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바다를 품고 있다

김현철展 / KIMHYUNCHUL / 金賢哲 / painting   2018_1001 ▶︎ 2018_1031 / 10월21,28일,공휴일 휴관

김현철_제주 차귀도_아사천에 수묵채색_53×72.7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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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홈페이지_www.hyunchulkim.com

초대일시 / 2018_1004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주말_11:00am~05:00pm / 10월21,28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두인 gallery dooin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8길 25 엄지빌딩 B1 Tel. +82.(0)2.567.1212 www.gallerydooin.com

풍경 전체를 담은 그림, 진경眞景 ● 김현철의 그림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청명하다. 진경의 세계를 오랜 시간 탐구하고 상대해온 작가의 붓으로 구현되는 풍경은 격조 있는 정신성의 향유를 가능하게 한다. 섬과 바다의 풍경을 한 땀 한 땀 재현하거나 표현하려 하지 않는 그의 그림들은 시야가 끝없이 옆으로 확장된다. 그림 속에서 과감하게 그은 수평선은 단순하다. 그러나 깊고 넓은 자연의 독자성을 드러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김현철의 화면에 올라온 자연은 그 자체로 '전체'다. 파편이 아닌 전체의 이미지로 하나의 시공간視空間을 경험하기 위해, 김현철은 여백과 집중을 적절히 선택한다. 홀연히 비어진 화면과 색을 입은 사각형의 면은 군더더기 없이 구성된 획들의 집합체다. 작가의 그림이 꼿꼿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동양화가 김현철의 화업에 깃든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오늘날 어떤 대상을 천천히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 '본다는 것'과 '그린다는 것' 사이에 있는 수많은 오해와 잡념들을 덜어내고, 금릉 김현철이 바라보는 풍경은 실제 시공간을 곱씹어보고 천착하여 하나의 독자적인 시공간으로 평면 위에 올라붙은 점선면의 유영游泳이다. 그러나 이 마음을 시원하게 치는 그리기의 유영은 옛 그림에 대한 철저한 공부에서 기인한 것이다. 동양화에 관한 오랜 연구와 이 땅에서 구축된 '보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끈질긴 탐구심에서 오는 동양회화의 탐구라는 것을 관람자는 알게 된다.

김현철_제주 범섬_아사천에 수묵채색_53×72.7cm×2_2018
김현철_제주 박수기정_아사천에 수묵채색_53×72.7cm_2018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를 비롯해 대한민국 풍토에서 생겨난 그림의 독자적인 존재감을 생각하는 연구는 금릉 김현철만이 찾고자 하는 현대 동양화를 일구게 한 특성이다. 간송미술관의 연구원으로 활동해온 그가 자신의 그리기 어법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옛그림을 모사하고 연구한 것은 결국 자신에게 맞는 동양화를 찾기 위한 긴 탐구의 여정이었다. 동아시아 회화의 고전이자 전범인 곽희의 「조춘도」를 임모하고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 정선의 화법을 익혀온 그는 결국 서양의 그리기가 아닌 동양의 시각을 오늘의 눈으로 자기화하고자 해왔다.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시공간 전체를 어떻게 담아내는가' 하는 독자적인 질문은 김현철이 '진짜 풍경'이라고 부르게 된 여러 시공간들을 함축하는 질문이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김현철은 꾸준히 자신의 시각적 경험을 동양의 그리기라는 차원에 결부시킨다. 김현철이 그려낸 「진경眞景」은 보다 파격적인 시공간의 결정들이 농축된 화면으로 구성된다. 동양이라는 범주 없이도 이 그림들은 '오늘의 그림'으로 새로운 현대성을 획득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김현철_산방산_아사천에 수묵채색_65×91cm_2014
김현철_해남도_아사천에 수묵채색_112×194cm×2_2016
김현철_제주진경_아사천에 수묵채색_53×73cm_2016

먼저 김현철이 과감하게 수평선을 그어 화면을 분할하는 것은 세밀한 묘사 없이 하늘과 바다, 시공간을 가르는 미학적 판단이다. 대상의 재현 없이 수평적으로 그은 선이 화폭 위에서 거대한 색채 면을 획득하는 것은 한 인간이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연을 향해 추상적 시각성을 추출해내는 시도이다. 그가 그리는 제주의 풍경, 어느 바닷가에서 본 장면들은 이를테면 제주 산방산과 청령포 등의 구체적 지명이 있는 시공간에 기인하지만 아사천에 수묵 채색으로 올라간 색조는 독특한 시공간 감각으로 세계 '전체'를 보게 한다. 김현철의 신작들은 모두 「진경 眞景 True-view Landscape」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김현철_제주 산방산_아사천에 수묵채색_65×91cm_2018
김현철_정방폭포_아사천에 수묵채색_50×72.5cm_2015

그가 구현한 그림 속 풍경은 구체적인 대상을 벗어나 화면의 구도를 보다 추상적으로 사용한다. 화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푸른색은 기세등등한 바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화면 위에 먹으로 그려진 섬은 리드미컬한 선으로 자신의 형태를 세우며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바다, 섬, 풀, 하늘은 모두 공기가 통하는 정신적 연결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인다. 두터운 물질이 아니라, 움직이는 자연의 한 획을 감각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은 맑은 도전의 시각이 담겨있다. 그림의 반이 검은 빛으로 자리한 김현철의 또 다른 그림을 보자. 검은색의 밤바다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여백으로 남은 하늘은 그림 속 이곳이 밤인지 낮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바다 위 풍경은 옅은 선으로 그림 상단에 그려져 있고, 짙어졌다가 옅어지는 이 검은 바다는 검은색에 깃든 이곳을 고요함이라는 청각적 상태로도 경험하게 한다. 완벽주의적으로 마무리된 이 사각 프레임은 그리기의 대상이 된 지명의 성질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세계의 풍경으로 화면 속 점선면과 색채를 확장시킨다.

김현철_도솔암_아사천에 수묵채색_41×53cm×2_2017
김현철_청령포_아사천에 수묵채색_33×53cm_2016

김현철의 그림은 세파에 휘둘리지 않는 높은 정신의 수신修身에 바탕한다. 바다 풍경을 보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수없이 바다의 상태를 경험했던 일, 제주에 머물며 그가 보았던 시공간을 과거의 전통 동양화의 숙련된 기법에 바탕해 자신만의 형식적 창안을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은 금릉 김현철의 그림이 결국 자연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담는 '본질'의 추구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아름답고 청량한 화면을 보며 눈을 깨끗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한다. 눈과 마음의 관계를 그리는 이 화가의 시야는 옛 시간을 향해 멀리 뻗어 있으며 깊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잡고자 했던 풍경들은 원근법과 단일투시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 풍토에서 생겨난 방법론이었다. 공기를 포함한 풍경 전체의 빛을 담아내는 「진경 眞景 True-view Landscape」은 그 자체로 위엄이 있다. ■ 현시원

Vol.20181002b | 김현철展 / KIMHYUNCHUL / 金賢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