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rl+c, Ctrl+v

양승원展 / YANGSEUNGWON / 梁承元 / photography.installation   2018_1116 ▶︎ 2018_1219 / 토,일,공휴일 휴관

양승원_곳간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80cm_2018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초대일시 / 2018_1116_금요일_06:00pm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주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30pm / 토,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장소라는 것은 생성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을 은유적 혹은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성된 장소와 그 속에 있는 공간은 다양한 관계를 구성한다고 생각하지만 현대사회는 지속적인 산업화와 단기적인 정책 그리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시대적 현상들로 인하여 고유한 본질을 잃고 획일화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그 공간에서 살며 이러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공간을 조작하기도 하고 폐기하기도 한다. ● 『Hide-And-Seek』(Studio 148, 2017) 전시에서 사진을 이용하여 '모조 공간'을 재현하고 아이러니한 그 현상의 장소를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 "Ctrl+c, Ctrl+v"에서는 '모조품'을 재현하고 실재 오브제인지 아니면 모조 오브제인지, 인지하기 힘들게 제작된 모조품을 만들어 보여주려고 한다. 이것들은 실재를 본뜬 모조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3차원적인 실체임에, 우리는 기존에 습득한 선입견과 갈등하면서 실재와 모조의 경계 고민하게 만들고 조작된 실재를 촬영한 것으로 결국 허구를 만들어낸 것이라 데 아이러니가 있다. 이는 또한 가짜가 더 진짜처럼 사는 현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마치 내부와 외부가 모호한 독일 수학자 Felix Klein의 Klein's Bottle 과 같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이나 모습이면서도 그것이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소재가 지니고 있는 실체적 진실성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재현된 형태에서 나아가 물리적 실재와 형상이라는 허구의 대립적 의미와 마주치게 되며, 이러한 경계선에서 사회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념적, 시대적인 통념을 감지하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들에 관하여 가치를 다시 하여금 물어보려고 한다. ■ 양승원

양승원_금이돌이돌이금이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50×100cm_2018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양승원_해리성 둔주 #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80cm_2018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양승원_Klein's Bottl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180cm_2017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모델 하우스 ● 우선은 장소에 관한 썰들이다. 장소(場所, place)는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일어나는 곳"을 뜻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3차원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의미적인 사건의 맥락들까지도 생각하는 의미이고, 인간의 경험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장소라 할 수 있겠다. 반대 관점으로 사람들은 공간에 머물고 시간을 보내면서 그곳에 대한 특정한 장소성(sense of place)을 갖는다. 하여 장소를 야기할 때 보통 장소 = 인간 + 시간 + 공간의 공식을 적용하고, 인간이 그 공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그 장소의 의미를 결정한다. 정리하자면 장소는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의미화되는 것을 말하고, 개인적 기억이나 사연, 사회적 구조, 역사, 권력, 이데올로기가 고려된다. 그렇다면 양승원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 속 대상은 장소일까? 이번 신작에서 보이는 동굴은 작가가 찾아다녔던 '관광지'라 불리는 곳인데 '관광지'가 가지는 장소의 의미에 대해선 어떤 것들을 말해볼 수 있을까. 관광지는 어떤 장소가 사회적으로 구성(social construction)되어 시각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미지화, 기호화되는 연출을 거쳐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폐광의 기적," "황금의 땅," "글로벌 관광명소" 같은 동굴을 설명하는 글귀들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하나의 장소는 문화나 상징, 그리고 상품이 되고, 대중적으로 무대화, 이벤트화된다. 도시든, 유적지든, 무인도이건 상관없다. 관광지는 어떠한 사회적 의미로 부각되면서 자본화되고, 관광객(주체), 대중매체와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담론화된다. 하나의 공간이 어떤 시공간에서 어떤 환경 아래 어떤 사회적 의미를 부여 받으며 새롭게 형성되고 변형되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 예시가 바로 관광지다. 실제적 의미보다도 만들어진 담론과 맥락이 그 공간의 실제가 되어버리는 이러한 메커니즘은 소비 문화적인 관점에서도, 낭만적인 관점에서도 혹은 인류학적인 관점에서도 집단적, 개인적으로 끊임없이 작동한다.

양승원_Terra Incognita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80×240cm_2017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양승원_해시태그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80×120cm_2017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최근 『Hide-And-Seek』(Studio 148, 서울, 2017)전시와 이번 『Ctrl+c, Ctrl+v』에서 양승원 작가는 어떤 이름 모를 미지의 공간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아내고 있다. 타일과 커튼과 카펫과 욕조가 있는 공간(「Hashtag」(2017)), 벽돌로 만들어진 홀과 오래되어 보이는 시멘트벽이 있는 구조물(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로 이루어진 공간(「Klein's Bottle」(2017)), 나무와 우거진 풀들,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공간(「Terra Incognita」(2017)), 돌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하여 이미지화하였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물어보자. 작업에서 보이는 대상은 장소일까? 이미지 속 모습들이 앞서 말했던 장소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관광지와는 달리 여기에선 어떤 맥락이나 인간의 경험도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고, 어떤 이미지화나 기호화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을 모습들을 만들어내거나 찾아가서 찍는데, 작가가 구현하는 최종적인 사진 이미지는 찍는 주체와 찍히는 대상으로부터 격리된 무균 상태다. 사진 매체의 기능 때문이건 작가의 조작이나 연출 때문이건 대상의 복사와 붙여넣기 과정 사이에서 이미지는 비재현적 모방(nonrepresentational mimesis)을 작동시키고 있는데, 즉 원본에 대해 말하는 대신 새로운 것을 상상하게 하는 모방을 가시화한다(혹은 재현(representation)과 현시(presentation) 사이에서의 게임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그가 담아낸 대상은 장소라기보단 '공간'에 더 가깝다. 공간(空間, space)은 "아무것도 없이 빈 곳, 또는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의 뜻을 가진다. 작가는 대상을 청정 상태의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으로 만듦과 동시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상상을 이끌어낸다. 가령 「Hashtag」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타일 벽과 식물, 비비드한 칼라의 인테리어와 오브제를 이용하여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이미지들을 상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볼법한 것들을 구현하고 있지만, 이 이미지는 어떠한 사건이나 맥락도 지시하고 있지 않다. 자극적이지만 탈-코드적이고 무시간, 무의미적으로 문화적 영역에서 이탈된 단독성(singularity)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매체를 이용해 장소(또는 오브제)가 일으키는 작동들을 시각적으로 지시하면서 동시에 무마시킨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 속 대상을 장소성에서 공간성으로 환원시키고, 이미지는 이 자체로 대상에 대한 정치적 전복을 일으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의 예술 실천안에서 우리는 장소에 대한 실재와 허구, 환영과 환상의 담론들을 첨부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시각 문화에 대한 현상들이 드러나는 인공적 환경을 사유할 수 있다.

양승원_라쇼몽 #1_혼합재료_60×80cm_2018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양승원_라쇼몽 #2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양승원의 또 다른 예술 실천은 인위적인 연출과 연극적 모방에 있다. 그는 대상을 상상적으로 시각화하는데 이는 지시 대상이 이미지 안에 있는 물리적인 풍경이나 오브제가 아닌 '현상'이기 때문에 상상적으로 연극화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제작과정은 비현실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비현실과 현실의 소위 '이중교배(hybrid)' 사이에서 환영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으젠 앗제(Eugene Atget)의 '사람들이 사라진 파리 골목길 사진'은 다큐적인 실제성과 연극적인 환상이 맞물려 재현되면서 응시자(관람객)에게 또 다른 환상을 경험케 한다. 연극화된 공간(사람들이 없는 파리 번화가)은 상징적이라기보단 꿈이나 공상 같은 환상적 분위기 자체고, 무의미적인 동시에 자극적인 이미지가 된다. 양승원 역시 사실적인 재현을 넘어 응시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Klein's Bottle」이나 「곳간(Repository)」(2018)은 영화적인 미장센을 통한 몽환적인 자극을 유도하고 다양한 장면과 내러티브를 상상하게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간에 대한 응시자의 연상 작용은 대상에 대한 잠재적인 사건이나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환상적 분위기 안에서 응시자는 현실의 모델들을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바꾸고 대상에 대한 문화적인 코드나 상징적인 의도, 경험이나 기억을 넘어 희열이나 몽상, 욕구 같은 감각적인 기분이나 감정을 경험한다. 작가가 구현하고 있는 환상적 모방은 1대 1의 의미론적인 상징이 아닌 1대 다수의 불특정 대상을 지시하는 지표로서 어떤 본능적인 현시를 드러나게 한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진 이미지뿐만이 아닌 연극화된 설치 작업도 같이 선보인다. 모조(fake)라는 맥락과 맞물려 단순히 물질적인 짝퉁이 아닌 역사적인 실제성과 모조에서 경험했던 환영들을 맞물려 감각하게 한다. 전시 공간 안에서 연출된 이미지와 사물 간의 결합과 편집, 모조품과 모조 공간에 대한 제시는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 사물을 만드는 행위, 그리고 상상적 재조립으로부터 출현하는 존재론적 일탈들을 구현하고 있다. ■ 최형우

Vol.20181116d | 양승원展 / YANGSEUNGWON / 梁承元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