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 gestures, exaltation, a short life

변상환展 / BYUNSANGHWAN / 卞相煥 / installation.painting   2018_1025 ▶ 2018_1125 / 월요일 휴관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100×70cm, 70×100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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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02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 SPACE SO 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37(서교동) Tel. +82.(0)2.322.0064 www.spaceso.kr

1. 표면 ● 표면만 있는 조각이 가능할까. 이 물음의 논리를 먼저 살펴보자. 표면만 있는 조각의 가능성에 대해 답하기 전에, 나는 조각에서 표면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를 생각해 본다. 조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표면만 남아있는 것 혹은 표면으로만 된 것을 조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물리적 조건으로서의 표면이 어떻게 있어야 혹은 표면이 어떻게 드러나야 그것을 조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100×70cm_2018_부분

이러한 몇 가지 질문을 이어가는 이유는, 변상환의 「Live Rust」(2018) 시리즈를 보면서 그것이 조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종이 위에 적갈색의 추상적인 형태들이 같은 간격으로 평평하게 나열되어 있는 상황을 보고, 그 형태가 함의하고 있는 "조각 같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종이 위에 평평하게 나열된 이 형태들을 애초에 조각이라고 생각했고, 곧 그 단서들을 찾기 위해 형태에 더욱 집중했다. 「Live Rust」로 명명된 평평한 단색 면의 배열을 나는 "표면"이라고 부르겠다. 본래 이차원의 평면인 것과 삼차원 덩어리의 표면인 것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차원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되는데, 변상환의 작업은 일종의 표면으로서 그 내부의 무게감을 함의하고 있다. 그것은 이전의 비슷한 평면 작업 「오감도」(2017-2018)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그것과는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오감도」가 방수 우레탄을 사용해 회화적인 물질성과 평면성을 재차 강조했다면, 「Live Rust」는 방청 페인트를 가지고 조각적 표면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각 재료의 성질과도 관계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작가의 행위에서 상이한 결과들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각 100×70cm_2018

그렇듯 「Live Rust」를 일종의 표면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먼저 「Live Rust」의 제작 과정을 살피면, 그 이유를 가늠해 보기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 변상환은 15kg에서 25kg 정도 무게의 형강 자투리를 구해 그 단면을 평평하게 다듬어서 적갈색 방청 페인트를 일정한 두께로 바른 후 그것을 두꺼운 양질의 종이에 대고 찍었다. 찍는 방식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는데, 변상환은 형강 단면을 반복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면서 찍을 때 만들어지는 임의의 형태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미리 예측해 본다. 그것을 도면 삼아 종이 위에 연필로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두고, 그는 자신의 몸이 제어할 수 있는 무게인 15kg에서 25kg 범위 안의 형강 빔을 손질하여 그 단면에 방청 페인트를 고르게 바른다. 쉴 틈 없이 곧바로, 종이에 표시해 놓은 위치에 빔을 수직으로 올리고 그것과 거의 동일한 무게의 누름쇠 압력까지 동원해 빈틈없는 표면을 떠낸다. 그러기를 수십 번 연속해야 하는 도면상의 절차에 따라, 그는 직전에 떠낸 페인트가 행여 굳기 전에 다음 행동을 쉴 틈 없이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몇 시간의 몰입으로 완성된 결과물은 흰 종이 위에 형태를 떠내는 과정에서 이음새 바깥으로 밀려난 찌꺼기를 어쩔 수 없이 포함시키게 되는데, 그것은 최종 마무리 작업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갈아내면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70×100cm_2018_부분

이러한 제작 방식은 흡사 조각에서의 캐스팅 과정을 떠올린다. 형태의 표면을 그대로 주물 떠내듯 혹은 주물에서 동일한 표면을 반복해서 복제하듯, 변상환은 형강 빔의 표면을 떠내는 일련의 조각적 행위를 보여준다. 적갈색 방청 페인트를 하나의 견고한 조각의 재료로 끌어들여 그는 내부가 꽉 찬 H빔이나 I빔 등의 강철 표면을 크기와 형태의 변화 없이 그대로 떠낸다. 왜 형태의 단면을 드러내는 형강 표면에만 주목했을까를 생각해 볼 때, 형강의 형태가 단일한 단면의 무한한 수직적 구축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 그에게 어떠한 시각적 동기를 주지 않았을까 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를테면, H빔의 경우 H모양의 한 면이 수직적으로 빈 틈 없는 균일한 밀도감을 유지하며 구축될 때 그 결과는 동일한 단면으로 내부가 꽉 찬 삼차원의 덩어리가 되기에, 변상환은 내부의 생김새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형태의 단면과 그 평면적인 이차원의 윤곽에 집중했을 것이다. 변상환은 내부가 동일한 단면으로 꽉 찬 형태와 그 무게에 기대어 삼차원의 실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효율적인 윤곽을 찾아냈다. 그 단면의 윤곽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삼차원으로 확장되는 총체적인 형태를 인식 가능하게 함으로써, 삼차원 덩어리의 표면으로 명명할 수 있는 형태 안에서의 제 위상을 얻게 된다.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70×100cm_2018

2. 색과 움직임 ● 「Live Rust」은 형강 빔의 삼차원적인 형태와 중량을 총체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단면을 기본 단위로 한 구축물이다. 하나의 단위를 반복적으로 구축한 결과물은 전체를 통합시키는 구축의 논리와 질서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는 지난 세기 현대조각의 다양한 구축적 시도들을 환기시키면서, 단일한 단위의 반복적인 재생산 효과와 또 그것을 통합된 형태로 매개하는 조형적 효과 등을 아우르는 조각적 함의로 이어진다. 특히 적갈색의 방청 페인트로 강철 형강 빔의 표면을 캐스팅한 조각 표면으로서의 단위 형태는, 반복해서 재생산된 후 종이 면을 하나의 무대 같은 물리적 공간으로 삼아 미리 계획된 일정한 질서에 따라 배열됨으로써 공간을 점유한 구축물로 복합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다. 견고한 구축의 논리로 결속력을 얻게 된 개별적인 단위들은 서로 간의 일정한 간격을 엄격하게 유지함으로써, 실재하는 공간감이나 어떤 거리감을 효과적으로 체감시킨다. 이러한 조각적 감각은 눈에 의해 지각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입체적 감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전체로서의 독립된 형태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촉각적인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변상환_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展_스페이스 소_2018

이때, 색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리석이나 브론즈 등의 고전적인 재료가 가진 단일한 색은 조각의 표면을 통합된 형태로 독립시켜 삼차원의 윤곽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시해 왔다. 더욱이 20세기의 구축적인 조각에 있어서도 표면을 단일한 색으로 통합시킴으로써 이른바 조각의 총체적 지각을 가능케 하는 회화적인 정면성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이는 데이빗 스미스나 안소니 카로의 용접 구축물을 포함해 그 이후 미니멀리스트들의 주문 제작 식 도포 행위를 큰 구분 없이 속속 환기시킨다. 변상환은 여기서 적갈색의 방청 페인트가 지닌 물질적인 특성들로 어느 정도 조각적인 감각의 논리에 직접 대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조각적 감각에 대한 전유이자 모방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실천은 「Live Rust」가 조각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구체적인 단서들을 제시해준다. 앞서, 형강 빔의 단면을 방청 페인트로 종이 위에 캐스팅하여 조각의 표면을 확보했다고 보는 데에는 본래 그 재료가 강철의 표면을 완전하게 덮음으로써 일체의 산화로부터 형강 빔의 온전한 형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용의 목적과 원리가 중요한 힌트로 작용했다. 변형 없이 온전한 형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표면에 도포된 적갈색 방청 페인트는, 마치 볼륨을 감싸고 있는 조각의 표면이 고정된 형태(정지)로서 총체적인 지각(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형태에 대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감각을 도모한다.

변상환_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展_스페이스 소_2018

변상환의 「Live Rust」 시리즈는 조형적인 구축을 통하여 그 표면이 함의하는 삼차원의 복잡한 형태를 총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조각의 입체적인 효율성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그는 평평한 종이 면에 조각의 실현을 가시화 했는데, 실재하는 삼차원의 덩어리를 생략하고 그것의 표면들로 공간을 한결 효율적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그는 실재한 덩어리들의 현전을 통해 확보되는 공간의 깊이감이나 거리감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그것마저 표면만 남아있는 조각들의 배열 안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괄호 상태로 끼워 넣었다. 이는 다소 심각하게 이야기해 본다면, 공간을 점유해야 할 조각으로서 「Live Rust」가 입체적인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Live Rust」는 내부의 덩어리와 외부의 공간이 생략되어 있는, 단지 표면으로만 현전하는 조각이다. 그것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이 구축된 형태들이 만들어내는 통일된 움직임에 있다. 그렇게 형태의 구축 원리 안에서 합의된 가시적인 움직임은, 형태의 존재 방식에 대해 무거운 조각적 정체성을 부여한다.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70×100cm_2018

3. 중력과 무게 ● 그가 과거에 방수 우레탄과 플로랄 폼을 사용해 입체적인 초록 조각에 집중했었을 때와 비교해 본다면, 「Live Rust」 시리즈는 그것과의 역설적인 상황에서 도출된 또 다른 조각적 시도였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초록 조각은 가볍고 단단하지 않은 재료인 플로랄 폼으로 형태를 만들어 놓고 그 표면에 방수 우레탄을 덮어 견고하게 완성됐다. 변상환은 거대한 스케일과 속이 꽉 찬 두께감에 비해, 그 초록 조각이 가진 이중적인 물질성이 상충하여 강조되면서 조각적인 결과물은 표류하는 이미지로 보이길 원했던 것 같다. 실제의 공간을 크게 점유하고 있으나 그것이 사물의 현전을 경험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중력으로부터 벗어난 조각의 고립된 중량감 같은 것을 더욱 강조했다. 이는 고전적인 조각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속이 꽉 찬 내부의 무게가 조각 표면의 양감으로 인해 도리어 상쇄되면서 조각의 중량감은 중력과는 크게 상관없는 스스로의 무게 자체로 일정한 공간 안에서 현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변상환_Live Rust_종이에 방청 페인트_100×70cm_2018

그런 의미에서 「Live Rust」는 초록 조각과 사뭇 다른 시도를 거쳐 비슷한 결과에 닿을 수 있다는 조각적 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 프랑스 시인의 시에서 제목을 가져다 쓴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라는 이번 전시에서, 변상환은 「Live Rust」 시리즈를 공간에 설치하는 방법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평면적인 결과물을 수평적인 시각으로 벽에 고르게 걸어두는 대신, 종이 채 줄로 매달아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공간 속에서의 현전을 극대화 했다. 이러한 전략은 단색의 표면들이 연속하면서 움직임을 내포하게 된 통합된 형태 구축물에서 조각의 무게를 산출해낼 수 있는 감각적인 논리와 효과를 제시한다. 요컨대 적갈색의 평평한 조각 표면은 중력과 상관없이 조각 자체의 과중한 무게를 함의하고 있는데, 이는 조각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양감, 질감, 중량감이 시각적인 총체 안에서 긴밀하게 작동하며 조율된다. 따라서 조각의 무게는 현전하는 실체라기보다는 현전하는 감각에 가깝다. 그것이 바로 조각적인 감각인데, 변상환의 「Live Rust」는 그러한 조각의 조건들을 표면이라는 유일한 물리적 토대 위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 안소연

Vol.20181026i | 변상환展 / BYUNSANGHWAN / 卞相煥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