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유영 色彩游泳

민지원展 / MINJEEWON / 閔智湲 / painting   2018_1116 ▶︎ 2018_1125 / 월요일 휴관

민지원_consolation_장지에 채색_80.3×10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광역시_(재)인천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플레이스막 인천 PlaceMAK INCHEON 인천시 중구 개항로 75-1 Tel. +82.(0)17.219.8185 www.placemak.com

기(氣)의 흐름을 감지(感知)하는 또 다른 풍경 ● 예술을 정의 하거나 규정하기는 실로 어렵다. 특히 동시대 미술을 규정하는 일은 더욱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예술은 규정할 수 없는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예술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감성과 사유, 당시 사회· 문화 현상의 흐름과 더불어 유기적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대 미술의 특징과 경향은 결국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작품에 반영된 그 의미론의 유추로부터 귀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선과 그에 따른 작품 경향은 동시대 문화의 원천이고 근원이다. 최근 젊은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민지원 작가의 작품은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오묘하고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더불어 작가의 작품에 내재된 작품의 전개과정은 더욱 흥미롭다.

민지원_consolation_장지에 채색_72.7×90.9cm_2012
민지원_수중유영도_장지에 채색_91×240cm_2017
민지원_유영하는 풍경_장지에 채색_50×50cm_2018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진실 ● 예술 작품을 하나의 사건으로 가정한다면, 사건에는 작가의 다양한 방식과 과정이 개입이 된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과 과정에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사유와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제작 방식이 동시적으로 발생된다. 여기서 사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과는 사뭇 다른 사유의 방식이다. 작가 사유의 방식은 작가가 일상생활 혹은 마주하는 하는 대상 속에 깊이 파고 들어갔을 때 야기된다. 생활 혹은 대상을 분석하거나 추리해 내는 방식이 아닌, 생활을 완전한 화면이나 구체적이고 생동하는 형상으로 인식하게 됨을 말한다. 민지원 작가는 이러한 심미적 태도와 유관하게 작품을 진행하고 있었다. ● "무언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빠져드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어제까지 흔하게 보아오던 풍경이 갑자기 낯설어질 때가 있고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이나 길을 걸으며 내려다본 길가의 풀 한포기는 가끔씩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 날 본인이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물감이 물속에서 퍼져나가는 모습은 고요한 줄 알았던 물속에서 서서히 꿈틀대며 무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생명력을 가진 유기체적 몸짓으로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었다." (작가노트 중 일부) ● 이러한 심미적인 태도는 동아시아 고전 회화에 대한 탐구와 철학적 이해가 작가의 사유 저변에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작업노트 속에는 이러한 사유와 인식이 반영 되어 있었다. 민지원 작가의 작품은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진실성에서 출발하여 '물'의 본질적인 특성과 현상을 파악한 후 자신의 화면에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다. '온연한 자기'로부터 출발하여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진실과 진정성은 동서고금, 이데올로기의 프레임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예술의 원천이다.

민지원_물 드로잉(water drawing)_초박순지에 붓펜 드로잉_각 47.5×33cm_2018
민지원_물 드로잉(water drawing)_초박순지에 붓펜 드로잉_47.5×33cm_2018
민지원_물 드로잉(water drawing)_한지에 채색_65×81cm_2017

동· 서 미론을 파고드는 사유 ● 민지원 작가는 물속에 퍼지는 물의 속성을 가시적인 측면 넘어 기의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물의 현상의 나열이 아니 현상 너머의 사유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점의 출발은 온연한 자기, 즉 다시 말해 자신의 의지와 이지(理智)에 앞서 생겨나는 몸과 마음의 상태이다. 민지원 작가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예리하고 섬세한 시각으로 경험하고 몸과 마음으로 투사한다. 때로는 이렇게 투사된 화면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작가노트 및 작가와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민지원 작가는 물(대상)을 응시하고 관조하는 미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행위, 결과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성찰하는 방식은 동아시아 문인화가들의 미론(美論)에 내포된 사유에 대한 탐구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마치 작가가 실험적으로 시도한 영상작품에서 불 수 있듯이 물속에 물감이 번져 녹아 흐르듯 말이다. ● 민지원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청나라 때 화가이자 문학가였던 정판교(鄭板橋)의 이야기를 빌려오자면, 정판교는 화가의 창작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 강가 근처의 집에서 맑은 가을날 새벽에 일어나 대나무를 바라보았다. 안개에 젖은 이슬은 빛과 햇살을 머금은 기운들이다. 모두 성글고 조밀한 대나무 잎 사이에 서려 있었다. 가슴에서 뭔가 그리고 싶은 의지(意)가 생겼다. 사실 가슴에서 뭔가 그리고 싶은 의지가 생겨 그리고 싶은 대나무의 모습은 결코 눈에 보이던 그 대나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먹을 갈아 종이를 펼쳐 붓을 대니, 모습들이 또 변하여 종이에 나타난 대나무는 또한 조금 전에 그리고 싶던 그 가슴속의 대나무가 아니었다. 요약하면 의도·의미가 그리기 전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규칙일 뿐, 규칙 규범 너머에 있는 것을 취(趣)라 하니 취는 규칙 밖에 있다. 취재법외 (趣在法外) 이것이 바로 그림 됨의 기틀이 된다. 어찌 그림만 그렇다고 하겠는가? (江館淸秋 晨起看竹 煙光日影露氣, 皆浮動于 疎枝密葉之間, 胸中勃勃 遂有畵意. 其實 胸中有竹 幷不是 眼中之竹也. 因而磨墨展紙 落筆倏作變相, 手中之竹 又 不是胸中之竹. 總之 意在筆先者 定則也 趣在法外者 化機也. 獨畵云乎哉) 「鄭板橋全集」 ● 동아시아 회화 및 서구 현대미술에서는 화가의 의도나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위의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정판교는 화가의 작품진행에서 중요한 과정과 순간을 언급하고 있다. 작품의 의도라는 것도 일종의 법·규칙일 뿐 이며, 그보다 더 앞서 있는 것을 그는 취(趣)라고 하였다. 취는 개성 있는 작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틀이 됨을 의미한다. ● 의도나 개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진실과 진정성이 결부된 열의와 의욕(취) 그리고 지적인 사유와 탐구는 민지원 작가만의 개성 있는 작품의 토대가 된다. 생활 속에서 파고든 진실, 즉 다시 말해 민지원 작가의 작품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미적담론과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 파고드는 사유로 전개된다. 설문해자(說文解字), 탈레스(Thalēs), 동양고전인 관자(管⼦), 노엘캐롤(Noel Carroll)에 이르기까지 동서 미론과 철학에 대한 사유로 파고든다. 이러한 사유의 과정은 동과 서에 대한 적절한 절충주의적 방식을 시도하거나 작가 작업의 논리를 합리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지혜에 대한 탐구, 즉 다시 말해 생활 속에서 파고든 자신의 진실을 지혜롭게 형상화 하고자 하는 열정이며, 자신만의 지향점을 개척해 나아가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작가의 작품제작 과정 속에 지혜로 작동되며 개성적인 작품으로 표현된다. 물의 속성으로 투사된 민지원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가녀리고 미세한 선의 움직임과 색체로 표현되었다. 생활에 대한 작가의 절실함과 깊이 있는 사유와 느낌으로 조합된다.

민지원_유영하는 풍경 드로잉_순지에 혼합재료_47.5×37.5cm_2018
민지원_유영하는 풍경 드로잉_아크릴에 채색_가변설치_2018
민지원_색채유영展_플레이스막 인천_2018

동시대성을 담기위한 실험과 실천 ● 민지원 작가는 작품형식에 있어서 동아시아 전통적인 매체와 더불어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시도한다. 전통적인 매체인 한지와 수묵은 오랜 시간 수련이 요구되는 민감하고 예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작가가 다른 매체를 다루는 감각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이러한 감각은 동시대 미술의 미적담론과 현상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구현하고 모색하는데 작동된다. 작가가 전공한 동양화와 동양정신의 가치를 답습하고 그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성의 담론을 조우하고 동시대의 가치를 담아내려하는 실험과 실천을 시도한다. 동시대 미술의 경향은 쟝르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상호 지향적이며 과학기술과의 융합, 문화적 혼종 등 실로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되어 있다. 민지원 작가는 고전적인 방식의 작가적 활동을 고집하지 않는다. 드넓은 세상과 조우하고 경험할 만발의 준비가 되어있다.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진실에서 출발하여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섭하고 관계를 맺으며 확장해 나아가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예술은 규정 이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양상과 함께 진행되는 예술가들의 실천이며 흐름이다. 이러한 실천에는 작가주변 사람들의 많은 애정과 관심이 요구된다. 작가의 길은, 비유하자면 산을 오르는 일과 같다. 하나의 산을 넘고 나면 또 다른 산이 등장한다. 처음 오르는 산은 길이 있다. 그 길은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이다. 그 길의 발자취를 잘 밟아 산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면 또 다른 산이 등장한다. 앞전의 산은 남들이 닦아 놓은 길이 있기 때문에 착실하게 그 길을 밟아 오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또다시 등장한 산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거의 없는 길이다. 다소 힘들고 무겁게 느껴진다. 또다시 등장한 다음 산은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개척의 길이다. 필자의 졸렬한 이 글이 작가가 다음 산을 넘기 위한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 ■ 장진

Vol.20181122i | 민지원展 / MINJEEWON / 閔智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