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절

백지혜展 / BAEKJEEHYE / 白智惠 / painting   2018_1121 ▶︎ 2018_1126

백지혜_분홍시절_비단에 채_195×90cm_2018_부분

백지혜 홈페이지_www.baekjeehye.com 백지혜 블로그_blog.naver.com/sil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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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0)2.733.1045 www.grimson.co.kr

백지혜는 전통 비단채색 기법으로 소녀와 꽃을 꾸준히 그려온 한국화가이다. 이번 개인전인 「어떤 시절」도 소녀들과 작약 6점이 동시에 공개된다. 널리 알려졌듯이 '소녀(少女)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 여자, 즉  7⋅8세부터 15⋅16세에 이르는 연령대의 아이들을 부르는 단어이다. 소년(少年)의 성별 대립어이지만, 소년이란 단어가 조선시대부터 유통되었던 것과 달리, 소녀는 1920년대 이전까지 활발하게 쓰이지 않았다. 소녀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미처 사회화되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어, '미완이면서도 무엇이든 가능한 존재', '맑고 깨끗한 존재'를 상징한다. 

백지혜_분홍시절_비단에 채색_195×90cm×3_2018

통상 한 여인의 일생에서 소녀 시절은 봄날에 비유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기와 더불어 언 땅을 녹이듯 솟아나는 파릇파릇한 잎사귀와, 그 사이에서 울긋불긋 피어나는 화사한 꽃망울이 소망과 꿈을 간직한 소녀의 이미지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봄을 생각하면 언제나 부모님 댁 마당에 핀 작약꽃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하여 작약꽃밭에 서있는 소녀를 표현하면서 따스한 봄날의 '어떤 시절'을 표출하려 했다.   

백지혜_분홍시절_비단에 채색_가변설치_2018

작가가 「분홍시절」에서 탄생시킨 일곱 명의 소녀들은 분홍옷을 입고 있다. 분홍은 화려하고 어여쁜 색상이다. 원색이 아닌 중간색이기 때문에 은은함과 아련함도 선사한다. 그런 탓일까. 여자 아이들은 보통 네, 다섯 살이 되면 분홍색과 깊은 사랑에 빠진다. 빨강과 하양을 섞어야 생성되는 분홍은 봄을 상징하는 소녀와 무척 닮아 있다. 또한 「엄마놀이」는 「분홍시절」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이다. 소녀들이 엄마의 장신구나 화장 도구들을 꺼내놓고 치장을 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재현한 그림인 셈이다.   

백지혜_어떤시절_비단에 채색_88×68cm_2018_부분

작가는 소녀와 작약꽃을 전통 비단채색 기법으로 완성했다. 결이 고운 비단에 아교포수를 한 뒤 비단 뒷면에 석채를 포함한 여러 안료들로 바탕색을 칠하고 앞면에서 부분 묘사를 하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그만큼 그의 비단 그림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이번 전시에는 비단 그림뿐만 아니라 밑그림에 해당하는 '유지초본'도 선보인다. 「유지초본」 시리즈는 4세부터 15, 16세에 해당하는 소녀들의 얼굴을 유지에 그린 밑그림이다. 소녀들의 성장 과정이 담긴 또 다른 기록물인 셈이다.  

백지혜_손 안에 머무르다_비단에 채색_63.5×50.5cm_2018

사회 안에서는 소녀가 아기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로 여겨질지 몰라도,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그렇지 않다. 분홍옷을 입고 자신만의 꿈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는 당당하면서도 완전한 주체이다. 이것이 백지혜가 창출한 「어떤 시절」의 함의가 아닐까 한다.   ■ 송희경

Vol.20181121i | 백지혜展 / BAEKJEEHYE / 白智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