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not around

이진희展 / LEEJINHUI / 李鎭熹 / painting   2018_1107 ▶︎ 2018_1125 / 월요일 휴관

이진희_여름정원_캔버스에 유채, 연필_130.3×162.2cm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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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홈페이지_03hunter.blog.me

초대일시 / 2018_1107_수요일_06:00pm

본 전시는 2018 인영갤러리 전시 지원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_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영갤러리 INYOUNG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4 (경운동 66-3번지) 인영아트센터 3층 Tel. +82.(0)2.722.8877 www.inyoungart.co.kr www.facebook.com/InyoungGallery

Around, not around ● 내가 잠든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의 어떤 도시에서는 밤새 해일이 일어나 수만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집을 잃었다고 한다. 가고 싶었던 유럽의 어느 한 도시에서는 투우사 축제가 열렸는데, 그의 새빨간 옷 뒤로 황소가 달려들고 있다. 오늘 누군가는 삶과 죽음을 넘나들고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동안 나의 하루는 조용하게 끝이 났다. 나의 주변은 고요하지만 때로는 난폭하고 엉망진창이었다가 극에 달해 기쁨을 표출한다. 『Around, not around』는 이러한 나와 당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거나, 혹은 아주 먼 저변에서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형태을 담아내는 것으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 "나의 작업은 하루 동안의 시간과 공간이 담긴 이미지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차곡차곡 쌓인 이미지들을 임의로 골라낸 후 그 흔적들을 잘라내어 하얀 캔버스에 다시 펼쳐놓는다. 이미지들의 위치를 수정해나가면서 공상에 잠기기도 하고 일련의 스토리를 상상하기도 한다. 어느새 일상 안에서 그 의미가 고정되었던 흔적들은 나의 손에 의해 새로운 상징적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_2017 작가노트 중

이진희_끝없는 짧은 이야기_캔버스에 유채, 연필_162.2×130.3cm×3_2018

꿈의 숲, 방문자 ● 인터넷으로 수집한 사건의 이미지들을 빈 화면 안에 하나씩 채워 그려나간다.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이어붙이듯이 그리다보면 화면은 어느새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공간으로 뒤바뀐다. 그리기를 반복할 수 록 나는 아득한 공간 저 너머를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든다. 확실히 당신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수집한 후 빈 공간에 이어 붙여 나가며 그린 「꿈의 숲, 방문자」는 수치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주변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둘러싸인 가상의 숲 공간 안에 당신을 초대하는 작품이다.

이진희_꿈의 숲, 방문자_캔버스에 유채, 연필_130.3×162.2cm_2017
이진희_4월 15일_캔버스에 유채, 연필_97×162.2cm_2018

4월 15일의 형태 ● 2018년 4월 15일, 크로아티아의 어느 소도시에서 깎아내린 절벽과 산기슭을 바라보고 있었다. 1981년 4월 15일 연희자들이 만구대택굿을 연습하고 있다. 1983년 4월 15일 극단의 전위 예술단의 공연 무대가 막이 올랐다. 4월15일, 나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면서 물리적으로 잡히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시각적으로 이어붙이는 작업에 대해 구상했다. 1900년 부터 현재까지의4월 15일에 일어난 사건의 사진이미지를 무작위로 수집하고 2018년 4월 15일, 내가 머물렀던 크로아티아의 풍경을 배경으로 위의 이미지들을 그려나갔다.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 세계 속에서 한 겨울 입김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들은 화면 안에서 춤을 추고 굿을 하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다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의 새가 이들을 바라본다. 인물에는 표정조차 그려지지 않아 그들이 어떠한 감정상태인지조차 추측할 수가 없다. 그 당시 실제로 내가 머물었던 크로아티아의 풍경과 과거의 신문에서 스크랩된 이미지들이 재조합된 화면은 모호한 수수께끼처럼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 풍경은 일련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재조합된 이미지들끼리 충돌하며 모호하고 낯설은 분위기만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가 나의 주변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그의 실체이기도 한다. 알고자 하는 마음에 샅샅이 그 흔적들을 모아서 펼쳐놓았지만 모든 것이 모호한 상태. 그리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일련의 스토리를 상상하려고 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또 다른 상징적 의미를 획득하려고 한다.

이진희_검은문_캔버스에 유채, 연필_53×45.5cm_2017
이진희_잠수하는 지붕_캔버스에 유채, 연필_45×45cm_2015
이진희_붉은모래성과 숨바꼭질_캔버스에 유채, 연필_24.2×24.2cm_2015

석모리 ● 2015년 작품 구상차 석모리에 갔다. 관광사업으로 폐가가 많았고 온천은 운영되지 않는다. 소금밭으로 유명했던 곳도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을씨년스럽기도 한 반면에 아직 누군가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석모리의 구석 구석은 거주했던 자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섬 자체가 거대한 수수께끼의 암호로 가득 찬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 궁금증과 호기심은 나로 하여금 석모리에 남겨진 흔적을 찾아 촬영하거나 드로잉으로 기록을 남기게 하였고 관광사업 전, 후의 석모리 풍경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그린 「잠수하는 지붕」, 「붉은 모래성과 숨바꼭질」에서의 노란 물안개와 붉은 지붕, 모래성과 붉은 잡초가 뒤섞인 배경들은 찾아갔을 당시와 인터넷으로 수집한 과거의 석모리의 풍경이미지들이 혼재된 것이다. 석모리의 풍경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화면은 석모리의 실제 풍경에서 멀어지고 만다. 이야기 속 장면과도 같은 이 화면 속에서 나는 버려지거나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이 혼재된 풍경 이미지가 그려진 배경이 작품 내에서 가상의 무대공간이라는 역할을 하게끔 하고, 그 안에서 새로이 그려진 인물들이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각적 촉매제가 되길 바랬다.

이진희_숨쉬는 것 1_캔버스에 유채, 연필_19×33.4cm_2018
이진희_숨쉬는 것 2_캔버스에 유채, 연필_31.8×31.8cm_2018
이진희_모래늪_캔버스에 유채, 연필_72.7×72.7cm_2017

이렇듯 나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 존재했던 이미지들을 수집한 후, 캔버스의 빈공간에 이어붙이며 그리는 시도 속에서 완성된 것이다. 무작위로 선정된 이미지들은 숲, 산, 석모리 등 현실 속 공간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탄생된 가상의 배경 위에 다시 재배치된다. 배경 위에 그려진 이미지들은 각자 역할을 배역받은 연극배우들처럼 서로 상호작용하며 실제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는 현실에서 파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거나 혹은 거대한 수수께끼로 둘러싼 화면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Around, not around』 가 관객들에게 나와 너, 우리의 주변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음미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 이진희

Vol.20181107d | 이진희展 / LEEJINHUI / 李鎭熹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