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방백

김나나_김지수_김민조_손민석_함성주展   2018_1105 ▶︎ 2018_1111

초대일시 / 2018_1108_목요일_06:00pm

주최,기획 / 인하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관람시간 / 12:00pm~07:00pm

플레이스막 인천 PlaceMAK INCHEON 인천시 중구 개항로 75-1 Tel. +82.(0)17.219.8185 www.placemak.com

잘 정리된 캔버스를 마주하면서 연필로 스케치를 시작한다. 힘을 강하게 줄수록 진한 회색 이, 약하게 줄수록 옅은 회색이 그려진다. 그렇게 흰 캔버스에 처음으로 올라가는 색은 연필의 회색이었다. 그것이 좋은 그림으로 그려져 나를 즐겁게 할지, 아니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 나를 괴롭힐지 이 시점에선 알지 못한다. 불안함과 설렘이 교차하며 스케치를 계속 해 나아간다. 연한 회색으로 대강 구도만 잡힌 화면에 좀 더 확신이 생겨 연필에 힘을 강하게 준 다. 형상이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진해진 스케치를 멀리서 바라보니 무언가 어색해 보여서 지우개로 지우려 하지만, 너무 진하게 그린 탓일까 잘 지워지지 않는다. ● 진한 회색들은 지우개에 밀려 선의 형상에서 면의 형상으로 변하며 나를 괴롭힌다. 완벽히 지워지지 않는 저 상처 같은 회색들은 아마 물감으로 꽤 두껍게 칠해야만 사라질 것이다. 하지 만 쉽사리 물감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 스케치들이 완벽해야만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확신 없는 마음에 붓에 손이 쉬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흰색의 화면 위엔 더 진한 회색들이 계속 올라가고 지워진다. 지우고 그리는 게 반복된 캔버스에는 이전의 깨끗한 흰색 대신에 지저분한 회색들이 가득 차게 되었다. 그 회색들은 계 속 나에게 잘 그려질 것이라는 어렴풋한 확신과 더 정확하게 그려야 한다는 불안을 속삭인다.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 불안과 확신의 속삭임은 마치 회색의 방백처럼 내 머릿속을 떠나 지 않았다. ● 전시를 기획하며 회의 중에 이야기했던 수많은 제목과 내용들은 확신 없이 그어진 불안한 연필 선과 같이 우리를 괴롭혔다. 그렇게 의미 없는 주절거림들은 수없이 겹쳐져 오히려 더 견 고한 의미를 띄게 되었다. 하나씩 던져지며 그려지는 스케치처럼 가벼운 생각 위에 더 구체적 인 생각들이 얹어지고 그것들을 통해 초조한 불안 대신 어렴풋한 확신이 생겨났다. 이 과정은 대학원에 재학하며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했다. 좋은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다소 막연 하게 고양된 감정은 작업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불안과 초조함으로 바뀌었고, 거기서 오는 두 려움은 오히려 작업에 몰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스스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 그렇게 대학원생이라는 삶의 스케치 단계에서 오는 불안과 확신의 양가감정은 흰색과 검정 색 사이에서 방황하는 회색같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른 이들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되는 전시로, 대학원생이라는 불안한 스케치와 같은 단계에서 작가라 는 더 확신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좋은 경험적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 손민석

김나나_STROLL31_캔버스에 유채_90.9×65cm_2018
김나나_STROLL117_캔버스에 유채_72.7×50cm_2018
김나나_STROLL455-5+(1)_캔버스에 유채_72.7×60.6_2018

최근 들어 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서로 다른 색감을 가진 사물의 배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고정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장소를 점유한, 예를 들어 새로이 인테리어를 바꾸는 공간처럼 한시적으로 불규칙하게 사물들이 놓여있는 장면을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시적인 공간은 상황에 따라 매일 다른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유동적인 풍경들은 내가 직접적으로 마주한 경험에 의해 재해석 되어 화폭에 번역된다. 화면은 주로 대상들의 면과 색에 집중되어 평평하게 표현된다. 이는 정해진 기간에만 장소를 점령하며 특정 시간이 지나가면 볼 수 없는 색감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선택한 표현방식이자 실제 풍경을 추상적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에 대한 실험이다. ■ 김나나

김민조_시린 빛_캔버스에 유채_30×23cm_2018
김민조_자물자물_캔버스에 유채_50×65cm_2018
김민조_유성이 스쳐간 궤도_캔버스에 유채_116.8×80cm_2018

나는 기억의 가변성을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 보았거나 경험했던 대상은 시간이나 새로운 기억에 의해 무의식으로 밀려난다. 그림을 그리면서 인식하지 않은 기억들이 수면 밖으로 올라 화면에 나타난다. 과거의 기억은 또 다른 기억과 뒤섞이고 일그러지고 색이 바라고 녹아내린다. 기억은 나에게 한 움큼 쥐었을 때 단단하지도 허공도 아닌 끈적하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진흙도 같다. 나는 화면 속에서 변형되고 엉켜이룬 '무의식적 가상의 세계'를 만든다. ■ 김민조

김지수_메쉬쿠션부동체어_117×91cm_2018
김지수_Untitled_트레이싱지에 연필_28×20cm_2018
김지수_Untitled_트레이싱지에 프린트_20×28cm_2018

나는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욕구와 이를 숨기고 왜곡하려는 정반대의 욕구 사이에서 계속 갈등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고 말하려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끊임없이 혼자만의 꿈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려워지지만 여기서의 딜레마는 내 자신이 현실을 거부하고 꿈에 사로잡히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나는 내가 자발적으로 추종했던 꿈, 혹은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든 어떤 것의 형체를 만듦으로써 그것을 대상으로, 내 안이 아닌 밖에 있는 존재로 의식하고 싶었다. ■ 김지수

손민석_필리핀 기예단1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8
손민석_필리핀 기예단2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8
손민석_필리핀 기예단3_캔버스에 유채_145.5×97cm_2018

시각적으로 어떤 것을 인식할 때, 가끔은 인식된 대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그것이 다른 형태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것이 각도에 의해서든 오래전에 본 대상이라 그때의 기억이 희미해서이든 우연에 의한 착각 때문이든 이유는 다양하다. 그때 나는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대상을 인지하면서 그것의 본질과 인상이 분리되는 것을 경험한다. 무기물적인 것에서 유기적인 것의 인상을 얻거나, 좁은 물건에서 넓은 풍경의 인상을 얻게 되는 것처럼 이미지 본질의 서사와 반대되거나 상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경험에서 기인한다. 본질적인 서사가 지워지고 인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의 중간단계 즈음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색의 변화와 확대로만 편집을 최대한 제한하여 작업으로 그려낸다. ■ 손민석

함성주_축제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8
함성주_Cord third_캔버스에 유채_45.4×53cm_2018
함성주_Hunter, good old_캔버스에 유채_60.6×65.1cm_2018

「가장 효율적 형태」는 진화 생물학에서 다루는 생명체의 진화 원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새로운 생명체의 형상을 재구축하는 작업이다. 나는 천체물리학 약자역학 생물학에 관심이 많고 지속적으로 작업에 적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유지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화작업은 게임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게임의 트레일러, 버그가 일어난 장면 등에서 회화의 요소를 발견하곤 한다. 또 원본 이미지에서 특정 부분을 제거하거나 추가해 나가기도 하면서 맥락을 바꾸며 다른 층위의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 함성주

Vol.20181108g | 회색 방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