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만다라 :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에 대한 경의

전인경展 / JEONINKYUNG / 全仁敬 / painting   2018_1109 ▶︎ 2018_1125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3cm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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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8_1114_수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공간41 GONGGANSAIL 서울 마포구 동교로41길 41(연남동) B1 Tel. +82.(0)2.3774.3314 www.facebook.com/gonggansail

신경해부학자 카할에 대한 오마주 : 어떤 이미지는 잊히지 않는다 ● 전인경이 회화작품을 통해 경의를 표한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 1852-1934)은 신경과학의 개척자이며, 카밀로 골지(Camilo Golgi)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신경해부학의 위치에서 전례 없이 나타난 3천 점의 드로잉은 육안(肉眼)으로 볼 수 없는 뇌의 미시적 차원을 관찰한 결과들이다. 예술가의 작업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엄청난 작업량은 뇌세포들의 복잡한 배열을 분류하며 그려낸 해부학적 시각화(visualization)의 결과다. 현미경을 통하여 이루어진 작업은 '보고, 생각하고,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 리듬화 된 관찰에서 비롯했고, 당대의 신경해부학적 탐구 방법을 반영한다. 무엇보다 카할은 자신의 관찰 증거이자 기록이 된 그림들을 과학에 관한 시각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의 입지에서 과학적 쟁점을 전달하는 데 사용했다. ● 카할의 드로잉은 신경 세포를 1미크론(1/100만 밀리미터)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정도인 100미크론에 이르는 현미경 스케일(scale)을 통해 이루어졌다. 스케일을 줄이거나 늘이면서 신경 세포들의 양상을 포착했는데 이러한 시각화는 단지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정보 시각으로 변환하며 생물학적 차원의 '내적 구조'(Inner Structure)를 추출하는 데 있다. 해부학적 관찰은 뇌세포, 감각시스템, 신경 경로, 발달병리학을 가로질렀고 뇌의 신경 세포의 구조적 단일화에 성공했다. 이들의 경이로움을 카할은 "신경 세포는 수많은 나무들이 가득 들어선 정원과 유사하며, 그 나무는 지혜롭게 가지를 늘리고 뿌리를 땅 속으로 내려서 매일 더 많은 꽃과 과일을 생산 한다"고 기록했다. 신경 세포의 성장을 나무의 생장에 비유한 카할은 뇌 영역 곳곳을 탐사하며 세포 형태의 연결, 흐름, 방향을 보는 시점의 위치를 달리하며 교차, 상하, 좌우, 전후가 명료한 평면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신경 세포들의 양태를 "친밀한 연결(intimate relation)"이라고 명명했다. ● 현대 신경 과학자들은 카할이 이룬 신경해부학의 성취를 연장해서 뇌와 마음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제 카할이 이른 '친밀한 연결'은 뇌의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기능적 연결망의 시현을 앞두고 있다. 인간의 감각과 정서, 그리고 사고와 행위에 수반된 신경 연결을 규명하는 뇌지도 프로젝트인 '커넥톰(Connectome)'은 시냅스 및 분자 수준이 어떻게 신경들의 상호적 전달을 이루며,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가의 규명을 목표로 한다. 세포 수준의 미시적 작용부터 뇌의 거시적 작용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관찰의 기술은 우리의 가시성을 증진하고 증강하는 이미지 기술 장비의 조력을 받는다. 생물학적 공간을 가로질러 시냅스 신호 작용을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 수량화 된 통계들, 정보데이터, 컴퓨테이션, 확산텐서영상(DTI),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이미지 기술은 그림 기호와 진술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법을 선보이며,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게 이용된다. 보다 정밀하고 다양한 위상학적 차원의 가시화는 뇌 안으로 침습 혹은 비침습적 방법이 소요되며 심층적 재료의 사용, 관찰과 논쟁을 이끄는 정보와 지식 공유의 장을 이끈다. 또한 첨단 장비를 갖추며 뇌에 대한 새로운 가시성을 향한 과학자의 모습은 물질적 재료와 그림의 기술을 통해 예술적 상상을 구현하는 예술가의 작업과도 견줄 수 있는데, 양자의 교량은 과학적 상상과 예술적 상상의 접점에 있을 듯하다.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72.7cm_2018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65.1cm_2018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8

시각적 모의실험(visual simulation)은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비롯해서 과학에 관한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반과 전인경 작가의 「뉴로만다라」(2018)에 이르는 그림(이미지-기호)의 차원을 운송한다. 과학적 설명과 이해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과학에 관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은 전문가에게 과학적 내용을 전달하고 확산하는 명확한 통로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서 우리는 예술, 만화, 출판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공상과학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의인화와 은유를 통하여 다양하게 상상된 뇌를 본다. 이러한 그림의 장은 뇌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라는 전형만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실용적으로 뇌에 대한 대중적 스토리텔링과 유희, 그리고 예술을 가로지른 그림 영역은 대중적 호기심과 관심이 발현된 그들의 질문일 수 있다. 이들이 과학적 사실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담을지라도 뇌에 대한 가상의 차원에서 사실과 상상이 연결하고 접목하는 그림의 시뮬레이션은 관찰과 탐색의 사고 실험 및 뇌에 관한 새로운 '모델(model)' 생산과 연결된다. 물리화학자로서 수많은 대중 과학서를 집필한 피터 앳킨스(P.W. Atkins)는 의식(마음과 뇌)에 대한 과학이 물질과 사건을 설명하는 형식의 창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돈의 발생과 미학, 종교, 예술적 경험 등 내적 연관(inner relation)의 풍요로움을 풀어내는 것으로 이르며, 과학의 본령을 "우리의 정신에 도토리를 심는 설명의 씨앗"으로 단언했다. 과학자의 은유와 같이 여러 영역에서 생산되는 뇌에 관한 그림들은 우리의 뇌들이 모여 집단 지성을 발휘하듯, 뇌와 마음에 대한 관심과 인간성에 속한 우리 자신에 관한 생각들을 증진하며, 뇌에 관한 모델 형성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러한 전례는 과학적 사실 외에도 표현의 매력이 일으킨 형태 및 색채 미학으로 당대의 신경해부학자들의 발걸음에 확신을 준 카할의 드로잉이 남긴 메시지, "정신 생명의 비밀을 밝혀라"와 일치하며, 관찰과 탐색, 발명과 창조가 이어지는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 전인경의 「뉴로만다라」(2018)는 그의 대표 연작 「만다라」 및 「포스트만다라」의 표현 양식을 이으면서도 현재의 신경 과학의 흐름인 신경체, 그리고 뇌와 마음의 관계의 쟁점을 포괄한다. 예술적 상상이 창조한 화면은 신경이 펼치는 한 순간의 '드라마'일 수 있으며, 넓게는 신체의 사건이자 좁게는 신경의 사건이다. 화면 곳곳의 주인공인 신경체의 형태적 모티브는 대뇌피질 신경 세포의 모습인 나무 형태지만, 그 표현이 향하는 방향은 물리적인 신체성의 성장, 접촉, 그리고 연결에 수반된 물질적 반응이 내포한 시간적 현상을 설명한다. 사진의 셔터와 같은 작가의 시각적 속기는 신체 내부 공간의 어떤 지점으로 깊숙이 파헤쳐 들어가며 탐색의 현황을 실어 나르고 부분에서 전체 구성으로 진행한다. 작가는 화면에 들어찬 형상의 분할과 군집이 펼치는 평면위에서 뇌라는 거대 신체 안에 자리하고 살아가는 미시적인 또 다른 생명의 몸으로 신경을 마주한다.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18
전인경_Neuro Mandala-Hommage to Cajal 18110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97cm_2018
전인경_Super-nova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540cm_2017

'몸의 날실'이라는 신경의 뜻을 풀이하듯, 풀리고 꼬이는 선형의 모임들은 견고한 중심의 매듭을 향해 모여들고 다시 그 틈새를 따라 공간 속 공간으로 극대화 한다. 느슨한 겹침, 에워싼 두름, 밀착한 꼬임의 긴장들이 나선형의 줄띠(band)를 형성하며, 후방에 들어선 불변의 도형인 원형은 결코 머물지 않는 흐름의 고리들을 쏟아낸다. 이제 원형의 만다라가 내포한 평형 및 안정의 표상은 「뉴로만다라」에서 '집합체적 통합'을 표현하는 새로운 입지로 거듭나며, 원형을 이루는 선형의 출발과 회귀는 동시간성의 동질적인 접촉과 연결의 장소가 된다. 화면 속에 머물며 시현의 지지대인 '평면성'그 자체로 보다 깊숙하게 한 걸음 내딛는 작가의 시각은 살아있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정지시킨 평면으로부터 신체가 드러날 '화면'(畫面), 타블로'(tableau)의 전환을 향하며 그림의 신체를 구현하려 한다. 의미의 세계를 향하는 화면은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동일하고 전체화 된 합일체인 원형들을 가분하며, 균일하고 일정한 미시체의 패턴(pattern)들이 모인 군집의 장면으로 나아간다. ● 무엇보다 그림의 매력은 신경 활동의 활기와 이들의 유기체성을 전달하는 선형의 '짜임(knitting)'이 이루어낸 도형기하에 있다. 콤팩트성, 위아래를 향한 액화성의 용해가 진행되는 곳, 날렵하면서도 조밀한 패턴의 세계는 색채의 협력에 활기를 얻으며, 동일한 것, 유사한 것, 그리고 차이지는 것으로 접어든다.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의 외피처럼, 결의 어떤 흐름들처럼, 형(形)과 색(色)을 등에 업은 패턴은 그 무엇의 구조(Structure)임을 선취한다. 어떤 지지체도 없는 화면의 비움과 채움의 반복을 떠돌며, 연속과 불연속의 진행을 따라, 그저 평면의 얼개가 되어버리는 패턴의 존재는 점등하고 점멸하는 목적 없는 신호의 소여를 다하며 거대한 조망의 '체계(system)'인 흔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뉴로만다라」의 추상(抽象)의 현시는 우리 앞으로 뇌와 마음에 관계에 자리한 '가상의 신체'를 출현케 한다. 세포에서 만다라와 우주로 진화해온 전인경이 뇌과학의 아버지 카할을 오마주한 이유를 정리한 작가노트는 카할의 시대와 인공지능의 시대를 연결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신경 세포들의 활동을 상상합니다. 좀 더 발달된 과학 기술을 갖게 된다면, 이와 같은 그림들이 신경 세포에 어느 면에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 우리의 과학이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차원은 아닐 것입니다. 상상은 과학이나 예술에서 공통적인 사고입니다.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인간 탐구의 일부분으로 시작한 작업이지만, 이 작업을 통해 얻은 것은 카할이 말한 정신 생명입니다." ■ 심희정

* 참고 1) Janet M. Dubinsky, Seeing the Beautiful Brain Today, The Besutiful Brain: The Drawing of Santiago Ramón y Cajal, Abrams the Art of Nooks New York. 2017. pp.193~201. 2) Kelly Karuse, A framework for visual communication at Nature,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2017, vol.26(1), pp.15~24. 3) P.W. Atkins, The Limitless power of Science, Nature Imagination, ed., John Correnwell,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1995. 4) 전인경, 「전인경 개인전」도록, 미술세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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