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DOT 36"

김정은展 / KIMJUNGEUN / 金정은 / installation.sculpture   2018_1123 ▶︎ 2018_1206 / 월요일 휴관

김정은_BLUE DOT 36"_아크릴원형판, 우레탄 도색, 모터, 센서, 타이머, 스틸, 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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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온그라운드2 Onground 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3 (창성동 122-12번지) 2층 Tel. +82.(0)2.720.8260 www.on-ground.com

한 사람의 경험이 예술로 와 닿기까지 ● 종이로 된 지도책을 본 지 꽤 오래 되었지만 최근에 우리는 더 자주, 쉽게 손 안에서 '맵'이라는 이름이 붙은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낯선 목적지를 가기 위한 최단거리, 최단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굉장한 편리를 경험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지도를 아무리 봐도 시간이나 거리의 측정치를 통해 내가 얼마나 움직이게 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작가 김정은은 지도의 이런 점에 체감을 레이어링 한다. 작가는 지도를 기반으로 자신의 물리적 이동을 기록, 인식, 드로잉, 추출, 조형화, 키네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화해 왔으며 이 모든 방식을 적용한 전시에는 '공간', '기억', '장소', '이동' 등이 주된 키워드였다. 그리고 여러 번 전시의 타이틀에 쓰였고,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어는 '매핑(mapping)'이다. 매핑이란, 기본적으로 지도를 만드는 것을 뜻하지만, 그래픽 데이터의 측면에서 대상의 표면에 질감을 얹거나 그림을 적용하는 것, 그리고 어느 집합에서 다른 집합으로 값을 대응시키는 함수를 가리키기도 한다. 매핑의 이러한 의미범주는 작가의 작품형식과 일종의 유사성을 갖는다. 다만 그 내용이 개인적인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과 데이터의 추출 역시 작가의 몸이 단위의 기준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그 점을 반영해 전시 타이틀에 셀프 매핑(self-mapping)을 명기하였다. 자신의 보폭을 기록의 기본단위로 설정하고 걸음의 수를 기록하는 것, 본인이 선택한 길의 건물을 작은 입체로 표현하는 것, 특정 부분의 색을 추출하여 기록하는 것 모두가 사실을 기반으로 자신을 기준 삼는다. 그래서 매일 같은 거리를 걷지만 소요된 시간과 잠시 머문 장소, 몇 보를 걸었는지에 오차가 존재한다. 이 오차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가장 사실적인 결과일 것이다. ● 작가는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현상학 중 '생활세계'의 개념을 통해 작업특성을 서술한 바 있다. 학문적으로 성립된 세계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세계를 뜻하는 것으로, 대상 자체가 아니라 의식의 지향성에 따라 구성된 세계를 뜻하는 이 용어는 '의식'이라는 것 자체가 대상을 전제한다는 점, 자신이 존재할 때 그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직접 관계하여 의식을 작용하는 대상을 체험하여 알아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식이 닿는 대상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세계를 인식하도록 격려하는데, 다음의 작가노트 일부를 보면 현상학적인 차원에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지도'는 사회 시스템의 축소판이며, 세계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이러한 지도를 통해서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나타나는 소통의 간극을 완화하고자 한다. 직접 다니며 기록한 지도는 개인의 기억과 몸으로 체감한 도시와 지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객관적 지표에 더해진 지리적 상상력은 동시대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과 시간을 객관적 지표의 지도로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와 세계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만든다. ● 작품 전반은 위와 같은 시선이 중심맥락을 이루고 있고, 개별 작품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관성이 작품의 형식을 일관되게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도와 자신의 생각, 움직임, 기록을 드러낸다. 오래되어 지리적 실용성을 상실한 지도로부터 목적지가 되었을 부분을 모두 소거하고 길만 남겨 중첩한 「당신의 행선지는 어디입니까?」시리즈의 작품들은 어느 곳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지만 지도를 통해 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우리의 행위를 생각하게 한다. 목적지가 동일해도 길이 달라지거나 교통체계에 따라 지나지 못하는 길이 되면 우리의 의식은 재편집된다. 작품 「building growing」이나 「모종블록」은 그린벨트 경계지역에 살았던 작가의 경험으로 자연에서 도시화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작가의 경험이 작품에 적용되었다. 때로 우리는 도시의 편리함과 집적된 기능들을 즐기면서도 자연의 소실을 걱정하는 모순을 겪는다. 특히 재개발지역을 지속적으로 보고있을 때면 자연의 끈질김과 도시화의 폭력성을 명백히 느끼게 되는데, 작가는 주거와 상가를 위해 지역이 모든 흐름을 바꾸는 급격한 과정이 전후의 지도를 통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나는 점을 반영하여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 의식에 닿게 한다. 모눈종이와 핸드커팅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은 점점 지도와 지도책 자체가 가진 형태에서 '드러나던' 조형미에서 작가가 '드러내는' 조형미로 진화했다. 조명을 가미하여 기존의 의미에 형태의 아름다움이 더해졌는데, 감상의 측면에서는 시각적 즐거움 너머의 의미가 밀도를 더하여 와 닿는다. 더 많은 건물 더 좁은 길이 중첩될수록 빛이 밝다. 야간의 도심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은 도심이 나타내는 특징을 한 눈에 보여준다. 전시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들은 오브제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아마도 이 시기를 즈음해서 작품-설치-전시공간-작가의 유기적 관계가 발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5년 성북동의 오래된 집에서 진행했던 전시는 기간 중 작가가 지속적으로 전시장을 업데이트했는데, 작품의 설치는 작가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전시장을 걸어 오는 작가가 몇 걸음을 걸어 왔는지, 오는 길에는 어떠한 오브제를 발견했는지 알 수 있었고, 길에서 추출한 컬러는 타일의 형식으로 전시장을 채워나갔다. 이후 작가의 기록은 추출되어 새로운 형식을 구성했다. 동선은 도형이 되고, 입체가 되어갔고 색은 연속되어 종이에도 영상으로도 출력되었다. 2018년 개인전 "블루 닷 BLUE DOT"은 이러한 변화의 총체를 보여주었다. 아카이빙의 성격을 바탕에 두고 영상, 입체, 키네틱이 공간과 훌륭하게 어우러져 맥락의 일관성에 더하여 조형미가 심화되었다. 3년간의 이동기록이 다달이 하나의 입체물이 되었고, 위성의 힘으로 추적된 이동의 기록은 푸른 원으로 각각 다른 강세와 크기로 드러났다. 이번 전시 『BLUE DOT 36"』는 작가가 경험하고 그것을 토대로 변화시킨 공간을 연출한다. 마치 지도를 보면서 파악한 도시의 정보가 작가를 통해 내적 변화를 겪은 듯 새로운 조형적 공간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지난 전시에 사운드가 가미되고, 키네틱의 요소는 더 큰 역할을 한다. 작품의 내용에 움직임을 가미해 시간성을 부여하고 속도와 크기의 차이는 일견 혼돈을 드러내는 듯 하지만 그 안에서 규칙을 읽을 수 있다. 이는 달리 보면 각자 다양한 방식과 층위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제도와 범주라는 규칙을 바탕으로 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결국 지도라는 지리적 정보 위에 의식과 상상을 더해 예술로서 우리의 삶에 닿는다는 맥락이 이 전시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 작가의 '생활세계'는 지도가 드러내는 현상들 그리고 작가의 삶의 반경 안에서 목격하는 현상들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변화하며 표현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후설의 현상학은 이후 실존주의에 영향을 주었는데, "진리는 객관적〮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주체적인 것"이라 했던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인 키에르 케고르(S. Kierkegaard, 1813~1855)의 말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언급을 통해 단지 개인적인 경험과 기록을 내어놓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체적인 접근을 통해 하나의 현상이 사회와 세계에 예술을 매개로 이어지고 다시 개개인에게 가 닿는다는 어느 한 가닥의 진리를 깨닫는다. 이제 하나의 경험과 의식은 스쳐 지나는 단편적인 순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상이며 세상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 『BLUE DOT 36"』가 개별이 보편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임경민

Vol.20181125e | 김정은展 / KIMJUNGEUN / 金정은 / installation.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