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네모시네 Mnemosyne

김꽃님_송다은 2인展   2018_1119 ▶︎ 2018_1221 / 주말,공휴일 휴관

김꽃님_발견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기억의 흔적 ● 사진도 영상도 없던 오래전에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기억'에 주목하고 그 역할에 주목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이다. 므네모시네는 그리스인 만든 신화에서 세상을 다스린 최고의 신들의 자녀이자 후에 제우스와의 사이에 아홉 명의 뮤즈를 낳을 정도로 풍요로운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바로 그 뮤즈들이 예술에 영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문학부터 시각예술까지 종종 창의력의 근간처럼 언급되곤 한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의 맥락에서는 예술이 어떤 것을 마음속에 담는 기억에서 출발한 것이 틀림없다. ● 눈으로 본 것들은 그대로 마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눈은 시선을 통해 작용하고 시선은 주체의 상태, 생각, 성향을 반영한다. 더구나 보는 것이 시간과 공간에 구체적인 상황에서 벌어질 때 당시의 감정이 작용하며 주관적인 기억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러니 어떤 것을 보고 기억하다가 예술을 만든다는 것은 뮤즈의 영감을 받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그 기억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 바로 그때 기억의 반대편에 있는 망각이 작용한다. 망각은 기억의 수고를 지워준다. 주관적인 기억이 일어났던 사건과 본 것을 순화시키기도 하고 강렬한 몇 가지만을 부각한다면 망각은 편파적인 기억과 고통까지도 잊게 만들어 새로운 탄생을 가능케 한다. 그러니까 망각은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장치이자 능력이다. 필요 없거나 너무나 고통스러워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을 솎아내는 망각, 그리고 남기고 싶은 것들과 남기게 되는 것들을 담은 기억은 이미지를 만드는 예술가에게 늘 고민스러운 것들이다. ● 사물과 현상을 보고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 김꽃님과 송다은에게도 기억은 중요한 작용이다. 젊은 작가로 살아가는 복잡한 현실과 인간관계 속에서 걸러낸 것을 평면에 담아내고자 열심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러나 많은 것을 마주하는 현실에서 선택의 과정을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에 남은 것들에 주목한다. 물론 다소 누락된 것이 있더라도 그건 망각의 그늘로 이해하곤 한다.

김꽃님_초록밤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18
김꽃님_커튼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18

김꽃님은 인물의 얼굴과 신체에 주목한다. 매일 누군가를 만나는 삶이기에 사람을 보고 생각하고 헤어진 후 남는 인상과 기억의 편린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기억의 편린은 상상의 인물로 모아진다.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기는 하나 젊은 여성으로 축약된 기억은 그 여성의 신체의 일부를 부각하며 나타난다. 유화이면서도 마치 수채화처럼 깔끔하게 그린 그림들은 투명하면서도 평면적이다. 등장 인물은 평면적인 인물묘사로 인해 마치 순정 만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는데, 작가가 젊은 여성이어서인지 작가의 자화상으로 보일 정도로 담백하게 다가온다. 밤과 낮의 순간 속에서 감각을 일깨우는 순수의 표상처럼 묘사된 인물의 자세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작가의 감정과 심리가 드러난다.

송다은_starry blue_캔버스에 유채_97×97cm_2018
송다은_나서볼까_캔버스에 유채_24.2×33.4cm_2018
송다은_무제_캔버스에 유채_112×112cm_2018

송다은은 인물보다 풍경과 사물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자신이 본 장면을 기억으로 담고 시간이 흐르면서 오래 남는 기억에 주목한다. 망각이 불필요한 것들을 지우도록 일부러 시간을 두고 기다린 후 결국 자신의 감정에 호소한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것들만 남는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인다. 밤의 흐릿한 풍경, 눈 속에 파묻힌 눈사람, 불이 켜진 창문, 벌거벗은 나무 등이 마치 기억에서 끌어낸 듯 흐릿하게 포착된다. 이미지들도 가까이서 세밀하게 본 것과 멀리서 조용히 조망한 것들까지 다양하다. 작품의 제목들 역시 시적일 정도로 간결할 뿐 아니라 각각의 작품은 크고 작은 캔버스에 담겨서 작가의 시선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캔버스의 크기는 기억을 담아내는 중요한 장치이자 작가에게 예민한 선택일 것이다. ● 두 작가의 기억은 아직 숙성을 기다리는 므네모시네의 기억이다. 그러나 언젠가 뮤즈의 예술이 오래된 신화 속에서 나온 것처럼 두 작가의 회화도 기억을 먹으며 서서히 무르익어 갈 것이다. ■ 양은희

Vol.20181119b | 므네모시네 Mnemosyne-김꽃님_송다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