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자연 Twisted Nature

강주리展 / KANGJOOLEE / 姜妵利 / mixed media   2018_1016 ▶ 2018_1111 / 월요일 휴관

강주리_분재 Bonsai #1_종이패널에 펜_91×73cm, 91×73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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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블로그_jooleekang.blogspot.com

초대일시 / 2018_1016_화요일_04:00pm

퀀텀점프 2018 릴레이 4인展

주최 / 경기문화재단 주관 / 경기도 미술관_경기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경기도미술관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초지동 667-1번지) 프로젝트갤러리 Tel. +82.(0)31.481.7000 gmoma.ggcf.kr www.facebook.com/ggmoma

Strange Fruit ●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리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가 매달린 채 흔들리네.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멋진 남부 풍경에 튀어나온 눈과 찌그러진 입술, 달콤하고 상쾌한 목련의 향기, 그리고 어디선가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까마귀가 뜯어먹고 비를 맞고 바람을 빨아들이면 이상하고 슬픈 열매는 나무에서 떨어지네."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 소묘(素描)나 화골(畵骨)은 본 작업에 대한 밑그림의 뜻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드로잉(drawing)은 완성작으로 가는 가교로서나 종속, 하위변수로 제한되지는 않는다. 워크(완성작)가 다시는 환원되지 않는 유화, 채색 등의 특정한 방편으로 수렴되어진 어떤 것이라 한다면 드로잉이야말로 워크이전에 필수불가결하게 개입되어져야만 하는 워크(work, 繪)인 것이다.

강주리_분재 Bonsai #2_종이에 펜_167.5×153cm_2018
강주리_분재 Bonsai #5_종이에 펜_129×76cm_2018
강주리_분재 Bonsai #6_종이에 펜_107×65cm_2018

강주리 작가는 소묘(연필화)의 크로스 헤칭cross-hatching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연필 대신 볼펜을, 연필선의 그라데이션 대신 볼펜의 색을 사용한다. 헤칭 기법이란, 연필선을 몇 가닥씩 지그재그로 그어서 다양한 길이의 선의 수량과 밀도로서 음영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동판화 기법에서 쓰이는 것으로 입체감 표현이나 음영을 나타내는데 있어 크로스 헤칭이란 이를 짧은 단선을 교차선으로 겹쳐 입체감을 내 표현하는 경우를 말한다. ● 강주리 작업에 의인화는 보여지지만,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동물, 식물, 벌레, 과일 등이 보여지지만 그 대상들은 혼성화된 세계의 공모나 이종교배hybridization로 연루된 존재들이거나 과정태에 포획되어 있다.

강주리_카모플라주 Camouflage_오려진 유포지_가변설치_2018
강주리_카모플라주 Camouflage_오려진 유포지_가변설치_2018_부분

작가는 이번 전시가 있기전, 나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말했다. ● "16-7세기 유럽의 정물화, 스틸라이프에서는 예술이라는 것이 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 일상의 오브제가 예술이 되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오브제들은 현재의 것들로 뉴스나 잡지에서 볼 수 있거나 자연과 생태계 등을 검색할 때 나오는 이미지들을 추출해서 결합시키는 정물화 작업이 제 작업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 나는 미술비평가이자 작가인 존 버거John Peter Berger의 『보는 방식들(Ways of Seeing)』의 한 문장인 "유화란 무엇보다(심미관념보다는) 사유재산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것은 당신이 소유한 것들이 곧 당신이라는 원리에서 나온 미술형식이다."를 떠올렸다. 그녀의 전시 『Twisted Nature(‘뒤틀린 자연’으로 번역됨)』에서도 그의 작업에서 소유된 것들이 곧 당신으로서 혼성화hybridity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주로 다뤄온 인간과 자연, 동물이라는 생태계의 대립과 갈등이나 혼성화에서 나아가 식물에 대한 혼성화와 이식의 문제를 주제로 했다. 식물 중에서도 분재라든가, 선인장 이미지 등 거기에는 원래 한국의 기후에서 살 수 없는 분류이거나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빨간 원을 상징하는 정치적이고 사상적이고 감정적인 흡인력을 갖는 선인장들도 있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에서 식물을, 분재를 주제로 다루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동물의 변형보다 눈에 띄진 않지만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그렇기 때문에) 관찰하지 않는 식물들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고 했다.

강주리_공생 Symbiosis_종이에 펜_66×86cm_2017
강주리_페스툰 Festoon #8_종이에 펜_145×107.5cm_2016

디아스포라를 경험하는, 지반을 잃어버린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징후가 있다. 모국어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 언어의 베일을 벗는 모국의 실체와 거리에 따른 추상화 그리고 발 밑의 지반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자유이지만 때론 그것을 뒤덮는 공포와 낯선 영감과 욕구가 뒤엉킨 이중의 실존이 그것이다. 강주리 작가의 크로스헤칭 작업들에서 보이는 건, 메마르고 화골에 기반한 필력이지만, 색의 면적과 면구성의 깊이와 공간감에는 천착하지 않는, 교차점에 선 표면의 참을 수 없는 존재 양태들이다. ● "어떻게 보면 우리가 보는 진화는 어떤 자연물들은 사과라든지 대마초라든지 거꾸로 인간을 숙주로 이용해서 살아남은거죠. 그 예가 개와 늑대입니다. 인간을 숙련시켜서 개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종이 존재하게 되었지요. 늑대는 그렇지 않아서 멸종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물도 그렇고 대마초도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서, 꽃도 그래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생각하거든요. 향기로운 욕기. 대마초는 황홀함을 줄 수 있는 인간들의 욕구를 이용해서 살아남는…(강주리 작가와 최재원 큐레이터의 인터뷰 중)"

강주리_뒤틀린 자연 Twisted Nature #3_캔버스에 펜_131×163cm_2017
강주리_비원 Secret Garden #3_캔버스에 펜_53×73cm_2018

그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먹기 위해 재배하는 과정 중에 우연히 뒤틀어지게 나온 과일들도 있다. 네모난 오이, 네모난 사과, 하트 모양의 귤, 돌연변이 피망, 돌연변이 귤 두 개로 붙어서 나오는 복숭아, 두 개로 포개져 나오는 바나나 그리고 변형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종자들도 있다. 강주리 작가 작업에서 드러나는 나르시즘과 혼성성은 아름답기도 하고 아름답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외성이 있는 것들의 복합적인 성향과 양면성을 표현하는데 대한 고민이 내재되어 있다. 뒤틀어진 자연과 형상들은 그래서 형상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작업 과정에 몸적(Embodied Mind)으로 뻗어나가는 것으로서 미학적 차원의 사회성으로 투사된다. 혼성화한 작업의 분재들이 다수가 아닌 작은 것들, 힘이 없는 것들에 대한 고민, 희귀하기 때문에 가치를 가져버리는 경우, 형태가 뒤틀어졌는데 특이하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다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나는 신격화되어 있는 자연으로서 산이나 큰 나무들 속에서 마술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혼성성의 작업 시기가 소재적으로 분재를 다루던 지금의 작업보다 흥미롭다는 견지에서 작가에게 크리틱을 했었다. 하지만 크로스 헤칭은 묘사를 위한 단순한 교차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겹친 부분이 살짝 어둡게 보이는 걸 이용해 명암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기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강주리 작가는 작가 자신을 그리면서 알아가고, 지우지 않고 그리는 펜화의 일루션 속에서 보다 천천히 구석구석 좀 더 시간을 들여서 봐야 하는 작업으로의 시간을 삭히고 있다. 색채는 지우고 덧댈 수 있지만, 펜은 한 번에 드러나고 모든 궤적과 흔들림이 흔적으로 남는다. ■ 최재원

Vol.20181016k | 강주리展 / KANGJOOLEE / 姜妵利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