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의 비밀정원

'비해당 48영'의 현대적 상상화展   2018_1105 ▶︎ 2018_1220

강연 / 2018_1123_금요일_02:00pm_하동문화예술회관 소강당

서정남(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학박사) - 비해당48영 속 꽃식물

주최 / 하동군 주관 / 자하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 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 2222 Tel. +82.(0)55.880.2365

필자는 자하미술관으로부터 '비해당사십팔영시(匪懈堂四十八詠詩)'와 관련된 전시연출을 제안 받았다. '비해당(匪懈堂)'은 세종대왕(世宗大王)의 셋째 아들이었던 안평대군에게 지어준 당호(堂號)이다. 이를테면 안평대군이 성장해 궁에서 나가게 되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처의 이름으로 지어준 호칭이 '비해당'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필자는 '비해당48영'을 처음 들었다. 그래서 자하미술관 강종권 관장에게 '비해당48영'이 무엇인지 물었다. 강 관장의 답변이다. ● "비해당사십팔영시는 안평대군의 별장인 비해당 주변 경치를 주제로 지은 48영(詠)으로, 안평대군은 48수(首)의 시로 비해당을 지은 뒤에 집 안팎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 연못과 바위 등에서 48경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후 안평대군은 당대를 대표하는 지성들의 집단인 집현전 학자들을 초청하여 48경을 보여준 뒤 자신의 칠언시에 차운하게 한 것이 바로 '비해당48영'이라고 합니다." ● '안평대군' 하면 필자에게 떠오르는 것은 '몽유도원'이었다. 그런데 이전까지 몰랐던 안평대군의 '비해당48영'에 대해 들으니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김건일_A Pond of Memory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5
김건일_Landscape from Complex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14

자하미술관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비해당48영'에 관한 세미나도 개최했다. 전북대학교 유영봉 교수는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의 성립배경과 체제」에 관해서 발표했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서정남 박사는 「비해당48영 꽃식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유 교수는 '비해당48영'의 성립배경으로 '소상팔경도'와 '소상팔영'을 들었다. 말하자면 안평대군의 '비해당48영'은'소상팔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이다. 유 교수는 '비해당48영'에 관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비해당이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자, 안평대군은 당 안에서 48가지의 아름다운 경치를 추출·선택하여 먼저 그림으로 남겼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전연 없습니다. 아무튼 48편의 그림 제작을 마친 다음, 안평대군은 스스로 7언의 화제시를 먼저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당대를 대표하는 지성들의 집단인 집현전에서 최항·신숙주·성삼문·이개·김수온·이현로·서거정·이승윤·임원준 등 아홉 사람을 따로 초청하여 비해당 내부에 펼쳐진 48곳 승경을 구경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차례로 차운시를 요구하였던 것입니다."

김근중_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1-1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80cm_2011
김근중_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1-1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80cm_2011
김근중_Natural Being(꽃세상,原本自然圖)11-15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80cm_2011

필자는 '소상팔경도'와 '무이구곡도' 등 산하의 승경을 '4경'이나 '8경'으로 선정하여 그림을 그리고 시로 지었다는 것을 들어보았어도 '48경'을 선정하여 그림이나 시를 썼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최근 자하미술관 강관장으로부터 '비해당48영'을 듣기전까지 말이다. 따라서 '48영'은 한시문학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48영'이라는 새로운 한시를 만든 안평대군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 만약 필자가 유영봉 교수의 진술을 따른다면, 먼저 '비해당48경도'가 그려졌고 이후에 '비해당48영'이 지어진 셈이다. 물론 현재 '비해당48경도'는 남아있지 않아 그 진위를 가름할 수 없다. 더욱이 오늘날 화가들 중에 '비해당48영'을 읽고 '비해당48경도'를 그렸다는 아티스트들을 들어본 적도 없다. 따라서 필자는 '비해당 48영'에서 언급한 식물과 동물을 소재로 제작한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 전시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행이도 자하미술관 학예팀은 그동안 '비해당48경'과 문맥을 이룰 수 있는 방대한 자료(작품)들을 수집해 놓았다. 그런데 그 작품들이 대부분 회화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전시 연출이 평면적이 될 것 같다. 따라서 필자는 필자에게 주어진 미션인 연출에 주목하기 위해 우선 '비해당 48영'에 등장하는 풍경을 안평대군 시점에서 그려보고자 했다. ● 필자는 '비해당48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종로구청의 보도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종로구청에서 작년 2월 말 "인왕산 자락 수성동계곡 인근을 중심으로 '비해당 48영 시 형상화' 추진"을 밝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인왕산 자락 수성동계곡 인근을 중심으로 '비해당 48영 형상화 작업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 물론 그 정원 조성은 아직 되지 않았어도 정원 '조성안(밑그림)'은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강 관장에게 그 정원 '조성안(밑그림)'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 필자는 그 정원 조성안을 제공받아 자하미술관 전시연출에 참고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필자는 자하미술관 전시장을 안평대군이 거닐던 '비해당'을 연출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하미술관을 찾은 관객이 바로 안평대군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강관장은 종로구청에 '비해당 48영 시 형상화' 추진에 관한 '조성안(밑그림)' 자체가 없다고 답변했다.

필자는 다시 난공불락에 빠졌다. 고민 끝에 필자는 '비해당48영'과 소쇄원의 모습을 담은 '소쇄원도(瀟灑園圖)'를 참조했다. 왜냐하면 '소쇄원도' 상단 가장자리에 김인후(金麟厚)의 '소쇄원 48영'이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김인후는 안평대군과 성종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48영 시의 형식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은 '비해당 48영'의 형식을 따르지만 김인후만의 개성을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물론 필자의 관심은 '비해당48경도'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쇄원48경도'이다. 따라서 필자는 '소쇄원도'를 참조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필자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비해당48경'을 상상하면서 전시타이틀에 대해 고민했다. 왜냐하면 전시타이틀은 일단 불특정다수에게 쉽게 어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비해당 48영'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이틀보다 관객들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으로 전시타이틀을 정했다.

필자는 비운으로 죽은 안평대군도 한 때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평대군의 '비해당'에 담긴 뜻('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匪懈)이나 '비해당'과 '몽유도원'에 대한 문맥 등을 고려한다면, 안평대군의 정원은 비밀로 가득한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보았다. 물론 필자가 고증을 그대로 따르고자 하더라도 사실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고증도 불명료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은 고증을 참조하지만, 고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해당 48영'을 상상력을 통해 현대판으로 연출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전시타이틀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의 부제로 '비해당 48영의 현대적 상상화'로 정했다. ●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은 한 마디로 자하미술관에 그려낸 동화적인 이미지와 기억 탐구라고 할 수 있겠다. 문득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한 말이 떠오른다.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데 있다." ■ 류병학

「미술창작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주관하여 수도권에 집중된 전시콘텐츠를 지역으로 확산하고, 우수 전시가 지역 유휴 시공간에 순회 전시되도록 전시콘텐츠를 보급 지원합니다. 하동문화예술회관『안평대군의 비밀정원展』은 「미술창작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지원 받아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Vol.20181117e | 안평대군의 비밀정원 : '비해당 48영'의 현대적 상상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