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감적 풍경

최은지展 / CHOIEUNJI / 崔銀芝 / painting   2018_1003 ▶ 2018_1009

최은지_untitled(sequestered)_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93.9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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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00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28 신관 2층 Tel. +82.(0)2.737.4679 www.gallerydos.com

'미시감', 기억 오류의 하나.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모두 처음 보는 것으로 느끼는 것. ● 현대인들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면서 언제나 공유하던 자신들의 공간을 낯설게 느끼곤 한다. 익숙하고 편안했던 삶의 터전이 문득 낯섬을 마주하는 순간들은 도시의 양가성과 맞닿아 있다. 벤야민의 저서에서 도시는 '개인적 편안함'의 일부분임과 동시에 폭력성과 야만성을 지닌 공간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의 양가성은 대도시만의 공간적 특징이며, 현대인들은 이러한 양가성으로 인해 도시를 떠나길 희망하면서 동시에 그곳에 머물길 택한다. ● 내가 바라본 '미시감적 풍경'은 바로 이 양가성을 마주한 순간의 도시의 초상이다. 그리고 이 풍경을 완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산책자Flaneur'에 위치시킨다. 그리하여 본인이 살고 있는, 혹은 다른 대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때 산책자는 작품의 내부나 외부가 아닌 애매한 경계에 위치하여 도시를 '응시'한다.

최은지_Inter-Space_0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18
최은지_Dupli-City_0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9×130.3cm_2018
최은지_경계(boundary)_1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53cm_2018 최은지_경계(boundary)_1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53cm_2018

나의 시선을 빌린 관람객들은 또 다른 산책자가 되어 새로운, 하지만 낯설지 않은 도시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보여주는 산책자의 공간은 그들에게 특정한 목표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 도시는 양가성 그 자체이며 나는 그 경계의 틈을 포착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구축해간다. 각자에게 도시공간이 주는 의미가 다르듯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내부인으로, 혹은 외부인으로, 그리고 그 사이의 산책자로 각자의 도시, 미시감적 풍경을 감상하길 바란다. ■ 최은지

최은지_Layer of City 시리즈설치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31.8×31.8cm_2018
최은지_경계(boundary)_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3cm_2018
최은지_Inter-Space_0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12cm_2018

"… 우리는 최은지의 작품을 통해 인간은 사라지고 기물만 존재하는 물상화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그 세계는 강압적이지도 선동적이지도 않다. 무엇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거나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파장은 광범위하고도 심각하다. ● 작가의 감정을 애써 관객에게 부담 지으려고 하지 않지만 그 기저에는 현대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것, 즉 '나와 너'의 관계가 끊어지고 '나와 사물'(마르틴 부버) 간의 돈독한 관계에 주목하는 작가의 번뜩이는 통찰이 흐르고 있다. 싸늘한 공간과 긴장된 직선과 사선, 선들의 충돌이 가져오는 모종의 불안, 공허감을 느낄만큼 텅빈 공간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최은지_차창_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7.3×22cm_2018
최은지_Inter-Space_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27.3cm_2017

최은지의 세련되고 정돈된 풍경화에는 인간의 술렁거림이나 온기 대신 숱한 기물들이 등장한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말쑥한 사무실 또는 몇몇 테이블만이 눈에 띌 뿐이다. 과감하게 구획된 공간, 인위적으로 분할된 면과 날카롭게 충돌하는 모서리, 위태롭게 바닥에 세워진 벽채, 부조화의 색상들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유발한다. 근작에서는 면과 면, 색과 색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과잉된 물상의 세계를 더 강조하고 있다. ● 그가 이런 풍경에 매력을 느껴서 일까, 그런 생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것은 어떤 '부재의 의식'이다. 상품논리에 의해 밀려난 인간의 자리, 거짓된 안정감과 가짜 성취가 만들어낸 존재론적 빈곤을 고발하는 발언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은지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파헤쳐 우리로 하여금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지만 사실은 지각을 흔드는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모든 정념을 불태워 버린 사람처럼 냉철함을 잃지 않고 실상을 파악하는 시각이 그처럼 침착할 수가 없다." ■ 서성록

Vol.20181004h | 최은지展 / CHOIEUNJI / 崔銀芝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