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Proper Farewell

2018_1110 ▶︎ 2018_1124

초대일시 / 2018_1110_토요일_05:00pm_연희집단 갱       2018_1110_토요일_06:00pm_POTT

참여작가 동그랭_연희집단 갱_안치영_오수(오승욱)_우나연 임청하_자표자기_Alessandra Pozzuoli Charlie Ehrenfried_Sofiya Fayzieva

본 사업은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형사업 『바로 그 지원』으로 선정되어 개최합니다.

기획 / 임청하

관람시간 / 11:00am~05:00pm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동 15-22번지

"우리는 '그 집'에서 함께 잔치를 벌이며 이 시간을 기억 속에 남길 것이다. 곧 사라지게 될 '그 집'과 우리에게 닥친 모든 상실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건네 보자."

Alessandra Pozzuoli_Every Meal_종이에 콜라주, 파스텔_21.59×13.97cm_2018
Alessandra Pozzuoli_What Makes You Happy_ 보드에 아크릴채색, 파스텔, 콜라주_25.4×25.4cm_2018
Alessandra Pozzuoli_My Grandmother's Sister's House_ 종이에 연필, 마커_13.97×21.59cm_2018

누구나 살아가면서 사회적 흐름과 욕망, 세월의 불가항력 등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가령, 가까운 존재와 이별을 하거나, 오랫동안 정들었던 동네가 없어지는 일 같은 것 말이다. ● '그 집' 은 곧 없어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기억들이 축적된 이 공간은 머지않아 재개발이라는 절차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Charlie Ehrenfried_Prayer for the State of Mourning_영상_00:02:40_2018
Sofiya Feyzieva_Oh, My Domovoi_스톱모션 애니메이션_00:04:37_2018

우리는 주어진 상실을 어떤 방식으로 겪어내는가? ● 덤덤하게 받아들이거나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우리들의 경우에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마냥 슬픔에만 빠져있는다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들을 발견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한 번도 들춰지지 않은 사진이나 엽서들을 찾아내거나, 또는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는 이 집의 도깨비들을 알아차리는 일 말이다.

임청하_Wishful Thinking(바램)_캔버스에 유채_91.44×60.96cm_2016
임청하_Shelves, Home(책장, 또는 집)_캔버스에 유채_ 182.88×121.92cm, 121.92×182.88cm_2016

『그 집: Proper Farewell』에서는 아쉬운 감정을 잠시 걷어내고, 주변을 둘러보며 발견한 소중한 것들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인사를 건넬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본다. ● 곧 사라지지만, 분명 이시간, 이곳에 존재하는 '그 집'에서 우리는 (동그랭, 안치영, 연희집단 갱, 오 수(오승욱), 우나연, 임청하, 자표자기, Alessandra Pozzuoli, Charlie Ehrenfried, Sofiya Fayzieva) 각자의 방법으로 현재를 기념하고, 사라질 것들을 기억하며 이미 사라진 것들을 추억하고자 한다. ■ 임청하

오수(오승욱)_창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임청하 작가의 『그 집_Proper Farewell』은 투명하리만치 정직한 전시이다. 무슨 이야기냐 면, 작가의 정체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가의 원형을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는 전시이다. 그 간 '진정성'이라는 형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힘든 언어는 예술계 안에서 떠돌며 작가의 깊이를 강요하는 척도로 작용해왔다. 흔히 작가의 삶 혹은 정체성과 작업의 일치도로 가늠되어 왔던 정체성은 유령처럼 맴돌면서 때로는 작업의 진위를 판별하는 척도로, 때로는 주관적으로 작품 을 판단하는 가장 쉬운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진정성이라는 용어를 그다지 신뢰 하지도 않고, 작가의 경험이 작업의 깊이를 분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메커니즘에도 반대한 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예외적으로 진정성의 양날의 검을 판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작가의 프로필에 대해 먼저 논하고자 한다. ● 임청하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그 후 죽 지금까지 예술가 노마드의 삶을 살아왔다. 대학교 시절에는 기숙사와 레지던시 등 최근 전업 작가들이 필연적으로 겪는 미필적 디아스포라의 삶을 겪었고, 이전에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이사와 이주를 반복하는 삶 을 살았다. (이 삶에 대해서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유를 물을 이유도, 자격 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나연_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are We Going?_캔버스에 유채_90×90cm_2018

디아스포라의 삶이 작가의 정체성의 한 갈래를 형성하면서부터 젠트리 피케이션과 재개발은 작가들의 작업 주제에 빈번히 거론되어 왔다. 다만 그 원인과 태도에는 공감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전시의 진행방식 (공간의 상실감에 집중한 태도와 피해자 서사 등) 은 관객들에게 다소 피로감을 일으켜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전시는 임청하 작가의 아주 개 인적인 서사와 경험을 통해 전시를 진행하면서, 이윽고 거시적인 이슈에 대해 논하는 방식이 특별하다고 여겨진다. ● 임청하 작가가 초등학교 시절까지 살았던 '그 집'은, 작가가 뿌리와 가족 역사에 대해 이야기 를 할 때 언제나 떠올렸던 그 공간은, 그리고 아직도 아름다운 뒷마당과 뛰어 놀던 골목의 역 사를 간직한 그 곳은 아직까지 거기에 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학익동 15-22번지에. 이 집 은 인천광역시의 재개발 정책에 의해 곧 철거될 예정이다. 가을바람을 마주하고 골목골목 누 빈 곳에서는 '공간' / '빈 집'이라는 횡뎅그레한 유리창의 낙서들이 쓸쓸한 정서를 더 한다. 작가는 이주에 그다지 반대하지 않는 외할머니의 태도가 가장 놀라웠다고 했다.

안치영_들춰보기_영상_2018 / 안치영_.ZIP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그 집'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 마당을 통해 현관으로 들어가면 온 가족이 드나들던 현관 복도와 부엌이 보인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쬐던 벽난로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던 TV 시스템 등이 나온다. 3층은 작가가 가장 애틋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외할아버지의 공간인데, 할아버지의 서재와 화실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2008년 이후로 시간이 정지해 있는 듯하다. 3층 주택의 외벽은 빨 갛고 파랗고 하얀 천이 휘장처럼 드리워져 있다. 작가의 소중한 추억과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장례 의식을 표방한 작품이다.(임청하, "이제 가면 언제 올라나, 언제 올 줄을 모르겠소! 어널, 어널! 어허이, 어화널!") ● 전시장을 둘러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 가족의 역사와, 삶과 죽음에 관한 흔적들이 놀라 우리만치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작업들과 어우러지는 풍경들이었다. 1층 좌편에 위치한 '자표자기'의 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부평에서 그룹으로 작업하다가 역시 재개발 문제로 쫓겨나 게 된 그룹 '자표자기'는 이 전시에서 한 방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이야기한다. 하 나의 방을 배정하여 그룹 전시에서 작가의 영역을 구획하는 방식은 신선하기도 하거니와, 아 직도 손때가 묻어 있는 집과 젊은 작가들의이야기가 콜라보레이션 되는 방식이 대단히 흥미 롭다. 자표자기의 방은 어둡다. 유아들의 의자에 촛불처럼 가냘픈 불이 빛을 밝히고, 사진 등 의 아카이브 자료들이 놓여 있다. 방에는 금방이라도 누가 몸을 일으킬 것 같은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 벽면으로 영상 작품이 흘러나온다. 작업실을 잃어버린 작가들의 목소 리란 어떤 톤일까. 그리 복잡한 추측은 아닐 것이다. 쓸쓸히 흘러나오는 영상작품 뒤로 아직 도 벽면에 얌전히 붙어 있는 오래된 벽지의 패턴이 엿보인다.

자표자기_남겨진 사람들_영상, 혼합재료_2018

한 집안의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젊은 작가들의 목소리와 융합을 이루는, 이런 놀라운 공간 연출 방식은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고요히 지속되는 힘이 있다. 3층 응접실에서는 방금 누군가가 앉았다가 일어난 듯한 바둑판과 방석이, 앉은뱅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임청하 작가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큐레이팅 경험이 전무한 경력의 작가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공간 연출력은 흡사 남의 집을 방문하는 조심스러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아 내는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2층의 방에는 조심스럽게 관리해온 외할아 버지의 양복과, 성혼식 등 가족의 역사를 '아카이빙'한 흔적들이 벽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 틈 을 비집고 젊은 작가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런 공간 구성방식은 특히 오 수 (오승욱) 작가의 작업에서 조직적으로 드러나는데, 3층의 응접실 창문을 뜯어내고 달아놓은 '중심 추'는 이별 통보를 받은 시점에서 집안에 켜켜이 쌓인 기억들을 재현하며, 내부와 외부 를 연결하는 어떤 상징성을 모던한 방식으로 풀어내 전시의 균형을 잡아 준다. 3층 외부 계단 바닥에 설치된 거울은 좀 더 상실감이라는 정서에 집중하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 는 환경을 거울이 제한하면서 재개발이 행사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러시아 작가 Sofiya Fayzieva의 「Oh, My Domovoi 오, 나의 도모보이」이다. '도모보이'는 러시아 민화에 등장하는, 한국으로 치면 집도깨비와 같은 존재인데, 오래된 집에 서식하면서 주인의 물건을 몰래 훔치면서 장난을 치는 요괴라고 한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인 이 영상 작업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재개발 현상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현실을 젊은 작가의 시각에서 반영하고 있다. 어느 러시아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는 도모보이는 어느 날 할머니의 집이 철거명령에 귀속됨에 따라 예외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이런 작품을 접할 때 가장 감동스러운 면은 세대와 국경과 상관없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심경 일 것이다. 실제로 임청하 작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이 전시에 대한 큰 틀을 기획할 수 있었 다고 한다.

연희집단 갱_도시길놀이 까마귀_영상, 설치, 현장 퍼포먼스_2018

국내 작가 그룹 「연희집단 갱」의 작업도 눈여겨볼만 한다. 프로젝트 작업 "도시 길놀이-까마귀"는 서울 곳곳에서 가장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현장들(한남동, 세운상가, 동대문, DMC 수색 등)을 직접 답사하고, 퍼포먼스로 참여하면서 풍경을 영상으로 수집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섣부른 가치 판단이나 결론내림보다는 '까마귀'의 관점에서 철저 히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 이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바로 그 지원'의 일환으로 이루어졌고, 필자는 작가의 심사부터 큐레이팅과 전시가 실제로 실현되는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는 감회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련한 전시의 기획에서 어림잡았던 선입견을 깨고, 도시의 재개발 욕망이 한 가족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낸 전시 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싶다. 이제 한국 현대미술도 아방가르드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때가 온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 조숙현

Vol.20181110c | 그 집: Proper Farewell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