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곳에서의 폭동 Riot of void

범진용展 / BEOMJINYONG / 范鎭用 / painting   2018_1004 ▶︎ 2018_1017 / 월,공휴일 휴관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1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70402f | 범진용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8_1004_목요일_05:00pm

주관 / 청주시립미술관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관람시간 / 09:3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CHEOUNGJU ART STUDIO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로 55 Tel. +82.(0)43.201.4057~8 www.cmoa.or.kr/cjas

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기간동안 작품 성과물을 프로젝트 형식으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는 스튜디오 전시장에서 그간 작업했던 결과물에 대한 보고전시로 해마다 작가 자신의 기존의 성향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과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로 진행된다. ● 12기 다섯 번째 릴레이 전시로 범진용 작가의 『빈곳에서의 폭동 Riot of void』展이 오는 10월 4일부터 10월 17일까지 1층 전시실과 윈도우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또한 전시개막 행사는 10월 4일 목요일 오후 5시에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로비에서 진행된다.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163×130cm_2018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410×661cm(91×65cm×42)_2017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410×661cm(91×65cm×42)_2017_부분

태어나고 죽는 건 예외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겪는다. 불평등한 일들은 그 사이에서 또 예외 없이 벌어진다. 나는 범진용의 그림에서 풀과 낙엽을 본다. 그가 그린 한 무더기의 풀과 낙엽은 하나같이 인간의 무관심으로 만들어낸 공간 속에 어지러이 펼쳐져 있다. 의미 있는 장소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인간이 하는 것은 알겠다. 대자연조차 인간의 허락 없이는 온전히 살 수가 없다. 인간에게 선택받지 못한 땅은 금세 너저분해진다. 그렇다고 그가 그리는 행위를 통해서 그 땅과 풍경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부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가 하는 행위는 오히려 관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해서 사실 큰 결여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아무 의미 없이도 풀은 잘 자라고 추워지면 시들었다가 봄이 오면 다시 고개 들기를 반복한다. ● 이미지는 포화, 정보는 과잉의 시대에 살면서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은 찾기 힘들어지고 말았다. 의미 없는 일들은 가치 없는 땅과 함께 인간의 세계에서 배척된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들로만 점철된 인생을 살면서 결국 바라는 건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무슨 연유에서일까. 지금, 그의 그림은 예전과 달리 말이 없다. 꿈속의 풍경은 잠에서 깬 것 마냥 사라져 버렸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보니 광야에서 눈을 뜬 것 같다. 광야의 풍경은 막 꿈에서 깬 자에게 꿈보다 뿌옇지만 보다 무섭게 다가간다. 서늘 서늘한 풀이고 사뿐사뿐한 낙엽이지만 날이 서 있고 묵직하다. 단순한 게 있을까 생각하면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정글은 아니지만 정글의 법칙은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163×130cm_2018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97×194cm_2018
범진용_풍경_캔버스에 유채_97×194cm_2018

심심하고 지저분한 잡초 가득한 땅은 별 눈길가지 않는다. 화사한 도시에 눈길 가는 것 가득하다. 번쩍이는 네온 불빛은 쓸쓸함을 저 멀리 어딘가로 숨겨버린다. 황망한 도시가 땅을 지배하는 오늘, 버려진 땅은 흡사 서양의 정물화에서 나오는 해골을 연상케 한다. 무한할 줄 알았던 인생은 불현듯 꿈에서 깨듯 유한한 것이고, 삶과 죽음은 생각보다 서로 가까이, 새파란 풀과 낙엽이 한데 뒤엉켜 있는 것 마냥 존재한다.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걸 수도 있다. 풀밖에 없는 풍경은 그래서 보기가 어렵다. 풀숲에 숨겨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할까 두렵다. ● 힘들게 그렸다. 한 무더기의 풀이나 낙엽을 그리기란 사실 힘든 일이다. 쓱쓱 영사기로 비춰가며 그리는 일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닌데 더군다나 뭉뚱그리지 않고 잎사귀 하나하나 들춰내고 바라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열기를 내뿜기 마련이다. 하나의 풍경을 모조리 쪼개고 바스러뜨렸다 접착한 행위는 큰 의미 없이도 의미 있다. 눈으로 보고 손끝을 자극하는 물감의 흔적들은 거칠고 날쌔지만 정직함이 묻어있다. 태어나서 죽고, 그 사이에 겪는 일들이 누구에게 의미가 있고 없음을 따지는 것은 결론짓기도 어렵고 빨리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잊혀 지기도 우습다. 그래서 그냥 잠시나마 그와 함께 의미 없는 땅에 서서 풀 한포기 낙엽 한줌 바라본다. ■ 허우중

Vol.20181007e | 범진용展 / BEOMJINYONG / 范鎭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