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식하는 욕망-그것들

김성철展 / KIMSUNGCHUL / 金成哲 / mixed media   2018_1103 ▶︎ 2018_1124 / 일,월요일 휴관

김성철_도시인_ABS 필라멘트_10m 이내 가변설치_2018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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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홈페이지_nakari750.wixsite.com/mysit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바투아트 팜 갤러리 Batoo Art Farm Gallery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오리길 11 Tel. +82.(0)51.727.8758 www.batooart.com

가련한 몸으로 살아남기 - 처세술이 요구되는 사회 ● 현대적 삶은 녹록치 않다. 우리는 무한 경쟁상황에서 도태되지 않고 각자도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하기를 강요받는다. 서점 가판대를 가득 채운 자기계발서들은 세속의 성공을 위한 처세술을 전파하고 기꺼이 속물이 되기를 권유한다.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기에 인간들은 위장한다.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의 가면을 쓴 채 타인들을 대면한다. 양손을 부비며 아부하거나 귀를 딸랑 거리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이런 처세술로는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렵고 공허하기만 하다. ● 김성철 작가는 '관계'라는 큰 맥락 안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특히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의 부재가 유발하는 불편한 감정을 신체적 증상이자 심리적 징후인 '가려움'으로 드러내기 위해 인간의 신체, 몸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인간의 신체, 몸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과 욕망을 사유한다. 인간의 신체, 몸은 삶의 모순과 부조리함에 대한 자각과 각성을 불러일으키기에 강렬한 어법임에 틀림없다.

김성철_도시인_ABS 필라멘트_60×50×7cm_2018
김성철_도시인_ABS 필라멘트_10m 이내 가변설치_2018

몸, 욕망의 통로 ● 가장 친숙하게 여겨지는 나(너)의 몸이 낯설게 왜곡된 채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은 생경한 경험이다. 온전하지 못한 신체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불편함, 그것은 김성철의 작품을 일견했을 때의 인상이다. ●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작은 신체들이 전시장 벽면가득 매달려있다. 성인의 한 뼘 길이정도의 덩치를 하고 있는 그것들은 대략 50개가 족히 넘는다. 그 몸(들)은 공통적으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형상을 띄며 일정한 간격으로 열을 맞춰 배열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반복적이고 도식성이 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똑같은 몸은 없고 제각각 다른 모습이다. ● 어떤 몸은 길게 늘어뜨려진 팔로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를 스스로로 감싸고 있다. 귀에 장신구를 치렁치렁 달고 있거나 머리에 고깔을 쓰고 있는 몸이 있는가 하면, 특정한 신체 기관이 과장되게 도드라진 몸들도 있다. 파충류나 발진이 난 상태를 떠올리게 하는 뾰족한 촉수나 작은 구멍이 온몸을 뒤덮고 있는 몸이 그러하다. 머리에 뿔이 난 몸은 악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정한 색으로 칠해진 부위는 세라믹 특유의 광택이 더해져 옷을 입고 있는 몸처럼 보이기도 하며 간혹 꽃이나 기하학적 패턴이 그려진 몸은 문신을 한 몸이 연상된다. ● 이 몸(들)은 인간의 몸을 그대로 재현한 인체조각상과는 정반대다. 머리와 팔다리가 몸통에 달려있긴 하지만 세밀한 묘사는 생략되어있다. 얼굴의 눈, 코, 입은 작은 구멍이 대신하기도 하고, 설사 눈, 코, 입이 있다하더라도 표정은 읽을 수 없다. 볼록한 가슴을 가지고 있거나 생식기가 두드러진 몸도 있지만 에로틱함과는 거리가 멀다. ● 이번 전시의 타이틀과 동명이기도 한 「증식하는 욕망-그것들」이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이 온전치 못한 몸(들)이 욕망의 대체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게다가 김성철은 작가노트에서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신체를 통해서 욕심으로 가득 찬 인간내면의 모습을 나타내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제각각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저 기괴한 몸(들)은 욕망의 발현을 시각화한 것일까? 작가가 말하는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은 무엇일까? ●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작은 나사 하나에 의지해 벽에 고정된 몸들은 자연사박물관의 곤충표본을 떠오르게 한다. 인위적으로 방부 처리된 후 표본액자 속에 반듯하게 고정된 곤충사체처럼 전혀 생동감이 없는 몸이다. 이 몸들은 자유의지가 박탈된 노예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유로운 개인'이라 믿고 살아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획일화된 채 소비의 욕망에 종속된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비는 달콤하다. 소비를 하는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세상의 근심을 잊을 수 있지만 소비로 인한 해소는 또 다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욕망은 채울 수 있다는 기대로 포장된 유혹이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욕망에 저당 잡힌 인생의 행로는 끝이 없다. 욕망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소비주의에도 세속적 성공에도 없다."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사계절, 2013, p,15)

김성철_증식하는 욕망-그것들_세라믹_5m 이내 가변설치_2018
김성철_증식하는 욕망-그것들_세라믹_5m 이내 가변설치_2018_부분

욕망이 투사된 앙상한 신체 ● 작품 「도시인」은 텅 빈 몸을 하고선 초점 잃은 눈으로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작고 왜소한 신체들의 집합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한 신체들도 기괴한 몸을 가지고 있다. 새의 머리를 하고 깃털을 덮어쓴 신체는 인간도 동물도 아닌 모습이다. ● 검은 선들로 조직된 몸들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연약하게 느껴진다. 화이트큐브 벽 위에 설치된 그것들은 흑백의 색상 대비로 인해 선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뼈만 앙상하게 드러내는 엑스레이 사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3차원 공간에 그려진 평면 같이 보이는 입체 작품인 「도시인」은 3D프린트 재료인 ABS필라멘트로 제작된 몸들로 구성되어 있다. 양감이 전혀 없이 납작한 이 신체들은 「증식하는 욕망-그것들」에서 표현된 신체보다 더 비인간적으로 보인다. 또한 특정 부위에 돌기가 도드라져 보이는 유사한 형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기계회로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플라스틱 소재 특유의 차갑고 건조한 선들은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도시의 삶을 연상하게 하고 선으로만 이루어진 텅 빈 공간이 두드러지는 몸은 현대인들의 심리적 공허함과 결핍 등을 잘 보여준다.

김성철_증식하는 욕망-그것들_캔버스에 유채, 드로잉_162.2×130.3cm_2018
김성철_우울한 풍경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8

현대인의 심리적 공허함 ● 김성철의 이번 전시 『증식하는 욕망-그것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향한 작가의 성찰적 시선이 담겨져 있다. ● 그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신체를 기이하게 표현하여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불편함 감정을 선사하긴 하지만 그가 묘사한 몸들은 자극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비교적 작은 스케일의 작업들이 모여서 전체를 이루는 그의 설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그의 설치작업 역시 작은 크기의 몸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전체를 구성하고 있지만 시각적 압도감을 주는 큰 특정한 형상을 만들어 내지 않고, 그것들은 각각의 독립체로 존재한다. ● 그는 욕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탐욕적이고 야만적인 존재가 아니라 가련한 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욕망하면 할수록 심리적 결핍을 호소하는 고독하고 공허한 존재임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입체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 평면 설치 작품들에서도 이런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전체적으로 붉은 톤으로 그려진 「증식하는 욕망-그것들」 속에서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고깔을 쓴 채 정면을 응시하며 손짓을 하고 있는 사람과 부자연스러운 손동작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 가면 속에 얼굴을 숨긴 사람이 눈에 띄지만 화면 속 몸들은 인간성을 잃어버린 채 떼 지어 다니는 살아있는 시체들, 좀비를 연상시킨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소녀가 등장하는 「우울한 풍경」은 전체적으로 음울한 인상이다. 화면 속 무기력한 모습을 한 동물들과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채 연기가 솟아오르는 텐트를 등지고 무릎을 안고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소녀는 외롭고 고독해 보인다. 이것은 고독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그려낸 욕망이 투사된 가련한 몸들에는 욕망의 노예로 전략한 현대인들에 대한 연민이 담겨져 있다. ■ 이보리

Vol.20181113i | 김성철展 / KIMSUNGCHUL / 金成哲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