued. Third, it fully reflected the asymmetrical beauty of the moon jar. Fourth, the artist tried to open up her own unique painting worlds by expanding the materiality of Hanji and transforming the technique of making moon jars. Finally, she is aiming for a color representation of the old, fermented feeling. ● Two of the most distinguished Korean traditional culture in terms of excellence and esthetics are 'Hanji' and 'Moon Jar'. Artist KIM introducing the work of combining Korean Hanji paper and Moon jars which are proud of our culture with contemporary visual arts, conveys the various properties and strengths of Hanji through works that are emptied, erased, and natural. The round formality of the moon jar offers a deep resonance and relaxation. In particular, the overly bulky Moon Jar curve gives a warm and cozy feeling. "I erased the technique to carve the grace, and erased the color to make the moonlight. It does not boast so it feels good and it does not have any compulsion so it feels generous. Everything is empty, but full of subtle beauty." she said. In the past, the artist has mainly worked on blossoms with the shape of butterflies, smooth and spotless jars, and traditional fabric artworks. In this exhibition, flowers almost disappeared in works. We can only see a few fuzzy images of the morning glories that have not been abandoned in 「Yeoseonin, 2018」. 'Something comes in when you erase it.' 'Something starts to emerge after it is emptied.' All the works are the beginning of the fruits of her attention and intense working. She said that it was a difficult process to erase and discard the existing flower images. The place she cleared and emptied will be filled with the spectator's stuff, or it will stay there full of something without needing to fill it anymore. ● The second feature seen in this exhibition is that the background and image are getting equal rank. Western rationalism sought to divide the world into civilization and barbarism, center and periphery, truth and falsehood, mind and body, men and women, Western and non-Western, and present and absent, and the former as dominant and the latter as subordinate to set up a hierarchy. However, the argument that the idea of the latter being inferior to the former is just the false faith such as illusion and fantasy without grounds has had a great influence. In 「Kwanjo, 2018」 the image is emptied and the background is colored. Even in the work 「Moonlight Love, 2018」 it is not easy to distinguish what the picture is and what the background is and the whole canvas shows the correspondence of the subject and the object. In that work 「Backpsin, 2018」, the silver color of the image is alternated with the background and the gold color of the background with the image. It shows the posibility of the world turned upside down beyond equality. The work 「Millennial Love, 2018」, in which Hanji was ripped and pasted from the background to the image, or from the background to the image, is emphasized on the connection and equality of both sides. ● A large, rounded moon jar like a full moon is the essence of Joseon white porcelain. It is considered as highlights that all the colors are removed in milky-white, grayish-white, snow-white and bluish-white color of the jar and that the rich curve reveals the beauty of a round shape. The former interpretation of the moon jar is myriad. It is said that it contains the ideals and world view of Joseon with temperance, purity and simplicity, and simple circular form and whites have also revealed complex, subtle and mysterious beauty. The artist chose the moon jar with these various characteristics as the main material. A perfect symmetrical work without a slight imbalance is majestic, but it seems cold, rudimentary and lacking in sensation. On the other hand, changes in feelings and colors due to non-perfect phrases show minute movements and improve beauty. Asymmetry is important because symmetric destruction in art often reveals new things. The moon jar shape of the artist showing the symmetry of asymmetry which is shifted slightly or imbalanced will give empathy, generosity and rest to the people living a hard and tiring lives. The overly bulky moon jars shown seem to give us encouragement and comfort in the works of 「Freely Relaxed Days, 2018」, 「Transcendence, 2018」, and 「Moonlight Flower, 2018」. ● The history of Hanji is eternal as long as it goes back to the ancient Nakrang, the Three Kingdoms, and the Goryeo Dynasty. According to Han Ji-yoon's history of Haedong, Son Mok of the China Song Dynasty called Dak paper of Koryeo 'paekchuji' because it was so bright, white, and beautiful in 'Kyerimji.' The main ingredients of Hanji, which is a paper made by hand, is mulberry bark, mulberry tree bark, gampi bark, hemp, bamboo, and rice straw. Hibiscus manihot, elm's mucus, and water-soluble polymer materials were used as an additive material of Korean Hanji paper. Recently, Hanji industry has been expanding its application range by enabling composite materials controlled in the manufacturing process. Artist Kim has been interested in the properties and texture of Korean paper for several years. She visits Hanji factory to order directly and to participate in production. For this reason, Hanji of the artist reveals various unique textures and properties. She also attempted to overlay it for stereoscopic expression beyond the plane limits of Korean paper. Layering and multi-layering of Hanji suggests a trace of time in the accumulated layer dimension. The trail can be a record of life's journey of her days. The artist filled up the wall of one side of the exhibition hall with a small, rounded moon shaped jar, and created a space where a myriad of moon jars float or pour in her work 「Conforming, 2018」. The artist is expanding the media possibilities of Hanji and opening his own multi - layered painting world. ● We can see some works made in two halves and put together in one piece in the exhibition hall with a narrow gap. Since the main body of the Great White Porcelain Moon jar has difficulty in molding and firing during the production process, the upper and lower parts are separately prepared and then the two parts are joined together. In that connection the 'white straight-line narrow gap' shown in the artist's work is very impressive. This point is another interpretation of the moon jar, and it seems to be progress and expansion. "The moon jar in which I and you, the past and the future coexist, tell different stories each time we stand before it." the artist comments. 「Drenching in the Moonlight, 2018」 shows the coexistence of the past and the future, me and you. The straight line is mutual cohesion, correspondence, contemplation, consideration and communication in existence and time and space. The narrow, white straight lines between the images shown in the works conjure up true reconciliation and communication between the center and the surrounding by juxtaposing and combining two or more objects at the same time. When do you think it is necessary for us to have a channel of consensus and compatibility? The strength of visual arts is the ability to talk about the world and human beings at the head of the times to offer suggestions and guidance about how we should live and where we should go. The artist seems to convey deep insights through this exhibition, seeing the urgent changes taking place around us recently. ● 「Daeinchunpung Jigichusang 2018」 means 'when you treat others, you are as generous as spring breeze, and when you treat yourself, you have to be as strict as a frost falling in autumn', which phrase is from 'Chaegeundam'. In the artwork, the artist shows an unusual color change. It is away from the color of the old elegance and splendid technique she used. There are colors such as a faded color with age-old fermentation, the color of the feeling of a old tree stump that gives to all the life in the forest, the colors of the source of existence or protoplasm of the world in the works. In this exhibition, we will be able to meet the colors that reveal the great spiritual world of inactivity, a thoughtless spirit, and frailty of life that comes from such a stage beyond the previous colors of hers that expressed noble and class. ■ KIMSUNA

Vol.20180928i | 김정숙展 / KIMJEONGSOOK / 金貞淑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