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의 무게

고현정_김겨울_김민수_김아름_안혜상_이준용_이지연_정지윤展   2018_1123 ▶︎ 2018_1205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8_1123_금요일_06:00pm

후원 / 프린트아트리서치센터 기획 / 고현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구피 GALLERY 9P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1길 28 2층 Tel. +82.(0)2.541.5991 www.facebook.com/goopy9p

흙탕물 속의 모래 알갱이들은 침전하지 않고 물속을 천천히 유영합니다. 정착지를 향해 부유하는 듯 보이지만 끝내 움직임을 멈추지 못하는 알갱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상상 할 수 없었던 어떤 장소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작업실을 오가며 만난 젊은 동료 작가들의 드로잉들도 이러한 모래 알갱이들과 같습니다. 드로잉들을 따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함께 유영해보기를 바랍니다. ■ 고현정

안혜상_언니_종이에 목탄_29.8×21cm_2018

내 작업 안에서는 어떤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들 중에는 인물들이 미묘하거나 극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연출하는 장면도 있고, 오랜 기억 저편에서 끌고 온 곱씹고 곱씹었던 풍경도 있으며, 망막을 스치고 지나간 이유 없는 풍경도 있다. 어떤 풍경은 나의 떠있는 눈을 의존하여 그린 것이고 어떤 것은 나의 감긴 눈을 의존하여 그린 풍경이다. 허구나 실재, 기억의 영역이 뒤섞이며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림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풍경이다. 풍경들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 안혜상

이준용_가만히 좀 있어 Just stay still_종이에 흑연_42×29.7cm_2018
이준용_포스트 미대생들_종이에 흑연_29.7×42cm_2018

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슬픔이 부여되지 않는 걸까,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은 왜 항상 가난할 걸까. 어째서 좆같은 일들은 곳곳에 산재하는가. 여기 있는 글과 그림들은 이러한 질문들을 지속해서 되감아 놓던 특정한 감각 속에서 제작되었다. 당신이 어디선가 목격했을 법한 미미한 일상과 불행의 낙차에 관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 여기 저기 방치해두었던 오래 된 그림들에 저마다 제목을 붙여 보았다. 그림 뒤로 억장이 무너진 풍경들, 속지 않을 거짓말, 형편없던 연애, 가난하고 예쁜 사물들을 생각했다. 아무도 바다에 살진 않지만, 누구도 바다를 폐허라 부르지 않듯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곳에 이름을 주면, 그곳에 이름이 머물 자리가 생겼다. 오는 길을 찾는 너의 눈과 한때 내 눈이 걸었던 발자국이 겹친다면, 가려진 풍경의 얼굴들이 내장처럼 쏟아질지도 모른다. 내가 보았던 것들은 늘 그림의 바깥에 있다. ■ 이준용

이지연_Gathering1-1_황마에 유채, 흑연_90×90cm_2018

별,산과 보름달,만세,점,바다,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점을 찍는다. 하나로 부족해서 여러 개 찍는다. 시끄럽고 우렁차고 기똥찬 기운이다.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서 하는게 아니라고 궁시렁 되다가도 중요하고 막중한 임무를 맡은 양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털이 모여진 틈새로 빗겨 나가는 즙이 있다. 즙을 주욱 짜서 산을 만들었다.즙을 담은 달을 띄우고 즙이 응고된 결을 남겼다. 지하철을 타면 안개 낀 서울이 있다.안개와 먼지가 뒤섞인 하얀색이다. 찰칵하면 흰색인데 그냥 두면 시스루다. 흰색,화이트,여백,약간,거의,조금,가까스로, 이들은 모두 빈 것이면서 채워진 공간이다.정지하지 않고 진동하고, 소멸하지 않고 서서히 스며드는 즙의 공동체가 나아가는 모양새.달팽이의 점액질. 가을비가 쏟아지고 맑개 갠 하늘을 본다. 막이 없는 하늘은 시스루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다.눈과 털과 즙의 공동체. ■ 이지연

김민수_분수_종이에 아크릴채색, 볼펜_21×29.7cm_2018
김민수_아템포2(a tempo2)_종이에 흑연, 수채_21×29.7_2018

'기억의 모양' 나는 눈으로 본 일상적 풍경을 그리는 작업과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한 추상적 모양들을 찾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다. 아주 가벼운, 금방 잊어버리는 작은 경험들은 머릿속에 쌓여서 단순한 모양이나 단어들을 남긴다. 내가 경험했던 풍경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궁금했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그림으로 옮기는 것이 진짜 '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보지 않고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대상을 찾아가는 것에 가까울 것 같다. 모양을 찾아 나서는 과정은 마치 무수히 많은 조각이 떠다니는 물속을 헤엄치는 것 같다. 나는 하나의 이미지를 드로잉과 붓질 그리고 작은 입체로 조금씩 변형해 나가면서 잡히지 않는 실체를 잡아 보려 한다. ■ 김민수

김겨울_Off_판넬에 혼합재료_27.3×22cm_2018 김겨울_On_판넬에 혼합재료_27.3×22cm_2018

머릿속에 떠오르고 빠르게 사라지는 가상의 공간들을 납작한 종이 위에 끄집어 낸다. 이들은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물건, 걸어 다니면서 구겨졌다 펴지는 옷의 주름, 공기를 휘젓고 지나가는 것들의 모습 등에서 인상에 남은 색과 형태들이 뭉쳐지거나 겹쳐지면서 하나의 공간이 된다. 사각의 종이 안에는 큰 공간이 압축되기도 하고 부분만 캡쳐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드로잉들은 벽에 걸리기 위해 두께를 가지는 지지체의 도움을 받는다. 동시에 지지체가 갖는 두께, 나무, 종이 그리고 패브릭의 텍스처의 겹침 들은 공간이 계속해서 겹쳐져 쌓이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김겨울

정지윤_퍼레이드_종이에 잉크, 흑연_54×85cm_2018
정지윤_달이 머문 자리_종이에 잉크, 흑연_45×91cm_2018

자연이 가진 다양한 이미지를 환영과 더불어 포착하고자 한다. 나의 작품이 나만의 자연이자 안식처란 의미에 머무르기 보다는 더 나아가 자연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원한다.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숲이란 공간은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안식처, 즉 그들의 마음속에 그들만의 자연이 잠시나마 머물길 원한다. 나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처 관심조차 줄 수 없었던 숨겨진 모습들에서 새로운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발견하는 계기로 작용하여 일상화된 삶 속에서 어쩌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지윤

김아름_물 위의 춤추는 그림_영상_00:03:00_2018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림의 이미지나 재료가 작업을 거듭할수록 다양한 방면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요즘에는 화면에 주목하며 애니메이션 공간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물 위의 춤추는 그림' 은 강 위에서 빛을 반사하며 일렁이는 자연물과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 작업이다. 이 화면 속의 그림은 2016년에 종이에 수채화로 그린 '촛불'이라는 드로잉 작업이다. 나의 작업에 주축이 되는 이미지들은 드로잉 작업이며, 드로잉은 내가 기억하는 주변의 사물과 이야기에 상상을 부여하여 수채화부터 디지털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오고 있다. 최근에 작업한 '물 위의 춤추는 그림'은 수채화 그림과 애니메이션의 디지털 공간 사이에 놓인 유연한 그림적 관계로써 2d와 3d가 합쳐진, 그림과 디지털의 자연스러운 조합에 주목했다. ■ 김아름

고현정_개산책1_목재판넬에 컷팅, 아크릴채색_16×24×2cm_2018
고현정_누워서 눈물 흘리기_목재판넬에 컷팅, 아크릴채색_14.9×18.6×2cm_2018

평소에 끄적거려온 드로잉북이 내 삶을 이루는 덩어리라면 이것들은 그 중에 떨어져 나온 나의 어느 부분들이다. 내가 본 사소한 일상의 단면이자, 노트의 장에 속해 있던 드로잉들. 이번 전시에서 이것들이 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한다. 그날의 풍경과 조우하고, 마주친 사물들에게 붙어 친구가 되었다가 어느 날에 당신의 마음에도 내가 본 것들이 조용히 앉았으면 한다. ■ 고현정

Vol.20181124j | Drawing의 무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