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의 기호들 Signs under skin

지희킴展 / JIHEE KIM / 金芝嬉 / drawing.installation   2018_1122 ▶︎ 2018_1221 / 월,공휴일 휴관

지희킴_겹의 기호들展_아웃사이트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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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킴 홈페이지_jiheekim.co

초대일시 / 2018_1122_목요일_06:00pm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아웃사이트 out_sight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가길 12 1층 (혜화동 71-17번지) 1층 www.out-sight.net

그녀는 기억에 관한 미묘한 유희를 지속해왔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매 순간 빈번히 일어나는 사적인 놀이'라고 표현한다. 작가의 기술에 의하면 그 시작은 비의도적 서사의 오용으로부터 비롯되어졌다. 유학 시절 그녀의 외국어에 대한 생경함은 때때로 책 위의 글자들을 낯선 형태의(맥락의) 기표들로 바꾸어 놓았고 작가는 그것으로부터 충동된 우연한 기억을 글자 위로 그려내었다. 문자 기호의 규율 적 서사 위에 불시착한 이 우연한 기억들은 그들의 서사에 눈길을 주지 않으므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이 의미의 사슬들은 출몰한 낯선 존재들에게 고리를 걸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리고 작가는 「달아나 버린 밤 (2017)」,「겹의 기호들(2018)」 연작을 통해 책이라는 정합의 서사에서 현실이라는 또 다른 정합의 서사로 그 오용의 작동 범위를 넓혀가며 계속해서 낯선 것들을 끌어내고 기록한다.

지희킴_겹의 기호들展_아웃사이트
지희킴_겹의 기호들展_아웃사이트

작가는 일상에서도 작업에서도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한데 이 낯선 것들은 몸이다. 몸들의 조용한 축제. 잘린 손, 잘린 발, 목 잘린 얼굴들, 사람, 개 , 생선, 체액. 체액은 어디에나 흐른다. 그녀의 글에서도, 말에서도 몸에 관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기억이라는 이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이 기억들은 분명 몸을 향하고 있다. 분절된 몸들. 비어있는 몸들. 자르고 붙일 수 있는 몸들. 자해하는 몸들. 아무렇지 않은 척 거기 있는 텅 빈 몸들, 사람들. 무표정한 사람들. 그 잘린 속을 겉을 스며들고 흘러내리는 색을 가진 것들 (비어있지 않은 것들), 체액. 피, 색깔, 모유, 알 수 없는 으깨어진 즙, 눈물, 이유 없이 흐르는 것들. 그녀가 비워둔 빈칸에 들어있는 것들.

지희킴_겹의 기호들 2_종이에 과슈, 잉크_131×232cm_2018

그 몸들이 그녀의 기억인지 상상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이성은 그 기억을 검증해보고 싶겠지만 윤색된 기억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상상의 경계는 극히 모호하여 충동된 이미지들이 기억 혹은 찰나의 상상이었는가를 구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극한의 상상조차도 기억 없는 백지 위에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그 이미지들은 결국 깊숙이 침전된 그녀의 시간으로부터 도주해 왔다. 때로 우리는 예고 없는 기억의 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들이 그저 도착했다는 사실 외에는. 작가에게도 그것은 다르지 않다. 다만 그녀는 자기 것이 아닌 그 충동을 하염없이 허락할 뿐이며 중요한 것은 여느 이들과 다르게 그녀가 그 기억의 충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희킴_겹의 기호들 3_종이에 과슈, 잉크_131×386.4cm_2018

이제 기억의 동굴을 걸어 나온 몸들은 현실의 정합을 벗어나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간다. 무대의 소주제는 이러하다. 악몽 - 기억의 조각들이 매번 맞추어 내고야 마는 흐릿한 윤곽. 그리고 비극 - 사소하고 세심하며 고요한 통제 속에서만 가능한 것들. 그들의 지시는 이러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무덤덤할 것. 소리 내지 말것. 작은 소리로만 노래할 것. 그것들 위로 에로스 - 텅 빈 몸이기에 타고 흐르는 따듯한 것들. 마지막으로 대주제 - 주인공. 그녀가 비극이라는 공깃돌을 굴리고 낚아채는 유희. 그녀가 눈을 감고 상상해보는 놀이. 체액 위로 흘러내리는 유쾌한 색깔들. 그녀가 만든 유희의 법칙에 맞게 정교하고 강박적으로 배치된 몸들. 어느새 화면을 가득 채운 겹의 기호들.

지희킴_겹의 기호들 7_종이에 과슈, 잉크_185×131cm_2018

기억은 누구에게나 삶을 지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제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루의 할 일을 기억해내어야 하는 일은, 그렇게 시간을 당연하게 영위하던 어제의 나를 다시 기억해내어야 하는 행위는, 끊임없이 닥쳐오는 오늘을 텅 빈 공백으로 살아갈 수 없기에 반복되는 어떤 의식이다. 기억은 늘 허구적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기억은 그저 닥쳐오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의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 망각이다. 매일 아침 기억나지 않는 영역으로부터 회귀하는 우리는 어쩌면 믿을 수 없고 사그라져가는 기억의 단순한 반복체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매번 그녀를 점령하는 저 우연한 몸의 기억들도, 그 사이로 가늘게 퍼져있는 비극의 기억들도 그저 이처럼 반복되는 어떤 일이 아니었을까? 여전히 삶은 계속되기에 기억 없는 기억이 반복하고 있는 그런 일. ■ 김상진

지희킴_우울과 재치가 교차하는 지점_80점의 드로잉이 담긴 35mm 슬라이드 필름, 원목 라이트 박스, 돋보기_14×210×15cm_2018

She has been playing a subtle game with her memories. The artist calls this process 'a private game that is triggered every moment'. According to her statement, it started from a series of unintended misuse of narratives. Due to her unfamiliarity with the foreign language during her study in the UK, words on pages of books often shifted into signs of alien shapes and contexts, which in turn provoked random memories that were then captured by Kim to be drawn over the letters. These random memories, crash landing over the orderly narratives of the literary signs, do not pay attention to the narrative of the book; so the chain of meanings that were meant to explain everything cannot hook on the arriving memories but keep sliding away. In A Night is Feeling (2017) and Signs under skin (2018) series, she extends the operation range of the misinterpretation from a book as a system of a narrative to the reality, another system of narratives. She continues to fetch those alien things and to document them. ● She does not talk much about body (bodies) in private nor in her works. However, these alien things are all bodies after all. A silent celebration of bodies. Cut hand, chopped foot, dangle heads, people, a dog, a fish, and secretion. Secretion is everywhere. In fact, in her writings and in her words, stories about bodies are absent. A name called memory is the only thing that is found there. However these memories are clearly bound to bodies. Fragmented bodies. Empty bodies. Bodies that can be cut and pasted. Self-injuring bodies. Blank bodies pretending to be alright. People without expressions. The things with colours (the things that are not empty) which drain, permeate, and ooze all over inside and out of the cut bodies. Bodily fluids. Blood. Colour. Breast milk. Alien crushed juice. Tears. Things that just flow. The things that fill up the empty spaces Kim has left. ● Whether the bodies are remembered or imagined doesn't seem very important. Our reason might desire to verify the memory, but an embellished memory and an imagination built on a memory stand on the other sides of a very thin (obscure) line, therefore making it very difficult to identify if the triggered images originate from her memory or from her instant imagination. And because even an extreme imagination cannot exist on a pure blank paper with no memory, her images must have fled from her time deeply sedimented. Often we don't understand the sudden emergence of unexpected memories. We only know that the memories have arrived, and so does Jihee Kim. However Kim constantly allows the impulse that is not wholly hers: and it is important that she, unlike most of us, listens to the drive of her memories. ● The bodies have fled from the cave of her memory, ran beyond the coordination of reality; and are now marching up to the stage. The topics of the stage are as follows. Nightmare - the ambiguous contour that the pieces of memories build up eventually. And tragedy - the topic only capable under trivial, meticulous, and tranquil control. The stage is directed as follows. Keep calm so nobody notices. Be silent. Sing only in whispers. Eros over all these bodies - the empty bodies that let the warmth permeate all over. Finally the grand theme of the stage - the protagonist. The joy of her rolling and snitching the marbles called tragedy. The game she plays with her eyes closed. The pleasant colours flooding on the mucus. The bodies obsessively displayed according to her order of her game. Signs under skins are suddenly all over the screen. ● Memory is an essential mechanism for everyone in sustaining life. Recalling things to do every morning, or remembering the 'I' who had lived the time of yesterday for granted, is a ritual repeated again and again because we cannot live the ceaselessly arriving moments of today with nothing to hold on to. Memory is always fictitious, but we have no choice. Memories just arrive. Surprising is that we are oblivion to the fact that the ritual of remembering is being repeated. Perhaps we, who return from the realm of no memory every morning, might be mere replicas of our untrustworthy and withering memories. If so, the accidental memories of these bodies that occupy Kim every moment, and the capillary memories of tragedies among them, could be simply returning as such. As life returns every morning, the memories without memories are returning as such. ■ Sangjin Kim (Translated by Jinho Lim)

Vol.20181125f | 지희킴展 / JIHEE KIM / 金芝嬉 / drawing.installation