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이 곳으로 The way the realities come to me

박영균展 / PARKYOUNGGYUN / 朴永均 / painting   2018_1018 ▶︎ 2018_1104

박영균_난 나를 모욕한 자를 늘 관대히 용서해 주었지 하지만 내겐 명단이 있어 Ⅲ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45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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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홈페이지_www.mygrim.net

초대일시 / 2018_1024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공간41 GONGGANSAIL 서울 마포구 동교로41길 41(연남동) B1 Tel. +82.(0)2.3774.3314 www.facebook.com/gonggansail

현실과 예술 사이의 파노라마 ● 중견 화가 박영균의 이번 개인전은 5점의 신작 회화들을 선보인다. 이 신작들은 올해에 그린 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그려오던 것들이다. 어떤 작품들은 몇 해 전에 발표한 그림을 고쳐 그리고, 그 옆에 새 캔버스를 붙여 기존의 장면과 서사를 확장한 것도 있다. 지난번 개인전에 발표한 그림이 '그림 속의 그림'으로 신작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나 장면을 실마리로 다층적인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파노라마 다큐 회화들이다. 그는 화면의 좌우에 현장과 작업실을 배치하고 그것을 연결하는 구도를 채택하여 역사적 사건을 거대서사의 재현으로만 다루지 않고 자신의 내밀한 감성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의 대작 회화 5점은 근 몇 년 동안 박영균이 치열하게 대면했던 현실과 예술 사이의 성찰적 태도를 집약한 과정과 결과이다. ● 박영균은 현실을 기록하고 잊지 않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오래 전에 산 속 바위 위에 서서 나지막이 읊조리는 장면을 담은 그림 「노랑 바위가 보이는 풍경_난 나를 모욕한 자를 늘 관대히 용서해 주었지 하지만 내겐 명단이 있어」(2001)를 그린 적이 있다. ● 올 해에 새로 그림 「난 나를 모욕한 자를 늘 관대히 용서해 주었지 하지만 내겐 명단이 있어 II」(2018)는 산 속이 아니라 광화문광장에 서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난 날 산 속에서 읇조리던 주인공은 지난 몇 년간 격렬한 사회변동을 겪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서서 망각에 저항한 기억투쟁의 시대정신을 되새긴다.

박영균_2016년 보라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36cm_2016
박영균_2016년 보라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6×484cm_2016
박영균_2016년 보라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336cm_2016
박영균_벽보선전전_145×820cm_1990

「대한문 앞 꽃밭에 관한 리포트」(2018)는 2009년 8월에 벌어진 평택 쌍용자동차노조의 파업 진압으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죽음을 담고 있다. 당시의 살인적인 진압 이후 10년 동안 서른 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덕수궁 대한문 옆에 분향소를 차리고 현장을 지켰으나 당국은 그 현장을 철거한 후 화단을 만들었다. 박영균은 반인권적인 폭력을 상징하는 꽃밭의 역설에 주목했다. 그 화단은 '꽃으로 사람을 희롱했다'. 비극적인 폭력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꽃밭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그는 그것을 회화에 담아 몇해전 개인전에 발표했고, 이번 전시에서는 훨씬 더 긴 화폭으로 연장해서 파업 진압 장면과 그 이후의 노조원들의 지난한 투쟁과정을 담은 대작을 완성했다. ● 「2016 보라」 연작은 촛불혁명 직전에 시작한 그림들이다. 석 점의 연작은 각각 세월호와 블랙리스트, 전태일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6 보라 I – 세월호」(2018)는 2016년에 복원한 이한열의 운동화를 주운 주인공을 담았고 그 운동화를 세월호와 연결했다. 저곳 세월호 현장고 이곳 작업실을 연결하는 장치로서의 대기와 물이 가득찬 그림이다. 「2016 보라 II – 블랙리스트」(2018)는 1990년에 그린 「벽보선전전」을 차용해서 암흑과 대결하는 자신의 모습과 촛불소녀, 이랜드노조원 등을 통하여 검열의 시대를 지내온 블랙리스트 예술가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2016 보라 III – 전태일」(2018)은 20대의 화려한 외형 뒤에 자리한 전태일 시대와 같은 고통을 담아내며 최저시급 의제를 다루고 있다.

박영균_생생화화경기도미술관_2016
박영균_생생화화경기도미술관_2016
박영균_대한문 앞 꽃밭에 관한 리포트_145×820cm_2014~8_부분
박영균_대한문 앞 꽃밭에 관한 리포트_145×820cm_2014~8_부분
박영균_대한문 앞 꽃밭에 관한 리포트_145×820cm_2014~8_부분

박영균은 사회적 사건들을 단일시점으로 재현하지 않고, 다시점으로 풀어서 파노라마 다큐 회화를 펼쳐냈다. 그것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단선화하기 보다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태도를 종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자신의 작업실로 끌어들여 '저기에서 내가 있는 이곳까지'의 파노라마를 완성했다. 박영균은 분주히 사회적 의제의 현장과 자신의 내밀한 작업실 사이를 오고 간다. 그것은 물리적 공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체의 이동만이 아니라, 현실과 예술, 현장과 작업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인지적 접합을 포함한다. 이렇듯 양식으로서의 리얼리즘을 넘어 태도로서의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그의 문제 의식이야말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거대서사를 예술가 자신의 미시서사와 연결하는 박영균 식 파노라마의 핵심이다. ■ 김준기

Vol.20181018j | 박영균展 / PARKYOUNGGYUN / 朴永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