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일상 Left days

김해경展 / KIMHAEKYUNG / 金海卿 / painting   2018_1031 ▶ 2018_1118

김해경_갈미로 2_캔버스에 유채_130.3×194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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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03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주말,공휴일_11:00am~06:00pm 점심시간_12:00pm~01:3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팔판동 27-6번지) Tel. +82.(0)2.739.1405 www.gallerydoll.com

김해경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평범하고 일상적인 느낌이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세밀하지 않으면서 화려한 색채도 자제된 것이 어느 면으로도 튀지 않는다. 시선을 끌어당길만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조형요소로 추상은 약화되고 관찰된다는 면에서 재현이 있으나 원근법 보다 대상의 놓임 장소로 구별되는 배경의 사실적 묘사가 그림이 된다. 평범함을 그림으로 얘기한다는 건 기억에서 다른 대상과 비교했을 때 무난하게 넘어가는 것이다. 동시대 다른 풍경과 비교하면 아름다움 보다 다소 우울함이 먼저이다. 작가는 남겨진 일상이란 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단어의 의미와 주제를 놓고 보자면 정확한 시점 없이 하루를 전제로 반복되는 공간으로 추상적이다. 남겨지다를 생각하면 관찰되는 형태로서 결론을 내릴 수 있으나 사물이 놓인 공간, 장소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사소하지만 평범한 느낌으로 일상적인 것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의 관찰이 있으나 인위적 개입 없이 기억을 떠올리듯 캔버스에 현상들을 객관화하고 있다.

김해경_갈미로 3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8

작가가 그려낸 장소와 사물을 볼 때 이곳은 새로워 보이는 곳도 아닌 낡음의 더 가까운 장소이다. 어느 한편에 버려져 있거나 구겨져 있는 것들 리어카, 인형, 종이컵 등 소재를 볼 때 사용되다 버려진 것들로 냉정하고 깊이 들어가면 자본주의와 산업사회로 연결되는 구별이 있고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 안에서 하루를 보여준다. 회화의 기본 속성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경계를 지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여과 없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거기에서는 사물들이 몹시 상이한 자리에 '머물러' 있고 '놓여' 있고 '배치되어' 있어서, 사물들을 위한 수용 공간을 찾아내거나 이런저런 자리들 아래에서 공통의 장소를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토피아는 위안을 준다. 왜냐하면 유토피아는 실재하는 장소를 갖지 못한대 해도, 고르고 경이로운 공간 안에서 펼쳐지며, 비록 공상을 통해 접근할 수 있을 뿐이지만, 넓은 도로가 뚫려 있는 도시, 잘 가꾼 정원, 살기 좋은 나라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헤테로토피아는 불안을 야기하는데, 이는 아마 헤테로토피아가 언어를 은밀히 전복하고, 이것과 저것에 이름 붙이기를 방해하고) -미셸 푸코 말과 사물 중에서-

김해경_오리나무길 2-2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8

그림 안에서 사물들은 어제의 순간을 이어가고 현재로서 진행되려는 속성을 지닌다. 도시가 주는 편안함을 믿으며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욕망하는 이들로 신념과 바람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낡은 것들은 사라진다. 잘 닦인 도로, 가로수 옆 건물은 공공의 장소이나 각자가 맞물려 살아가는 흔적으로 사물들은 단순한 사용됨이 아닌 누군가를 대변해 주는 것들 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장소성과 이로 인해 생겨난 사물들 간에 이야기를 확인하는 것으로 발터 벤야민의 메트로폴리스처럼 냉정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감성은 목격자로 자유로히 표현되고 있으며 사물은 평면 안에서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배경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사물이 모여 만들어진 정물이 되지만 배경이 보이면서 관찰되는 이야기 구조란 폭넓다. 어제와 오늘 현재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좀 더 예민하게 장면을 발전시킨다면 구르스키의 사진도 연결 지어 볼 법하다.

김해경_오리나무길 2-1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18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듯 회화에서 보이는 형태란 꾸밈이 없어 밋밋하다. 그린다는 기준을 생각할 때 완벽한 추상으로 가기 전 살짝살짝 붓터치 흔적의 색상 채워짐이 있고 재현이 있으나 형태로서 구겨진 비닐, 옷걸이가 캔버스상에서 심하게 왜곡되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초현실로 아니면 완벽한 추상적 회화로 완성될 접점의 대상이다. 자료로 접한 종이가방은 지금 보면 정물인데 그때는 왜 초현실로 생각했는지 솔직히 말하면 아무런 관련 없는 파르미자니노의 '목이 긴 성모'를 떠올렸었다. 종이가 길게 구불거린다는 이유로 관찰되는 형태란 그런 것이다. 결론 내렸다가도 언제든 다시 확인될 수 있는 단서로 경험과 기억은 현실 앞에서 늘 달라진다.

김해경_갈미로 3-1_캔버스에 유채_162×130.3cm_2018

최근작 갈미로 시리즈는 실재 장소이다. 작품 대다수가 실재하는 장소이나 유독 이곳이 특별한 점은 작가의 작업 특성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화면 중앙에 self가 낙서처럼 보이고 벽과 하단에 쓰레기 더미는 어느 면에서 초현실에 가깝다. 사물의 본질도 포함되면서 다른 대상과 만났을 때 나타나는 이야기 구조로 남겨진 일상은 개인과 다수의 사회문화 속 코드이다. 관찰로 인한 의식은 환영에 가깝다. 작품들은 아직 극단적 경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물성의 두드러짐 없이 담백하고 솔직한 표현은 고전의 바니타스를 지나 새로움으로 무장된 모더니즘을 거쳐 하루를 평면으로 어필하는 일이다. 안타까움의 심정이 먼저였을 대상의 포착은 사소하고도 무거운 느낌이다. 사회를 이루며 국가가 있고 자연이란 거대한 공간 안에서 각자가 살기에 고독하고 불안하다. 그림으로 굳이 심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사물의 표현됨은 진지하다. 욕망의 대상으로 거쳐간 흔적은 아무렇지도 않게 덧없음을 보여주는 과정 일지도 모를 일이다. ■ 신희원

김해경_종이가방Ⅳ-1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6

나는 일상에서 만나는 삶의 흔적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도시 풍경 곳곳에서 발견한 생활의 공간 속 누군가 사용하고 남은 종이컵과 박스, 비닐봉지, 도시락, 화분, 옷걸이와 옷더미 등을 그려왔다. 새것이 아닌 사용한 것에는 누군가의 손길과 행위가 있는 지나간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집안을 정리하다가 쌓여있는 쇼핑백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 전시 '위대한 일상'(2010)이었다. 그 후 버린 쇼핑백을 나열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차츰 일상에 남아있게 된 사용한 흔적이 있는 일회용품과 생활 속 모든 소비성 사물을 그려나갔다. 나는 현재 그런 작업을 통해서 풍요로운 삶에서 발생된 물질의 소비가 도시의 주변 환경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만연한 소비의 산물들과 함께 살아갈 앞으로의 환경에 대한 과제를 제시한다.

김해경_오리나무길 1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18

최근의 그림 「갈미로2」(130.3×194cm, Oil on canvas, 2018) 역시 도심 속에 버려진 혹은 방치된 생활의 흔적을 찾아 그와 공존하는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갈미로2」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품 「갈미로」시리즈중 하나로 셀프 주유소 담장 아래 버려진 검정 비닐봉지 세 묶음과 깨진 주차 금지 표지판이 서있는 도시의 밤풍경이다. 지난 수년간 신도시 건너편에 위치한 작업실 동네를 작업을 위하여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였다. 나는 그동안 이 마을 골목길 곳곳에서 마주친 생생한 삶의 흔적이 있는 장면들을 관찰자로서 촬영하고 그 자료들을 수집하여왔다. 연립주택이 있는 그곳에는 버려진 주차금지 표지판과 수명을 다한 녹슨 자전거, 어두운 밤 반짝이는 비닐봉투가 있었고 마을길 주차 공간 옆에 버려진 낡은 소파와 높은 아파트의 담벼락 아래 재활용 종이박스 리어카가 놓여 있었다. 작품 「갈미로2」는 마을 어귀 대로변에서 촬영한 것으로 같은 장소를 지나다니면서 일 년쯤 넘게 사계절의 낮과 밤을 촬영 하여 얻은 자료를 근거로 작업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촬영된 여러 일상의 흔적들 중 한 가지씩을 화면에 재배치하는 작업을 거쳐 실제 작품을 제작하였다. 「갈미로2,3」시리즈(2018)와 「오리나무길1,2」시리즈(2018)는 이번 전시의 작품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러한 작업들은 그동안 「종이가방」시리즈(2010~)에서와 같은 일상의 흔적 중 실내가 아닌 도시공간의 구체적인 "길" 위에서 생성, 배출된 된 여러 가지 일상 사물에 집중한 것이다. 그리고 화면 내에서 도심의 배경이 차지하는 면을 점점 넓혀 그곳에 버려진 사물들을 표현하는 현실적인 상황에 가깝게 묘사했다. ● 나는 일상의 흔적을 찾아 도심 속으로 나왔다. 이사를 가거나 오지 않더라도 도시생활이 만든 일상의 풍경은 삶의 흔적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버리거나 그 자리에서 유용하게 쓰이거나 새 주인을 기다리는 그렇게 손때 묻은 물건이 나뒹구는 도심의 풍경 뒤편에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와 일상의 순간을 보았다. (2018) ■ 김해경

Vol.20181031d | 김해경展 / KIMHAEKYUNG / 金海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