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각도

2018_1003 ▶︎ 2018_1018 / 10월 15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009_화요일_05:00pm_온그라운드_지상소

참여작가 / 유화수_이지양 참여자 / 김원영_박환수_신선해 이민희_정도운_한기명_황철호

이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 『2018 서울을 바꾸는 예술: 소셜프로젝트』에 선정된 지원사업입니다.

기획 / 을지로 르네쌍스 후원 / 서울문화재단 협찬 / 정재원가구_스무나흘

Part 1 / 2018_1003 ▶︎ 2018_1007 관람시간 / 12:00pm~07:00pm / 3일_05:00pm~07:00pm / 7일_12:00pm~05:00pm

이음센터 ieum Center 서울 종로구 대학로 112(동숭동 1-117번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층 갤러리 Tel. +82.(0)2.760.9700 www.i-eum.or.kr

Part 2 / 2018_1009 ▶︎ 2018_1018 관람시간 / 12:00pm~06:00pm / 9일_05:00pm~07:00pm / 10월 15일 휴관

온그라운드_지상소 ONGROUND GALLERY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3 (창성동 122-12번지) 1층 Tel. +82.(0)2.720.8260 www.on-ground.com

장애를 바라보는 두 시점 '사이'에서, 일상을 제작한다면 - 몸의 시차(parallax) ● 소박하지만 고유한 것을 만들었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전시회다. 나는 이 조촐한 기획이 커다란 시차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너는 몸이 불편하니" 실용성을 삶의 제1원칙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테다. 화장실에서 벗고 입기 편한 펑퍼짐한 트레이닝복. 머리는 관리하기 어려우므로 간단하게. 일상의 도구들은 몸의 변형, 속도, 뒤틀림에 사용이 어렵지 않은 구조와 형태로. 일상은 늘 '아름다움' 보다는 편리에 무게를 두었다. 불편함을 감소시키라는 과업. 편리함에 다가가는 삶이란 불편함이 곧 장애라는 구도 속에서 우리의 운명인 듯 보인다. 편리함을 탐구하는 일은 장애(불편함)를 극복하는 삶의 전제이다. ●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일상을 '예술적(미적)'으로 살아내라는 요구를 받는다. 사람들은 장애인이 일상을 그저 일상이 아니라, 장애를 극복한 우아한 삶의 기예로 채울 것을 기대한다. 안타깝게도 장애를 극복하는 몸짓은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나 TED 강의가 펼쳐지는 무대 위에서는 종종 드러날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거의 실현되지 않는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사람은 뜨거운 차나 국이 들어있는 그릇을 주방에서 테이블로 옮기지 못한다. 와인을 손끝으로 잡고 우아하게 입술로 가져갈 수 없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고작 몇 시간의 작업을 끝내면 허리의 통증으로 침대 위에 드러누워야 한다.

이지양_figure in movement#7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1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4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3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5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2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6_라이트젯 프린트_109×82cm_2018

우리는 일상의 예술(미) 따위에 관심을 거두고 오로지 편리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충고와 지침 속에 살면서, 동시에 장애를 우아하게 극복하고는 다리를 쓰지 못해도 중력에서 자유로운 척, 근육강직으로 팔다리가 마음대로 뻗거나 굳어있는 가운데서도 유머와 위엄을 지켜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척 산다. 장애를 가졌지만 중력과 강직에서는 자유로운, 경이로운 인간상을 연기해야 한다. '장애 그 자체를 숭고한 예술로 만들라'는 지침이 또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 편리(실용)와 숭고(예술)에 대한 위의 두 지침은 충돌한다. 우리는 편리한 일상의 도구들을 통해 장애가 발생시키는 불편함에 대응하지만, 그럴 때 장애 자체를 '숭고한 예술'로 만들라는 명령은 따를 수 없게 된다. 뇌병변 장애로 우리의 팔다리가 어디로 뻗어나가든, 우리의 몸에 적합한 가구, 도구, 보조기기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 우리는 최대한 '평범하게' 살 수 있다. 여기에는 어떤 '숭고함(미적인 것)'이 없다. 반면 중력과 강직을 누르고 일상의 우아함을 만들어내는 영웅적인 장애인의 몸이라면, 편리하게 설계된 도구들에 가능한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스탠딩코미디언이나 변호사가 된다. 편리하고 실용적인 도구가 없으면 없을수록, 세상이 장애인에게 요구하는 이 '미적인 효과'는 극대화된다. ● 말하자면, 장애가 있는 몸을 바라보는 두 시점이 있고, 그 사이에는 강력한 시차(parallx, 視差)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시차의 크기가 곧 우리 일상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모순의 각도이다.

이지양_figure in movement#15_라이트젯 프린트_32×32×5cm×2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1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56×39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1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1×40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1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60.5×27cm_2018
이지양_figure in movement#9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43×43cm_2018

우리의 각도 ● 이번 전시에는 뇌병변, 지체, 발달장애를 각각 가진 7명의 장애인들이 각자의 종잡을 수 없는 그 크기의 '각도'에 주목해보았다. 우선은 편리하고 단순한, 그러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절실한 가구를 요청한 사람이 있었고, 장애인에게 언제나 당연시되는 편리와 실용성의 가치를 괄호안에 넣고 자신의 강직된 신체부위를 조형적으로 강조한 가구를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필요한 서랍장, 뜨거운 국물이나 차를 안전하게 운반할 테이블, 누워서 작업이 가능한 독서대, 양팔을 쓰지 않고 빨대로 소주(혹은 탄산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의자도 제안했다. ● 신체의 형태와 운용방식에 적합한 '맞춤형' 가구를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지, 늘 강조되어 오던 '펑퍼짐한 트레닝복' 같은 실용성의 강박을 내다 버리고, 동시에 장애를 극복하라는 기대도 무시한 채 각자의 얼굴, 팔 모양, 생각의 조각들을 구현한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안점인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작가도 참여자도 두 시차의 커다란 각도 안에서 종잡지 못했다. 다만 기존의 지배적인 두 시점을 거부하려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장애인이니까 무조건 편리하게"라는 지침을 최대한 무시하면서도, 장애인의 일상이 구현하는 예술적 가치란 오로지 장애를 의지로 극복하는 숭고한 태도에 있다는 그 믿음을 배척하고자 했다.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한기명-_합성수지, 강화유리, 철_50×50×65cm_2018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김원영-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황철호-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정도운-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박환수-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유화수_중얼거리는 가구–신선해-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8

이 전시회는 하나의 시작이다. 장애를 가진 몸 각자의 일상을 수월하게 만들어줄 유일한 가구(도구)를 제작하는 작업이, 동시에 일상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길이 될 수 있을지를 묻는 출발점이다. 가구는 가구 주인들의 사진과 함께 전시된다. 가구에는 주인들 저마다의 '각도'의 흔적들이 결합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일상의 도구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물음을 던지는가? 그 가구에서 실용성 또는 숭고한 예술적 감동을 제외한, 다른 무엇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한가? 시차를 통해 우리가 발견하는 일상의 진실은 무엇인가. ■ 김원영

Vol.20181004e | 당신의 각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