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방향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   2018_1019 ▶︎ 2019_0228

김주호_금수강산(The land of beautiful scenery)_종이에 아크릴채색_150×3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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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김포국제조각공원 개관 20주년 기념展

주최 / 김포문화재단

김포국제조각공원 GIMPO INTERNATIONAL SCULPTURE PARK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용강로13번길 38 아트홀 전시실 1층 Tel. +82.(0)31.996.7531

평화를 상상해봐 ● 2010년 11월 어느 날이다. 연평도에 북쪽에서 포를 쏘아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다. 연평도 포격사건이라 한다. 전쟁 나는 줄 알았다. 티브이는 연일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당장 북 해안포를 정밀 타격하고 보복하라고 내몬다. 은근히 걱정된다. 이렇게 어찌어찌하다 서로 꽝꽝 주고받으면 전기시설이 파괴되고 도시기능이 마비되는데…. 나와 아내는 강화도에 있어 만약에 전기가 불통되어도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정수해서 먹을 수 있고 가까운 산에서 땔나무를 가져와 불을 지필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딸은 어떻게 하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까지 상상이 치달으면 바빠진다. 딸에게 전화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얼른 강화에 달려오라고 이른다. 마트에서 쌀과 라면 등등을 사다 둔다. ● 우린 어릴 적부터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빨강색만 봐도 흠칫 놀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거다. 매년 반공포스터를 그렸는데 북한 사람은 얼굴이 불그레하고 뿔이 나게 그렸다. 남쪽의 평화를 호시탐탐 노리는 북쪽의 마귀를 막아야 한다는 포스터다. 이런 반공교육은 결국 북한을 우리의 무의식에 상대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북괴'로 자리 잡게 만든다. 역효과가 난 셈이다. 만약 맞붙게 되는 상황이 되면 도망가는 게 상책이 되어버린다. 그렇지 않은가. 싸워서 터질 것 같으면 피하는 거다. 그러니 북괴란 '마귀'에서 미군만이 우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성조기를 열심히 흔든다. 이들의 신념은 고정불변이다. 전시 작전권을 미군이 국군에게 준다 해도 안 받겠다고 한다. 미군이 없으면 당장 공산화가 된다고 성조기를 더 열심히 흔든다. 여기에는 평화를 말할 여지가 없다. '평화'를 말하면 당장 "빨갱이 죽여라" 하고 달려들 것이다. ● 우린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종전선언을 향해 지금 북미 간의 협상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화'를 잊고 산다는 거다. 전쟁에 대한 상상은 익숙한데 평화에 대한 상상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거다. 언제까지 전쟁만 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평화가 없단 말인가. 이런 물음을 가진 전시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연평포격 다음 해부터 열렸었다. 나는 작품으로 「연평 평화카페」라는 임시 천막을 만들고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의자에는 나무로 만든사람을 앉혀 관람자도 작품이 되는 친근한 역할을 하게 했다. 그 카페의 메뉴는 이렇다. '한마음 한접시', '백두한라 비빔밥', '서울 설렁탕, '평양냉면', '지화자 막걸리', '커피코리아노'. 먹음직하다. ●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일행은 옥류관에서 냉면을 대접받았다. 음식은 좌우가 없다.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 서울에 있는 평양냉면집은 그날 유달리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남북화해는 뱃속으로부터 시작이다. 전시 기간 중에 나의 '연평 평화카페'의 매상은 엄청났다. 상상으로 잡은 매상이다. ● 다음 해에는 긴 뱃길로 백령도에 들어갔다. 황해도 연백이 보이고 바다는 평화로운데 서로 포문을 향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답답했다. 평화에 대한 바램을 티셔츠에 담아보았다. 한반도에 남녀가 춤을 추는 그림을 꽉 차게 그렸다. 티셔츠에 인쇄해서 마네킹에 입혔다. '쉘위댄스'를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만난다. 춤바람이 났다. 이것도 상상이다. ● 나는 일사후퇴 때 평안남도 맹산에서 피난 왔다. 한 살 때다. 피난열차가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고 멈춘 곳이 김천이다. 평화 1동 277번지.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가게를 열었는데 '평화상회'다. 나는 평화를 말하면 가슴이 뛴다. 두근두근 이 두 글자를 인쇄한 티셔츠를 내보였다. 가슴 뛰는 두근두근 소리, 실제로 보인다. 김포는 북한과 일부 맞닿아 있다. 접경지역이다. '평화'가 주제가 되는 작품을 김포조각공원에 들여놓게 되었다. '우리에게 시작이 있다'라는 작품명이다. 8개의 돌로 만든 인물을 넓은 자리에 펼쳐놓아,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가정을 갖는 형상으로 이어진다. 지금 남한 북한이 서로 떨어져 있고 어색한 단계이다. ● 이는 남녀의 연애 시작 단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작품처럼 가까워져서 한 가정을 이루듯 한반도가 통일로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 상상이 실제가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상상이 요즈음 한발 앞서고 있다. 남과 북이 자주 만나고 평화를 얘기한다. 미국과도 얘기한다. 얼마 전에는 남북 정상이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고 치켜세웠다. 평화를 상징하는 손가락 하트도 만들고…. "와!" 이렇게 변했다. 꿈꾸는 상상이 실제 상황이 되고 있다. (2018. 10. 7) ■ 김주호

김주호_휘날리다_철판 8T_192×69×44cm_2013

북쪽 방향김주호 조각의 변주 ● 바람이 분다. 강화에서 염하를 넘어 문수산 기슭 김포조각공원으로 오는 내내 훈풍이 분다. 만추 만산홍엽은 간단없이 이 땅의 황토색과 어울린다. 올봄부터 가을이 익어가는 지금까지 DMZ와 임진강을 접한 이곳 김포는 넘실거리는 황금 이삭들과 붉은 흙 위를 넘나드는 모처럼의 염원과 메시지들로 풍요롭다. 모처럼 긴장이 완화된 듯한 해빙기. 남북 간 정치적·이념적인 간극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화해로 인한 부드러움이 가득해서인 듯하다. 이 땅에 김주호의 질구이(Terracota)조각의 색과 표정이 질박하게 어울리고 통일이 된다. 풍토성과 장소성, 그리고 작품의 정서가 담담하게 어울린다는 것. ● 담담한 여유. 넉넉한 해학. 부드러운 유머. 사람과 사람 사이 이질과 간극을 무화시키는 미륵의 미소들. 지난 40여년간을 관통한 김주호 조각의 정서다. 마음이다. 그 마음이 곧 작업이다. 김주호 조각의 가장 큰 특징은 이웃에 대한 이런 선한 애정과 함께 작가의 낙관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조각의 조형적 환원성에 있다. 원통이라는 간단한 인체 형태에 최소한의 동작, 그리고 소탈한 얼굴 표정. 마치 브랑쿠지의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조형과 운주사의 다듬지 않는 불상과 같은 졸박미의 형식적 결합 같다. 지난 40여 년간의 한 작품 한 작품이 그런 작가의 심성과 조각적 지향성을 여지없이 드러내 왔다. ● 그런데 이번에 「북쪽 방향」이란 주제로 신·구작을 넘나드는 62점의 질구이 조각과 1점의 대형 드로잉 작품을 추리고 묶어서 단 한 작품으로 변주하는 전시를 한다. 이 작품들은 각기 다른 시기 · 각기 다른 내용 · 각기 다른 크기로 제작된 것이지만, 이번 전시에선 한 공간에서 같은 방향을 응시하면서 함께 전시 주제에 복무한다. 물론 이 작품들은 여전히 작가 이웃을 형상화한 것이다. 샐러리맨 · 동네 아주머니 · 학생 · 멋쟁이 · 부자 · 서민 · 화난 사람 · 웃는 사람 · 하트를 날리는 사람 · 노래 부르는 사람… 등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다른 직업·지역·세대·계층의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은 한쪽이다. ● 시선은 방향이다. 그 방향으로 다중의 시선이 응집한다면 그것은 다분히 집단의 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그 시선들이 향하는 곳, 그곳은 집단적 욕망의 초점 내지는 공동체적 인식과 의지의 목표점이고, 달리 말하자면 염원 내지는 갈구의 지향점이라고도 하겠다. 시선의 통일만으로도 이 개별적이었던 작품들은 서로 동화되며 큰 의미를 발생시킨다. 그것도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이 남북의 접경지인 김포라는 장소성을 특정한다면. 「북쪽 방향」을 함께 응시하는 이들의 염원이 무엇인지는 따로 설명 않겠다. 다만 여기서 작품의 설치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 전시에 담긴 작가의 이웃과 역사에 대한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김주호_북쪽 방향展_김포국제조각공원_2018
김주호_북쪽 방향展_김포국제조각공원_2018

62개의 작품은 모두 북쪽을 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뒤쪽은 높고 앞쪽은 낮게 흐르듯이 설치되었다. 관념적인 하트모양의 풍선을 든 남녀(부부)가 뒤에 있고, 맨 앞에는 꽃을 든 남북의 지도자가 웃고 있다. 그 사이 넓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이들을 내려다본다. 평범한 시민들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있는 정치인들을 내려다보는 구조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고 겸손하게, 시민들을 위해 봉사할 때 정치인은 비로소 그가 시민들을 섬기면서 평화를 열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듯이. ● 이는 작가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는 설치방식이다. 작품에서 이데올로기적인 소재를 구체적으로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현실과, 역사적 희구와, 이웃들과 더불은 기대를 조용히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어떤 정치적 슬로건도 없이 「북쪽 방향」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의 응집만으로, 우리에게 있어서 북쪽은 무엇인지를, 북쪽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는 어땠는지를, 그로 인해 발생했던 우리 내면의 심리작용을 되묻고 있다. 그동안 남쪽의 우리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바라면서도, 어쩌면 각기 다른 시선과 생각으로 그 평화를 의식적으로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는, 레드컴플렉스를 지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고착된 지체성에 대한 반성을 도출하는 '시선'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평화에의 기원을 주제화하는 미적 전유인 것이다. ● 작가는 오랜 시간을 통해서 자신이 지향하는 주제를 형식화하는 존재다. 자기 형식과 문법의 지속과 변주, 탐닉과 일탈, 여타의 제조건들이 두루 엮이면서 작업을 지속한다. 이번 김주호의 『북쪽 방향』展은 기존에 일관되게 진행해왔던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내용을, 전시방식의 변주를 통해서 좀 더 확장된 주제로 넓히려는 또 다른 실험이자 도전으로 보인다. 작품 하나하나의 원본성과 더불어, 다른 환경에서 또 다른 컨텐츠로 멀티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소통성의 변주 말이다. 그 현장에서 작가의 새 언어와 문법의 발견과 관객의 미적 향유가 좀 더 큰 소통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 김진하

Vol.20181019f |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